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 국내 여론에 달렸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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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성공단기업협회 신한용 비상대책위원장 “개성공단 폐쇄로 대부분 기업 경영 어려움”

 

2016년 2월10일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그리고 1년하고도 5개월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격변했다. ‘비선실세’라는 듣도 보도 못한 존재가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등장했으며 대통령이 임기 중 파면 당했고, 정부가 바뀌었다. 2017년 5월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없이 이뤄진 새 정부. 두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주요 부처 장차관 인사를 단행했고, ‘적폐청산’과 ‘국정개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며 빠르게 국정공백을 메워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북녘의 개성공단은 여전히 1년 전의 황폐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부지는 썰렁했다. 밤이 되면 간간이 서있는 북측 가로등만이 불을 밝힐 뿐이다. 한때 남북을 오가던 사람들로 가득했던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엔 발길이 뚝 끊긴 지 오래다. 

 

그러는 가운데 7월17일 문재인 정부가 베를린 구상의 후속 조치로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개최를 북측에 공식 제의했다. 이에 대한 북한 반응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무르익는 남북대화 무드에 기대를 내비치는 이가 있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개성공단기협) 신한용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지난 4월 정기총회에서 신 비대위원장을 신임회장으로 선출한 개성공단기협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입주기업 123개와 영업기업 66개가 협회에 참여하고 있다.

 

신 비대위원장은 7월18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개성 공단이 폐쇄되면서 대부분의 입주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일부 사업체는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했다”며 “개성공단 만한 여건을 갖춘 부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빠른 시간 안에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대표 ©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들어 개성공단기협에서 추진 중인 개성공단 방문이 늦춰지고 있다. 일전에 7월 중으로 방북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는데.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답사 차원의 방북 신청이다. 공단 재개 여부와는 별개로 공장 설비 등의 재사용 여부를 확인해야 입주기업도 재입주 문제 등에서 판단이 가능하지 않겠나. 개성공단기협 내부에선 2개월 전 이미 방북의 필요성을 결의한 상태다. 

 

문제는 시기인데, 원래 6월 중으로 추진하려 했었지만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새 정부 들어 통일부 장관도 아직 임명되지 않았던 상태였고,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도 고려해야 했다. 북한의 멈추지 않는 도발도 위험요소였다. 남한 새 정부출범 나흘 만에 동해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안보에 대한 도발을 이어가지 않았나. 우리 입장만 생각해서 방북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어제 막 우리 정부에서 이산가족 상봉 및 군사회담 제안을 했으니 곧 북측으로부터 대답이 오지 않을까. 북한의 대응을 보면서 추가적으로 개성공단기협의 방북 입장을 정리하려고 한다. 

 

 

지난해 개성공단 폐쇄 이후 대북 사업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민간 차원에서의 사소한 교류도 없었다. 정부 당국자고 민간 사업자고, 그 누구도 개성 공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사업 자체가 올스톱된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은 어떻게 돼있나.

 

모르겠다. 일부 언론에선 ‘시설이 유출되고 있다’ ‘개성공단 생산품이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런 보도들이 나오는데. 솔직히 말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상황은 어떤가?

 

한 마디로 어렵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이후 대부분의 입주 기업들은 경영난에 부닥쳤다. 개성공단기협에 재무제표를 제출한 108개 사를 기준으로 하면 개성공단 중단 이후인 2016년 매출은 전년(2015년)보다 평균 26.8% 줄어들었다. 매출이 50% 이상 떨어진 기업도 23%인 25곳에 이르렀다. 이런 사업체는 사실상 휴업 상태라고 봐야 한다. 

 

일부 기업이 개성공단 중단 여부와 상관없이 매출이 신장됐다는 보고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기업은 대부분 기업 규모가 원래 커서 개성공단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이었다. 국내나 해외에 대체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공단 폐쇄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끌어안​고 악전고투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에서 다소 독단적으로 개성공단의 폐쇄를 중단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폐쇄 이후 정부 측 보상은 이뤄졌나.

 

지난 정부에서 확인된 입주기업 피해액은 7779억원이었다. 정부는 이 중 약 64%인 5000여억 원을 보상했다. 그런데 최근 개성공단기협에서 123개 입주기업 중 자료를 제출한 120개사의 피해액을 재산출해보니 8000억이 넘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설비 등 고정자산과 원ㆍ부자재, 조업 차질에 따른 피해액이 총 8152억원에 달했다. 영업권과 손해배상까지 따지면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난다.

 

이번 정부 들어서 추가 지원과 피해액 전액 지원 등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우선 합의한 금액만이라도 지급했으면 한다. 언제든, 개성공단의 문이 열리면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겠다.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출경 게이트가 폐쇄되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개성공단 폐쇄 사태에서도 드러났지만, 개성공단은 안보이슈에 민감하다. 그만큼 경영 리스크가 있다. 그런데도 다시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는 이유가 뭔가?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나서 대체 사업부지를 찾기 위해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을 무수히 다녔다. 하지만 여러 조건 상 개성공단만한 곳이 없다. 기업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이란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인건비 대비 높은 생산성, 낮은 물류비, 숙련노동자 등의 조건이 뛰어나다. 

 

최근 개성공단기협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94%가 공단이 재개된다면 재입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기협이 5~6월 개성공단 기업 123개사 중 1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가운데 36%는 ‘조건없이 재입주한다’, 58%는 ‘조건부로 재입주한다’고 답했다.  

 

2013년에도 6개월 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다시 개성공단 문이 열린다면 사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내세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남북 경제공동체 등은 향후 남북 간 안정적인 무드가 조성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선 남북 경협 문제와 북한의 핵문제를 연계해 다뤘었는데. 이번 정부는 어떨까.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개성공단 재개를 내세웠던 만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개성공단과 남북경협이 1년 반 가까이 고사상태에 놓여있었던 것 아닌가.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말이라도 확실히 해줘야 민간에서 뭐라도 시도할 것 아닌가. 그저 기다리라, 기다리라 하고 있는데.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답답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 정부도 지난 정부와 다를 것 없는 것 아니냐’는 원성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이 자났는데,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오리무중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않겠나. 물론 남북문제란 게 대통령 의지만으론 안 되는 것이다. 개성공단기협도 상황을 봐가며 정부에 협조할 건 최대한 협조하겠다.

 

 

올해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할 수 있다고 보나.

 

글쎄. 희망사항이다. 현재로는 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저희 자체 조사 결과 올해 공단 재개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대통령도 구체적인 국제 공조의 틀을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니까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 좋은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리라 바라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여론이다. 어제처럼 ‘남북대화’를 꺼내들자 바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지 않나. 개인적으론 국제 공조보다 국내 여론이 이 문제 해결에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내 여론이 우호적으로 조성된다면 대통령은 그 뜻을 따라 자연스럽게 개성공단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그래도 지난해에 비하면 개성공단 운행 재개에 한줄기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UN의 대북제재하고 연계가 돼버리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촛불로 이뤄낸 정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촛불 정국에서 약속했던 그런 것들이 다 이뤄지진 않는다 하더라도 하나씩 이뤄져 가는 모습을 보일 때 진정한 ‘촛불 혁명’이 완성될 것이다. 적폐청산·국정개혁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겠지만, 남북문제 역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원만하게 잘 풀어가길 바란다. 사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국민 온전한 지지 속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퍼주기’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교류 없이는 한국 경제에 활로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북한’을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이번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조차 대화로 설득해가며 꿋꿋하게 남북교류를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지난 정부와는 달리 남북관계에 있어 비교적 희망적이긴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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