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의 친박 고사 작전에 고조되는 전운
  •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1 11:56
  • 호수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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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새 지도부 구성에 의도적 친박 배제

 

자유한국당 홍준표 신임 당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불협화음 정도지만, 홍 대표가 강도 높은 당무감사를 예고하고 있어 이에 반발하는 친박계와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홍 대표는 7월6일 당무감사를 진행할 당 사무총장에 자신과 가까운 홍문표 의원을 임명했다.

 

당권을 장악한 홍 대표는 당 주류인 친박과의 결사항전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홍 대표는 7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자유한국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부 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에는 반드시 구세력들의 저항이 따른다”며 “극소수 구박(舊朴)들이 저를 구박한다고 해서 쇄신과 혁신을 멈출 수는 없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어 “연말까지는 전혀 새로운 보수 우파정당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 임할 준비를 마치고 내년 1월말까지는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속도감 있는 당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어려움이 있어도 단호하게 밀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게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3일 당선 기자회견에서도 ‘친박 고사 작전’을 예고했다. 홍 대표는 “친박 청산 이야기 자꾸 하는데 누차 이야기했듯이 선출직 청산은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선출직 청산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당의 전면이나 그쪽으로는 소위 핵심 친박분들은 나서지 못할 것이고 앞으로 또 그럴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친박이 6년 경영한 당에서 당원·대의원 투표 득표율이 72.7%가 나왔다는 건 이미 친박 정당이 아니라는 이야기”라며 “국정파탄에 연관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은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친박계를 당직 인선에서 배제해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친박계가 주요 당직을 맡지 못하면 친박계 입장이 당 운영에 반영되지 않아, 세력이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이라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다.

 

7월5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운데)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洪 “국정파탄 세력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

 

홍 대표와 친박계는 4일 첫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며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홍 대표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회의에서 공개 발언을 길게 하자 다음 발언 순서인 이현재 정책위의장을 향해 “1분만 (발언해 달라)”이라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그는 비공개 전환 직전에도 “오늘 사무총장과 수석대변인은 (이번 회의가) 마지막인데 한마디 하라”며 전면적 당직 개편을 예고했다.

 

당직 인선을 놓고도 홍 대표와 친박계는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홍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자신의 최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해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친박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갑자기 이 최고위원을 임명한다고 남들 모르는 상태에서 말해서 내가 ‘신중히 생각하라’고 했다”며 “이재만 최고위원도 거들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이 전 의원은 대표의 핵심 중의 핵심이기 때문에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면 사당화(私黨化) 등의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최고위원도 “지명직 최고위원은 대표의 영역이지만 우리 지도부 면면을 보면 홍 대표와 같은 성향의, 가까운 분들로 많이 구성됐다”며 “그렇다면 굳이 또 자기 수족을 데리고 와서 가까운 사람을 할 필요가 있느냐. 그게 여론에 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고 우리 당을 생각하면 우려가 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종혁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했다.

 

홍 대표는 친박계 정우택 원내대표와도 원내 활동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홍 대표는 4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을 만나 “당론과 당의 방침과 배치되는 원내 활동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의원들의 소신은 존중하지만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배치되는 일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원내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정 원내대표가 추경 심의 보이콧을 결정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및 추경 심의 보이콧 결정과 관련, “원내 일은 제가 한다”며 맞받았다.

 

정 원내대표는 7월5일에도 홍 대표에 대한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홍 대표가) 어떤 점에서는 독단적이고 과한 발언이 있어 그런 것이 당의 지지도나 신뢰할 가능성이 있는 국민들에게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이 듣기에 거북스러운 말을 계속하면 자유한국당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홍 대표의 리더십이 독불장군 아니냐는 지적에도 “그런 우려의 시각을 많이 갖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경환 “혁신은 젊은 인재 영입 방식으로 해야”

 

정 원내대표는 이종혁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서도 “이 전 의원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홍 대표의 심복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인선을 했으면 좋았을 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당내에서)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에 대한 친박 핵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이 전 의원의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 “대표가 당직을 임명한다든지 당 운영에 있어서 우리 당이 그동안 소홀했거나 손길이 닿지 않은 데 있는 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며 “우리가 최고위원을 임명할 때 우리 당은 정상적 절차에 의해 뽑히기 어려운 분들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한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의 ‘인적 혁신’ 방침에 한때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도 불편한 기색을 표출했다. 최 의원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홍 대표에게 “인적 혁신은 특정인을 쳐내는 방식이 아닌 새롭고 젊은 인재를 영입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공개 회의 때 최 의원은 당 혁신과 재건의 일환으로 ‘영라이트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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