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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인민을 하나로 묶은 ‘당둣’

[박종현의 싱송로드] 인도네시아의 트로트 ‘당둣’, ‘천박한 음악’과 ‘인민의 음악’ 사이에서 강인한 생명력 이어가

박종현 월드뮤직센터 수석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4(Fri) 17:30: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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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거대한 국가다. 한반도의 8.6배에 달하는 땅덩어리에 2억5000명에 달하는 막대한 인구 규모를 자랑한다. 이런 인도네시아의 소리경관 여기저기에 들어앉아 불쑥불쑥 보행자의 귀에 잡히는 장르 중 하나로 ‘당둣(Dangdut)’이 있다. 필자가 당둣을 처음 들은 건 아마도 몇 년 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한 시내버스 안에서였다. 버스기사가 볼륨을 잔뜩 키워 틀어놓고 있었다. 한 지인의 집에 놀러갔다가 TV 채널에서 우연히 당둣 전문 채널을 발견하기도 했다. 흥미로워 채널을 고정시켜두고 한동안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당둣은 한국의 트로트처럼 꾸밈의 여지가 많은 4비트 혹은 8비트 리듬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트로트에서 흔히 ‘꺾기’라 부르는 요소를 연상케 하는 창법도 종종 사용된다. 인도네시아를 연구하는 동료 인류학자에게 당둣에 대해 묻자 “당둣은 소위 ‘요즘 학생들’이 듣는 음악은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층민’의 음악으로 여겨지며, 선거유세 기간 동안엔 길거리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러한 그의 설명은 현재 당둣의 ‘음악의 자리’가 어디인지 어렴풋이 말해 준다. 어느 사회나 특정한 상황마다 ‘어울리는’ 소리가 있다. 어떤 음악이 어느 자리에서 울려 퍼질까? 그 음악은 언제 또 왜 그 자리에서 울리는 것일까? 이러한 ‘음악의 자리’에 대한 문화적 합의·제약·이념들이 각 사회마다 존재한다. 대형 호텔 로비라는 공간을 떠올려 보자. 힙합이나 12현 가야금 산조보다는 소규모 편성의 ‘서구 클래시컬’ 연주나, 25현 가야금 앙상블 연주 혹은 침묵이 더 어울릴 터이다. 이러한 장소에서 음악의 기능은 평온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연 소음을 묻는 데 있다. 그럼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에 위치한 옷가게들은 어떨까. 이런 곳에선 대개 젊은 소비자들이 즐겨 듣는, 비트가 있는 가요들이 흘러나온다. 지나가던 이들의 귀를 붙잡고, 공간의 지루한 공기를 없애기 위해서다. 이처럼 어떤 음악이 어울린다고 여겨지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 그 ‘음악의 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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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기반에 ‘꺾기’ 창법까지

 

당둣은 전통악기 근당(Gendang) 등의 타악기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들의 의성어 ‘당’과 ‘둣’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한국 전통음악에서 쓰는 의성어 ‘덩’ ‘덕’과 비슷한 개념이다. ‘당’이 ‘둣’보다 더 낮은 피치(pitch)를 지녔다. 한국에서 일상어로 쓰는 ‘쿵짝’, 트로트의 비칭처럼 쓰이지만 고유한 음악적 색깔을 지칭하는 단어로 존중받아 마땅한(?) ‘뽕짝’ 역시 같은 방식으로 조어된 셈이다.

 

당둣의 기본은 여덟 박자다. 여덟 박자 안에서 첫 번째와 일곱 번째 박에 치는 둔탁한 ‘당’, 네 번째 박에 치는 경쾌한 ‘둣’이 기본 그루브다. 인류학자 제레미 왈라흐(Jeremy Wallach)의 책 《새로운 소음, 부유하는 장르》에 따르면, 당둣은 다양하게 변형된 근당과 대피리인 술링(Suling) 등이 사용된 오르케스 믈라유(Orkes Melayu) 장르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식민-탈(脫)식민 역사 속에 인도네시아로 유입된 드럼·기타·신시사이저 등 서구 악기들이 어우러지게 되었고, 또한 당둣 팝, 당둣 록 등 혼합 장르를 낳았다. 인도네시아에서 몇 년째 방송되고 있는 당둣 오디션 프로그램 《디 아카데미》 속에선 당둣의 다양한 변주를 볼 수 있다. 술링과 근당탐탐(Gendang Tam Tam)에 기반한 전통적인 스타일부터 대형 록 밴드 스타일까지 다양한 모습들이 공존하고 있다.

 

당둣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음악인류학자 앤드루 웨인트라웁(Andrew Weintraub)은 그의 책 《당둣 이야기: 인도네시아 최고 인기 음악의 사회음악사》에서 당둣이 차지해 온 공간적·사회적 자리가 근대사 속에서 바뀌어왔다고 말한다. 그에 맞추어 음악의 모습도 변화했다. 현대적 의미의 당둣은 1970년대 도시·서민·젊은이들의 음악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동시에 천박한 음악으로 치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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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숙한 음악’으로서 당둣의 존재감 여전

 

1970년대 당둣 장르가 대중적인 위상을 갖게 된 데는 성직자이면서 진보적인 당둣 음악가로 ‘당둣의 왕’이라 불린 로마 이라마(Rhoma Irama)의 공이 컸다. 그는 당둣 록의 형태 속에 무슬림적 생활과 교훈에 대한 가사들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당둣은 ‘젊고 거친 애들의 음악’을 넘어 인도네시아 인민의 음악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트로트가 ‘엔카의 잔재’라는 비난들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아 최근 ‘전통가요’로 리브랜딩(rebranding)까지 성공한 역사와 함께 놓고 보면 흥미롭다. 

이라마의 노래 《밤을 새우다》의 가사에선 그야말로 건전가요로서 당둣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밤을 새우지 마 /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 물론 밤을 새우렴 / 그럴 필요가 있다면 // 너무 많이 밤새우면 / 순환이 안 돼서 창백해질 거야 // 자주 밤공기를 맞으면 / 병들이 쉽게 올 거야’

1990년대 이후 음악 산업 속에서 이러한 교훈적 요소들은 다시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당둣 음악 자체의 영향력이 2000년대 이후 수그러들었다고 지적한다. ‘팝 인도네시아’라 불리는 외래 장르 기반의 대중음악에 밀리고, 또 세련되지 못한, 심지어 ‘외설적인’ 종류의 춤추는 음악으로서 무슬림적인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주류 미디어 내에서 당둣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당둣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 위치를 바꾸어가면서 풍경 속에서 변화를 거듭해 갈 뿐이다. 밴드 프로젝트 팝(Project Pop)의 유쾌한 록 넘버 《당둣은 우리나라 음악이지》 속에 당둣이 삽입되는 방식은 인도네시아 소리경관 속 ‘가장 친숙한 음악’으로서 당둣의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록에서 갑자기 전통적인 당둣 비트로 전환하는 후렴은 지난(至難)한 근현대사를 살아남은 음악 장르의 강인한 생명력을 증명하고 있다.

 

‘바탁 사람, 자바 사람, 암본 사람, 파당 사람 / (중략) / 무엇이 우릴 하나로 묶지? 음악이 그중 하나지 / 당둣은 우리나라 음악이지’

(조언을 주신 인류학자 이경묵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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