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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ICBM 도발 견제, 중국 지렛대 삼아야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레드라인 향해 과속 질주하는 북한의 ICBM 도발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9(Sun)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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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성과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7월4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하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하며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에 대한 도발을 이어나갔다.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한미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키를 주도적으로 쥐고 갈 것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미국 트럼프 정부로부터 받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북한은 조선중앙 TV를 통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이제 전 세계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당당한 핵 강국이 됐다’는 소식을 거침없이 선포했다. 북한을 향한 새로운 대응책 수립에 문재인 대통령은 또 한 번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은 ICBM을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금지선)으로 강력히 규정해 왔다. 미국이 ICBM에 대해 예민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본토가 공격당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4일 도발한 ‘화성-14형’ ICBM의 사정거리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이미 ICBM의 최소 사거리 기준인 5500km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북한의 화성-14형 최대 사거리를 아직 정확히 산출하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8000km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무언의 협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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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가 8000km이면 미국 하와이는 물론 시애틀 근처까지 도달이 가능하다. 북한에서 1만km 이상 떨어져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다양한 정보기관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을 보고 받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계의 불안과 우려를 안심시키기 위해 대북 선제타격론과 김정은 체제 붕괴론을 완화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우리의 이러한 메시지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번째다. 거의 매달 2회 가깝게 도발한 셈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NSC 회의를 통해 북한의 무책임한 도발을 거듭 규탄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고리를 찾지 못해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전 오바마 정부에 비해 과격하고 공격적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트럼프 역시 김정은 못지않다. 이런 트럼프 정부를 향해 핵탄두를 탑재해서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건 북한에게 있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왜 미국을 향해 도발을 멈추지 않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인해 미국 내 여론은 북한의 도발을 참을 수 없는 사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미국은 자국민이 피해를 입거나 본토 공격의 위협이 생기면 언제든지 선제타격을 통해 상대 국가를 무참히 무력화시켰다. 이런 점에서 레드라인을 넘어선다면 북한은 참혹한 대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으름장을 놓는 이유가 있다. 협상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이 외교적 관계에서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든든한 버팀목이 있거나 믿을 수 있는 대안이 있는 국가들은 언제나 외교 협상에서 상대 국가를 향해 거침없는 압박을 가한다. 여기서 말하는 든든한 버팀목 또는 믿을 수 있는 대안을 협상에서는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라고 부른다. 즉, ‘협상을 통해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 BATNA(이하 배트나)이다. 협상 연구에서는 배트나가 강할수록 상대에게 벼랑 끝 전술 또는 압박 전술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선제타격 위협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북한의 배트나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2006년, 2009년, 2017년 세 번이나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도발을 감행했다. 과격한 도발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북한에겐 중국이라는 든든한 혈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더 강한 대북 압박을 통해 이런 말도 안 되는 행위를 끝장낼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당장 취소하라”며 도리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북한이 무너진다는 건 국제 사회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배후를 자처하며 북한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이상 미국이 북한 및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강행할 경우 중국의 참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이 미국에 기세등등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전 세계 글로벌 자본이 중국에 가장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베이징에 지역본사를 설립한 글로벌 기업 수는 무려 161개에 이르고, 세계 500대 글로벌 기업이 투자한 지역 본사는 67개에 달한다. 현재 글로벌 500대 기업 본사 숫자에서 베이징은 뉴욕, 런던 등을 제치고 4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을 향해서 미국이 섣불리 칼날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ICBM 도발로 미국은 중국에게 더 강한 대북 압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다양한 언론 보도를 통해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 및 기업을 향한 미국의 제재) 조치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세컨더리 보이콧도 실패하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ICBM 발사 및 소형 핵탄두 탑재 실험을 추진한다면 끝내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 그 이상을 각오하고 군사적 옵션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미국 본토가 직접적으로 타격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에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그들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이 경우 미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외교는 상식과 합리적 판단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모두 자국의 이해관계를 토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성한 남북 대화 재개의 필요성은 다소 무색해지고 말았다. 다만 이번 ICBM 협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대응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위기일수록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데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ICBM 도발 이후 곧바로 한미연합탄도미사일 사격훈련 실시를 명령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실제로 한미 군사 당국이 직접 북한의 지도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미국보다 먼저 보여준 것이다. 미국 정부와 보수층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회심의 조치였다.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협상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배트나를 토대로 압박해올 경우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으로 상대의 배트나를 파괴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ICBM 도발은 중국만이 제어할 수 있기에 중국을 우리 편 입장에 설 수 있는 프레임 또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갈 것이라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천명한 이상 보다 직접적으로 중국을 향해 북한에 대한 설득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의 글로벌 리딩 국가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해서 국제사회 이슈를 중국이 선도적으로 풀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일도 때로는 필요하다.

 

중국 역시 언제나 북한의 배후 노릇을 할 수는 없다. G2의 위상에 오른 만큼 이미 전 세계는 중국에게 리딩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초기 대응을 침착하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잘 대처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5년 동안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도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분명 중국의 설득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중국이 북핵을 억제하고 압박해야 사드 배치 및 미국과의 갈등까지 쉽게 해결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중국 당국에 주지시켜야 한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혜안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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