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지속되면 치매 가능성 커져”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0 10:52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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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불면증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이유

 

보통 체구인 60대 후반의 L여사는 매일 저녁 수면유도제를 먹는다. 점점 약발이 떨어져 이 약에서 저 약으로 바꾸기도 하고, 신경안정제나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지난 15년간 단 하루도 약 없이 잠들어본 적이 없다. 그마저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겨우 얕은 잠만 잤다. 아침이면 수면 부족으로 항상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낮잠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졸리고 피곤하기만 하지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약 없이 잠을 제대로 푹 자는 것이 최대 소원일 정도다.

 

누구에게나 잠은 필요하다. 피로회복을 위해서도, 산화물질이나 노폐물을 제거해 뇌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기억을 오래 저장하기 위해서도 잠은 꼭 필요하다. 불면이 지속되면 치매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역으로 치매 환자에게 불면이 잘 생기기도 한다. 잠이 부족하면 치매의 원인 물질 중 하나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하고, 베타아밀로이드가 증가하면 불면이 심해진다. 뇌의 망상활성계나 기저전뇌 등이 나빠져도 수면 장애가 생긴다. 일부 신경안정제는 장기간 복용하면 치매 발생 가능성을 키운다.

 

수면 장애를 진단하는 ‘수면다원 검사’ 모습 © 사진=뉴스뱅크이미지


 

잠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자는 렘수면(REM Sleep·Rapid Eye Movement Sleep)과 그렇지 않은 비(非)렘수면으로 구분된다. 잠이 들면 I, II, III, IV 단계의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주기를 이루는데, 하나의 수면 주기는 90~110분이다. 밤에 자는 동안 이런 수면 주기가 4~5차례 지나간다. 수면 주기가 반복될수록 깊은 단계의 비렘수면이 줄어들고 얕은 렘수면이 길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뇌가 이완되지 못해 쉽게 잠들지 못하고, 비렘수면이 얕아지고 짧아지면서 수면의 질이 나빠진다. 렘수면도 더욱 얕아지고 짧아져 잠에서 쉽게 깨어난다. 이런 이유로 다시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고 잠들기도 쉽지 않다.

 

L여사는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것 이외에도 건망증이 심하고 머리가 무거우면서 맑지 못하고 나른하면서 피곤하고 기분이 우울한 상태였다.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특별한 질병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불면의 원인을 뇌의 미세 손상으로 보고 치매 환자처럼 뇌세포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골수를 보하기 위해 숙지황, 산약 등과 뇌의 과흥분을 줄여주는 생지황, 황련 등이 첨가된 뇌세포 재활치료약을 처방했다. 처음 복약 한 달 동안은 이유 없이 자주 깨기도 하고,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사지가 쑤시거나 두통으로 잠에서 깨는 경우도 있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아 참고 견디니 2~3일 후에는 증상이 사라지고 개운해졌다고 한다.

 

뇌세포 재활 한약 복용으로 L여사는 불면증이 점점 좋아지면서 한 달 만에 기존에 먹던 수면제를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6개월간 치료를 계속 받은 후에는 불면이 완전히 사라졌을 뿐 아니라 기억력도 좋아지고 피곤함도 줄고 기분도 좋아지고 우울증도 사라져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치료가 끝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잠도 잘 자며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불면이 심한 경우 불면 치료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뇌세포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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