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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햄버거病’의 진실

“햄버거 패티가 원인이라고 단정 못해”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8(Tue) 09:30:00 |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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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햄버거병’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25일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작한다. 그날 오후 3시쯤 부모와 함께 불고기 햄버거를 먹은 4살배기는 설사·복통 증세를 보였고 병원에서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HUS는 신장이 망가져 독이 쌓이는 증상이다. 아이는 두 달 뒤 퇴원했지만, 콩팥이 90% 가까이 손상됐고, 현재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의사의 문진 과정에서 그날 특이하게 먹은 음식으로 햄버거가 특정됐다. 미국에서도 1982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47명이 HUS 진단을 받은 사례가 있다. 당시 발병 원인은 덜 익은 햄버거 패티(다진 고기) 속의 장출혈성 대장균으로 밝혀졌다.

 

사람과 동물의 장내에 상주하는 대장균은 흔히 식품의 위생 상태를 판정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이용된다. 즉, 어떤 식품에서 대장균이 발견됐다는 것은 그 식품이 오염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모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장균 수가 많거나 대장균에 독성이 있을 때 질병이 일어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혈변 증상까지 일으키는 대장균은 장출혈성 대장균(EHEC)이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대장균 O157(대장균 O157:H7)도 장출혈성 대장균이다. 이런 대장균은 일반적으로 소의 장내 세균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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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에 의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 증가세

 

피해 아이의 부모는 지난해 10월초 맥도날드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맥도날드는 햄버거로 인해 특정 질병에 걸렸다면 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그 부모에게 설명하고 관련 서류를 요청했다. 관련 서류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병에 걸렸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근거를 의미한다. 부모는 5월22일과 30일 진단서와 진료확인서를 맥도날드 측에 보냈다. 맥도날드는 6월2일 진단서와 진료확인서에 인과관계를 추정할 근거가 없다며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사실 피해자 개인이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갖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진단서에 HUS라는 진단명 외에 인과관계를 증명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물론 진단서에 햄버거 패티가 원인이라고 표기하지는 않더라도 대장균이 검출된 검사결과서라도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렇게 수개월이 흐른 올해 5월 피해 아이의 부모는 맥도날드 측에 고소할 뜻을 통보했고, 7월5일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때부터 이 사건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HUS=햄버거병’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HUS를 일으키는 장출혈성 대장균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이런 균은 햄버거 패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식품에 존재한다. 따라서 ‘HUS=햄버거병’이라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런 등식이 생긴 것은 피해 아이의 부모가 햄버거 속 패티가 병의 원인이라고 강하게 의심하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섭취한 지 2~3시간 만에 복통을 호소하며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 점, 사고 당일 햄버거 외에 다른 음식은 먹지 않은 점, 평소 아이가 활발하고 건강했던 점 등이 근거다.

 

실제로 HUS의 원인균인 장출혈성 대장균은 일반 육류보다 햄버거 패티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 이 균은 고기 속으로 침투하지 않고 고기 표면에 존재하며 75도 이상 가열하면 사멸한다. 도축 과정에서 살코기에 균이 묻을 수 있지만, 스테이크나 한우 구이처럼 표면을 가열하면 안전하다. 그러나 고기를 갈아 만든 햄버거 패티는 표면이 익어도 안쪽에 균이 생존할 수 있다. 덜 익힌 햄버거 패티를 먹으면 이 세균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그릴(햄버거 패티를 굽는 기계) 관리나 조리 매뉴얼 등으로 철저히 관리해도 덜 익은 패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조리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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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아이에서 장출혈성 대장균 발견 못해

 

이번 사건으로 국민의 눈은 햄버거 패티에 쏠려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햄버거 패티를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보기엔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물론 햄버거 패티가 이번 사건의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원인들에 비하면 그 가능성은 작은 편”이라며 “햄버거 패티는 매뉴얼에 따라 익히지만, 오히려 조리도구, 사람 손, 채소 등에 대한 위생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육류가 문제였지만 지금은 채소에 의한 대장균 감염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수많은 원인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번 사건의 원인을 햄버거 패티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1년 6월2일 기준 세계적으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은 1271건(사망 6명), HUS는 552건(사망 12명)이 각각 보고됐다. 최근에 보고된 사례를 짚어보면 대부분 육류 외의 음식으로 장출혈성 대장균이 전파됐다. 2011년 독일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채소를 먹고 수천 명이 피가 섞여 나오는 설사병을 호소했고, 그 가운데 수백 명은 HUS로 발전했다. 2010년 미시간, 오하이오, 뉴욕, 테네시 등 미국 4개 주에서 약 30명이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돼 3명이 신부전으로 악화된 사건의 원인도 오염된 상추였다. 또 2006년 미국에서 약 47명이 한 식당에서 음식을 먹은 후 대장균에 감염됐는데, 양파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WHO에 따르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사례는 2010~12년 3개 국가에서 5건이 보고됐다. 그 외에도 노르웨이에서는 소시지로 발병한 사례가 있고, 루마니아에서는 발병의 원인으로 유제품이 추정됐다. 이처럼 장출혈성 대장균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 육류는 물론 오염된 물, 핫도그, 치즈, 우유, 과일, 채소로도 감염된다. 또 사람의 손이나 조리기구를 통해서도 전파된다. 오염된 손을 입에 대거나 그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혐의 결과 나올 공산 크다”

 

이번 피해 아이에게서는 어떤 대장균이 검출됐을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피해 아이가 설사 증세를 보여 병원 의료진은 격리 대상 감염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콜레라, 세균성 이질,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등 급성 설사 증세와 관계된 감염병 검사를 진행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명됐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검사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붙였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제1군 법정 감염병이다. 병원에서 이 감염병 환자를 발견하면 관할 보건소를 통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피해 아이의 사례는 감염병 음성 판정이 나옴에 따라 당국에 보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아도 HUS가 발생할 수 있을까? 박정탁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가 음성이라고 발표한 게 대장균이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세균의 독성이 없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대장균은 없어져도 남아 있는 독성으로 HUS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면 평균 3.7일(최대 12일) 후 복통 및 설사가 시작된다. 이들 중 3분의 2 이상에서 혈변, 오심, 구토 등이 동반되는 출혈성 장염 소견이 나타난다. 장염 증상의 시작 이후 평균 7일(최소 2일, 최대 15일)이 지나면 이들 중 약 15%(범위 8~18%)에서 혈소판 감소, 부종·핍뇨·요독증 악화를 동반한 신부전, 미세혈관병 용혈성 빈혈 등을 보이는 HUS로 진행한다. 김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일단 HUS가 발현된 환자의 50%는 투석치료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수혈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 전체적인 사망률은 최근 5% 미만으로 양호한 편이다. 신부전의 경과도 2~3주간의 투석치료를 포함한 보존적 치료 중 상당수는 투석치료의 중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5%가량은 영구적인 신장 기능의 손상으로 투석치료의 지속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수 시간에서 며칠까지의 잠복기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원인을 밝히려면 증상이 나타난 당일뿐만 아니라 그 이전 며칠 동안 무엇을 먹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햄버거를 먹고 2~3시간 만에 설사했다면 햄버거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의 근거도 될 수 있다. 한 대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사람의 면역 상태, 나이 등에 따라 감염된 후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은 몇 시간에서 며칠까지 다양하다”며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에 생긴 상처로 옮는 세균보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잠복기가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미국에서 있었다. 메인주 포틀랜드에 사는 57세 여성 다이앤 로니는 2001년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웬디스에서 구입한 치즈버거를 두 입 정도를 베어 먹은 후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발견하고 버렸다. 다음 날 복통과 설사 증세를 호소했고, 이틀 후 병원에서 HUS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2005년 HUS의 원인이 웬디스의 햄버거라며 웬디스를 상대로 8만3000달러 상당의 치료비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메인주 연방법원은 2006년 청구를 기각했다. 다이앤이 햄버거를 버렸기 때문에 실제 햄버거에 대장균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으며, 햄버거를 먹은 후 시행한 대변배양검사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환자에게서 혈변, 고열, 백혈구 증가 등 전형적인 HUS 증상이 없었다. 게다가 다이앤은 치즈버거를 구입하기 수개월 전인 2000년 7월부터 이미 신장 및 혈액 질환 병력이 있었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번 국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역학조사로 명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태민 식품전문 변호사는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해당 매장이나 패티 공장을 가봐도 답을 찾기 어렵다. 피해자 측은 피해 입증이 어려울 것이고, 검찰도 처벌할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무혐의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피해 아이의 발병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식약처는 피해 아이의 부모가 민원을 제기한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지자체를 통해 매장 위생점검을 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식품안전기본법은 ‘국민 불특정 다수의 건강에 중대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생산·판매 금지, 검사명령, 추적조사, 회수 등 긴급대응방안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약처는 피해자가 1명뿐이어서 ‘국민 불특정 다수의 건강에 중대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소속인 김광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이런 식약처의 대응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검사명령을 내리거나 추적조사에도 나서지 못하고 판단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3년을 끌어오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교훈 삼아 이제라도 식약처는 검찰의 수사만 기다리며 복지부동할 것이 아니라 긴급대응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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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치료비 우선 지원할 제3의 기관 필요”

 

‘햄버거병’이라는 말이 유행하자 업계는 초조한 분위기다. 햄버거 패티가 원인으로 드러나면 큰 타격을 받을 운명이고, 무혐의로 판명이 나도 이미지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태민 변호사는 “어떤 경우든 손실이 발생하므로 미국에서는 기업이 합의로 소송을 빨리 끝내려고 한다”며 “우리는 기업 정서상 합의하면 기업이 과실을 인정한다고 여기는 분위기여서 선뜻 합의를 제안하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는 소송을 진행하고 치료받느라 막대한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 따라서 이런 사고가 생기면 치료비를 먼저 지급하거나 양측을 중재하는 제3의 기관이나 기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햄버거병이 집단 발병한 후 햄버거 패티를 150도 이상으로 익히도록 하는 등 정부 차원의 법 개정이 이뤄졌다. 박정탁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차원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또 국민도 개인위생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이란? 

 

대개 오염된 물과 식품으로 대장균 O157 등 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후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HUS가 모두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세균성 이질균·폐렴구균·콕사키에 바이러스 감염과 선천성 원인에 의해서도 발병한다. 체내로 침입한 세균의 독소에 의해 적혈구가 파괴된다. 손상된 적혈구 찌꺼기가 콩팥에 쌓여 콩팥의 여과 기능이 망가진다. 환자의 10% 미만이 만성 신부전으로 악화한다. 치사율은 2~7%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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