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길고양이, 공생의 길 없을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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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엔 길고양이들이 많습니다. 아파트 각 동마다 터줏대감 격인 고양이들이 한두 마리씩 있죠. 작년까지 저희 동 터주대감이었던 고양이는 온 몸이 까만데 앞 발 하나만 흰색이어서 제가 ‘흰발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아파트 한 편에 설치된 재활용 분리수거 쓰레기장 한 귀퉁이에 늘 흰둥이를 위한 사료통과 물통이 있었죠. 누군진 모르지만 늘상 사료를 가져다 놓는 ‘캣맘’도 있었습니다. ‘애묘인’으로서 저 역시도 이따금씩 먹다 남은 생선 부스러기를 몰래 갖다주곤 했었습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고양이 문제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는지라 이런 것들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길고양이의 존재가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문제였기에 다들 조심했던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도심 속 길고양이의 존재는 종종 문제를 일으켜왔습니다. 미생물과 전염병의 온상이라는 부정적인 시선 속에 길고양이는 지역 주민 사이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증오로 학대하고 죽이는 경우도 왕왕 발생했습니다. 공격의 방향은 때론 길고양이에게 밥과 잠자리를 챙겨주는 일명 ‘캣맘(cat mom)’을 향하기도 했습니다. 

 

ⓒ 사진=Pixabay

2015년 10월 발생한 ‘용인 캣맘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집을 지어주던 5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아파트 옥상에서 던져진 벽돌을 머리에 맞아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두개골이 골절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사실 길고양이나 캣맘에 대한 혐오증과는 별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사건 발생 직후 ‘캣맘-캣맘 혐오자’ 구도가 형성되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캣맘 엿먹이는 방법’ 등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도심 어느 지역을 가든, 길고양이를 만나긴 어렵지 않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0만마리는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 수 또한 조금씩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길고양이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반려묘로 삼던 고양이의 무책임함 유기입니다. 반려동물로서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반려묘의 수가 2012년 115만8932마리(추정치)에서 2015년 189만7137마리(추정치)로 약 63.7%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와 동시에 유기 고양이의 숫자도 적지 않습니다. 2013년 3만4103마리, 2014년 2만966마리, 2015년 2만1300마리로 매년 2만~3만 마리가 버려집니다. 실제 유기되는 고양이 수는 농림부의 발표보다 더 많을 겁니다. 

 

길고양이는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됩니다. 톡소플라스마증이나 브루셀라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다른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국내 길고양이 관리 대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TNR’입니다. TNR은 ‘포획․중성화․되돌려보냄(Trap-Neuter-Return)’의 약자입니다. 글자 그대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를 시킨 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사업인데요. 무분별한 번식으로 증가하는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동물 복지 사업입니다. 안락사보다 현실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여겨져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TNR을 시행하고 있죠. 한국에선 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TNR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흰발이 역시 왼쪽 귀 끄트머리가 일부 잘려있었습니다. 아마도 언젠가 ‘TNR’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TNR 된 길고양이에 대한 표식이 바로 한 쪽 귀 끝부분을 잘라내는 겁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 고양이는 그 표식으로 한 쪽 귀 끄트머리를 잘라낸다. ⓒ 사진=Pixabay

또 다른 주요 관리 대책은 ‘고양이 급식소’ 운영입니다. 정해진 곳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오염되지 않은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겁니다. 사람들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길고양이들이 질병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TNR과 급식소 운영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단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중성화 시술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급식소 확대 역시 길고양이의 수적 증가를 불러올 수 있고 질병에도 무방비인 상태가 지속된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길고양이를 수용하고 위생관리를 할 수 있는 보호센터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여기에 길고양이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 유기 고양이를 감소시킬 수 있도록 반려묘 등록제도를 보완해야 된다는 지적입니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 교수는 한 칼럼에서 “대국민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결국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역시 인식의 개선이란 건데요. 이젠 좋든 싫든 길고양이와의 공생법을 고민해야하는 시점인건 분명해 보입니다. 길고양이를 마냥 ‘더러운 것’, ‘없애야할 것’으로 바라보기 보단 ‘현실적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서 바라보는 데서 보다 근본적인 길고양이 관리 대책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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