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하니 실업률 내려가고 정규직 늘더라”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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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급격한 인상으로 찬반 여론 ‘팽팽’…선진국선 개인 소비 늘고 실업률 줄어

 

내년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인상률(전년 대비 16.4%)을 기록하며 753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상승폭이 커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달성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불평등 완화 및 내수 증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 시선이 있는 반면, 후폭풍을 우려하는 부정적 시선도 나오고 있다. 기업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용감소, 영세업계 몰락, 물가상승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에는 효과가 있지만, 소상공인이나 영세 중소기업들은 폐업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고용이 줄어 총 소득이 줄어든다는 전망도 나온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반대해오던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정부 대책이 나오겠지만 결국 소상공인들은 직원들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볼 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을 저하시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바노조는 “독일과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 도입·인상 후 고용 감소가 미미하고 오히려 고용의 질은 올랐다”며 “한국의 저소득 문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1만원 도입의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최저 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해외 국가들은 어떤 결과를 마주했을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촉구 기자회견 및 최저임금 인상 해외사례’에 따르면 해외 국가들의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회복 가속화와 내수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6천470원)보다 16.4% 오른 7천530원으로 확정된 지 이틀이 지난 7월17일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상승, 고용에 부정적 영향 없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시애틀을 중심으로 대형 패스트푸드 업계 노동자들이 시간당 임금 15달러를 요구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바람이 불었다. 2014년 6월 최저임금 15달러 법안이 시애틀 주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됐고, 이후 시급 7.25달러를 10.10달러로 인상하는 소위 ‘텐텐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공화당의 반대로 오바마 정부의 임금인상은 실패했지만,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22년까지 주 법정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의결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19개 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했고, 뉴욕 등 3개 주는 최고 11달러(약 1만3260원)까지 올렸다. 

 

 이러한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은 최저임금 상승효과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15년 11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주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마이클 라이히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노동고용연구소(IRLE) 교수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분석한 ‘최저임금 15달러(로스앤젤레스 사례 연구)’가 대표적이다. 마이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안이 로스앤젤레스시와 나머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노동자, 주민, 기업에 많은 혜택을 낳을 것”​이라며 “​로스앤젤레스는 저임금 직업이 고밀도로 몰려 있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편익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증가 비용은 이직률 감소에 따른 비용 절감으로 일부 상쇄되고, 나머지 비용은 단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며, 일부는 장기적으로 이윤감소나 상업 임대료 감소로 흡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6월 공개한 ‘베이지북(Beige Book)’에서도 샌프란시스코의 최저임금 인상이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소비 지출 확대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연방 최저임금 인상과 여성 근로자에 대한 공평한 임금 보장 등을 위해 유권자들이 계속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EPA연합


 

‘GDP 600조엔’ 목표인 일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소비 늘려

 

일본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이 GDP 성장률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한 케이스다. 2010년 6월 일본 민주당 정부는 ‘신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했다. 이때 이미 ‘2020년까지 평균 1000엔을 목표로 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2012년 정권출범 이후 ‘최저임금 3% 인상’을 틈이 날 때마다 당부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를 늘리는 것이 정권의 목표인 ‘GDP 600조엔’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후 실업률이 감소했다. 독일은 2015년부터 시간당 8.5유로(약 1만1000원)의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독일의 최저임금제 도입 당시 재계와 몇몇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을 도입하면 소규모 기업들은 직원을 줄이고, 경영 악화로 폐업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 우려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제 시행 1년 후 지금의 독일 경제 지표는 이런 우려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의 실업률은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2015년 1월 4.8%에서 2016년 3월 기준 월 4.2%로 하락했다. 평균 실업률이 9~10%를 넘나드는 EU내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이었다. 2016년 1월 독일 노동시장 및 직업시장 연구소(IAB)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보도한 슈피겔 온라인에 따르면, 독일이 2015년을 시작으로 법적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이래 4만개 이상의 값싼 직업이 사라진 반면, 약 5만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독일의 시장조사 업체인 GfK의 조사 결과 2015년 5월 독일인의 소비 성향은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GfK는 독일 소비자들의 가계 수입은 2014년 5월에 비해 8.8% 늘어났는데, 구매 욕구는 무려 26.5%나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민간 소비의 증가는 지난해 1월 독일 경제에너지부장관이 발표한 ‘2016년 경제전망’에서 독일 경제가 세계경제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장하는 주요한 이유로 꼽혔다.

 

지난해부터 인간으로서 최소한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영국의 최저임금에 대한 권고와 자문을 맡고 있는 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015년 3월에 발표한 ‘최저임금 보고서 (2015)’에 따르면 “영국 경제는 1999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왔고, 특히 최저임금은 소기업과 저임금 노동자 일자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서도 최저임금 도입이 노동착취적인 저임금 일자리를 없애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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