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화법 거칠어 많이 지적했었다”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7 14:16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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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학교 비정규직 향한 ‘막말’ 파문

 

이언주 의원과 국민의당이 이 의원의 막말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보조작’ 파문으로 인해 당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의원의 막말 파문까지 터지면서 국민의당은 그야말로 빠져나올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이 의원은 뒤늦게 사과에 나섰지만, 여론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던 이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이 의원의 막말 파문은 이 의원이 6월29일 국민의당 원내정책회의에서 학교급식 파업에 대해 “파업은 헌법정신에 따른 노동자 권리다. 그러나 학교 급식은 아이들의 밥이고, 결식아동도 많다.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들도 생각해 달라”고 발언한 데서부터 시작됐다. 이 의원은 당시 원내정책회의가 끝난 뒤 복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묻는 일부 기자들에게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관심을 가져달라며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나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후 SBS 기자가 다음 날인 6월30일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사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내용을 7월9일 취재파일 형식으로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SBS에 따르면, 이 의원은 통화에서 급식 조리종사원들에 대해 “조리사라는 게 별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라고 말했고, 파업에 대해선 “미친 X들이야, 완전히”라고 막말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7월11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급식 조리종사원을 “미친 X들이야”

 

이 의원은 해당 보도가 나온 이후 비판 여론이 커지자 입장문을 내고 “학교 급식파업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분노와 격앙된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아이를 둔 학부모로서 아이들의 급식 질이 형편없어지고 있는 문제에 분개하면서 나온 얘기”라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정식 인터뷰가 아닌 사적인 대화를 여과 없이, 당사자 입장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SBS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유가 어찌 됐든 사적인 대화에서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입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사적 대화’ ‘유감’ 표명 수준의 해명은 오히려 더욱 큰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학교 비정규직 관련 노조들은 연일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갔고, 한 포털 사이트에 7월9일 개설된 이 의원 사퇴 청원에는 13일 기준 2만5000명이 서명한 것은 물론, 국민의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사퇴와 제명 요구가 잇따랐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7월1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의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물론 민주당 책임도 있다. 공천 과정이 허술해서 (이 의원을) 공천하고 당선까지 시켰다”며 에둘러 이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다. 결국 이 의원은 7월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부적절한 표현으로 혹시 상처받은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가 오후에 다시 기자회견장을 찾아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사과, 해명의 글을 올렸으나 충분하지 못하다는 질타와 충고에 따라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원들과 마주쳐 “가식적인 사과”라고 거세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당 내에선 이 의원이 거듭된 사과 입장을 밝혔던 만큼 파문이 가라앉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여론의 뭇매가 계속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 의원이 자신이 실수한 부분에 대해선 여러 차례 사과한 만큼 여론의 동향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이 의원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과도하게 정치적 공세를 당한 측면도 있다”면서 “어쨌든 지금은 소나기가 거세게 오니 그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밝혔다. 이 의원도 최근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꼈던지 언론 대응과 관련해 주변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일부에선 “정책적 소신은 소신대로 진행하더라도 언론 탓을 하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원들 “가식적인 사과”

 

그러나 당 일각에선 이 의원이 당직인 원내수석부대표직을 내려놓는 등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은 공직자이자 당을 대표하는 원내수석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을 했다”며 “지금은 사과를 하고 여론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것 같은데, 그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원내부대표직이라도 사퇴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원내수석직에서 일단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스로 변모해 ‘정치적인 성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의원의 화법이나 언론을 대하는 태도 등이 특히 바뀌어야 할 포인트로 거론된다. 최근 이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해 “개업식에 와서 웬만하면 물건을 팔아주고 싶은데 물건이 너무 하자가 심해 도저히 팔아줄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런 경우에는 물건을 파시는 분이 뭔가 해명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물건’으로 비유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이 의원이 대화를 하다 보면 한 주제에 대해 집중하면서 표현들이 거칠어질 때가 종종 있다”면서 “주변에서 그런 지적들을 많이 하는데 고쳐지지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깨닫고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공보 활동을 오래 해 온 한 인사도 “재선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자신의 주목도를 높이고자 해 왔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인들과 만날 때 보면 과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쓸 때가 있다는 얘기가 많다”면서 “이제는 재선이 됐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무게감과 정제된 표현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여성 당직자는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데,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주변에서 얘기한다고 쉽게 바뀌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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