‘특급 신인’ 박성현의 화려한 신고식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4 16:53
  • 호수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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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메이저 퀸’ 등극…전인지와 희비 엇갈린 사연

 

참으로 묘한 것이 골프다. 누구나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우승은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 운도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우승컵을 손에 쥔다. 이 때문에 우승자는 신(神)만이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나 싶다.

 

‘특급 신인’ 박성현(24·KEB하나금융그룹)이 기다리던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그것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이번 우승으로 박성현은 세계여자골프랭킹 11위에서 5위로 껑충 뛰었다.

 

2017 US여자오픈 우승자 박성현이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 사진=USGA 제공

 

세계랭킹 5위, 상금랭킹 2위 껑충

 

7월17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32야드)에서 열린 72년 전통의 US여자오픈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 4라운드 최종일 경기 18번홀(파5). 챔피언조 앞 조에서 경기를 가진 박성현은 세 번째 친 볼이 그린을 넘어갔다. 챔피언조에 2타 앞선 상황. 하지만 이 홀에서 버디나 이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었다. 보기나 더블보기를 범하면 연장이나 패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뒤 팀에는 중국의 펑샨샨과 아마추어 최강 최혜진(부산 학산여고 3)이 막판 추격을 하고 있었다. 박성현은 절묘한 어프로치 샷으로 볼을 핀에 붙여 파로 잘 막아 우승을 확정했다. 첫날 공동 58위였다가 3라운드에서 순위를 끌어올린 뒤 4타 차를 극복하고 짜릿한 역전승을 달성했다. 최종일 5타를 줄여 합계 11언더파 277타(73-70-67-67)로 ‘메이저 퀸’에 오른 것이다.

 

경기를 마친 박성현이 “마지막 홀에서 세 번째 친 볼이 그린을 넘어갔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고 말한 것만 봐도 ‘끝내기 샷’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 수 있다.

 

“아직도 우승이 믿기지 않는다. 얼떨떨하다. 1, 2라운드 때 우승권에서 멀어져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좋은 기록 세우는 것을 목표로 경기를 했다. 특히 3, 4라운드에서 집중력을 발휘했고, 캐디가 큰 도움이 됐다. 정말 기쁘다.”

 

박성현은 이날 확실히 ‘남다른’ 골프를 보여줬다. 2번홀(4)에서 중거리 버디 퍼팅을 잡아내며 기분 좋게 출발한 박성현은 5번홀(4)과 8번홀(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하지만 9번홀(파4)에서 티샷 한 볼이 디벗 자리에 떨어져 세컨드 샷이 미스가 나 파온에 실패하면서 아쉽게 보기를 범했다. 후반 들어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낸 박성현은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또 가장 까다로운 17번홀(파4)에서 완벽한 티샷에다 세컨드 샷을 핀에 붙이며 ‘천금의 버디’를 골라내 ‘우승쐐기’를 박았다. 특히 18번홀(파5)에서 파온을 하지 못하고도 기분 좋게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박성현이 7월17일 US여자오픈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캐디 덕 톡톡히 봤죠”

 

박성현은 이번 우승으로 레이스 CME 글로브에서 1894점을 획득해 4위, 145만636달러로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272.75야드(6위), 페어웨이 안착률은 67.45%(120위), 그린적중률 74.78%(12위), 그린적중 시 홀당 평균퍼팅 수 1.75개(8위), 평균퍼팅 수 29.28개(36위), 샌드세이브 35.14%(132위), 평균타수 69.12타(2위)를 기록하고 있다. 

캐디로 인해 희비가 갈렸다. 선수뿐 아니라 캐디도 울고 웃었다. 박성현과 ‘8등신 미녀’ 전인지(23)의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며 박성현은 ‘희희낙락’했고. 전인지는 진한 아쉬움만 남는 대회였다.
 

박성현은 올 시즌 미국에 진출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반면 전인지는 공동 15위에 그쳤다. 성적은 전적으로 선수들의 몫이다. 이와 함께 캐디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력이 달라진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히 골프백만 메는 게 캐디의 일이 아니다. 캐디의 역할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과거 프랑스 왕족들이 골프를 칠 때 골프클럽을 젊은 장교들에게 나르게 했다. 그 젊은 장교에 해당하는 프랑스어가 카데(cadet)다. 캐디는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캐디는 골프장에서 골퍼들이 플레이할 때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즉, 고객들 또는 선수들의 골프 용품을 운반하는 등 골프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담당한다는 것이 캐디의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대회의 규모가 커지고 발전하면서 프로골퍼들의 백을 메는 전문캐디가 등장했다. 이런 캐디는 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지형, 벙커와 해저드 위치, 페어웨이 상태, 그린스피드, 핀 위치 등등 골프코스에 관해 엄청난 연구를 하고 코스공략법을 짠다. 때로 선수의 기술에 문제가 생기면 이것도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프로백을 메는 캐디는 코스공략뿐 아니라 플레이어의 기술이나 멘털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성적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US여자오픈에서 캐디가 왜 중요했을까. 박성현을 우승으로 이끈 게 바로 캐디다. 박성현의 캐디는 데이비드 존스다. 존스는 18번홀(파5)에서 박성현의 세 번째 볼이 그린을 넘어가자 고민을 했다. 먼저 박성현의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 존슨. 잠시 박성현이 망설이자 존스는 ‘항상 연습하던 거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이 말을 들은 박성현은 칩샷으로 공을 핀에 붙여 파를 잡아냈다.

 

박성현과 전인지는 올 시즌 도중 캐디를 서로 맞바꿨다. ‘캐디 맞교환’ 후 한 달이 지났다. 박성현은 유명 캐디 콜린 칸과 지난 5월 헤어졌다. “공격적인 내 플레이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올 시즌 준우승만 4번 한 전인지는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3년 가까이 함께했던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 이별했다. 이후 박성현은 전인지의 캐디였던 존스와, 전인지는 박성현의 캐디였던 칸과 손을 잡았다.

 

 

박성현의 비밀병기는 테일러메이드

 

존스는 2013년부터 2년간 최나연과 함께했던 캐디로, 2015년부터 전인지의 백을 멨다. 지난해 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전인지와 72홀 메이저대회 최소타 우승을 이끌었던 유명 캐디다. 칸은 박세리(40)를 비롯해 박지은(38), 폴라 크리머(33·미국) 등과 함께 수많은 우승을 일궈낸 베테랑 캐디다.

 

박성현은 존스와 함께 5개 대회 만에 영광을 안았다. 박성현과 전인지의 기량에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장타력을 가진 박성현과 견고한 플레이를 하는 전인지는 언제든지 우승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다만, 박성현은 메인스폰서 넵스와 결별 이후 대회 출전을 늦추고 KEB하나금융그룹과 계약한 것이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다.

 

박성현의 우승에는 캐디와 함께 클럽도 한몫했다. 그는 클럽을 바꾼 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신인상’ 쐐기를 박는 등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번 시즌 클럽을 테일러메이드로 바꿨다. 박성현이 사용 중인 드라이버는 올 뉴 M1. 이 클럽은 비거리와 높은 관용성, 완벽해진 셀프 튜닝으로 모든 골퍼들에게 업그레이드된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이상적인 드라이버로 알려져 있다. 카본 소재와 저밀도 소재인 9-1-1 티타늄을 사용해 헤드 무게를 줄였다. 27g의 무게추(전방 트랙 15g, 후방 트랙 12g)가 장착된 새로운 공기역학적 T-트랙 시스템을 탑재했다. 특히 재설계된 후방 트랙은 길이가 12.7mm로 길어졌고, 완벽한 셀프 튜닝으로 다양한 탄도와 스핀 조절이 가능해졌다.

 

페어웨이 우드는 M2.  이 우드는 카본 컴포지트 크라운을 사용해 무게를 줄여 무게중심을 매우 낮은 위치에 설계했다. 페이스 유연성을 높이는 스피드 포켓이 접목돼 반발력과 관용성을 극대화시켰다. 더욱 낮아진 무게중심과 향상된 스피드 포켓이 시너지 효과를 내 최적의 탄도와 긴 비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샬로우 페이스 디자인으로 어떠한 라이에서도 볼을 쉽게 띄울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아이언은 P770. 독특한 포지드 1025 카본 스틸을 적용한 페이스와 호젤, 정교하게 깎아낸 페이스와 그루브가 특징이다. 이 아이언은 기존 클럽보다 더욱 높은 관성 모멘트를 가지고 있어 기복 없는 안정된 볼 스피드와 업그레이드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웨지는 밀드 그라인드. 이 웨지는 솔과 리딩 엣지를 정확하게 재현해 낸 프리미엄 웨지로, 디자인이 아름답고 정밀하게 제작됐다. 정확한 스펙을 제공하기 위해 클럽 하나하나, 그라인드 하나하나의 리딩 엣지와 솔을 CNC 밀링 공정으로 다듬어 인상 깊은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웨지는 로우 바운스(LB), 스탠더드 바운스(SB), 하이 바운스(HB) 3가지의 고성능 타입으로 구성됐다. ​ 

© 시사저널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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