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전역 훤히 꿰뚫어보는 北 무인기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6 13:22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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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저렴한 중국제 소형 상용 무인기를 군용으로 개량

 

지난 6월9일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견됐다. 국방부는 약 2주간의 조사 끝에 이 무인기가 북한에서 보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무인기 안에선 550여 장의 사진이 발견됐다. 무인기가 발진한 곳은 ‘펀치볼’ 전투가 있던 강원도 양구군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금강군이었다.

 

무인기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무려 266km를 날아 들어온 후에, 사드(THAAD) 포대가 배치된 경북 성주에서부터 다시 회항하면서 지상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드 기지 사진도 약 10장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촬영한 날짜다. 이 기체의 비행날짜는 5월2일이었다. 무려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나 지난 다음에 동체가 발견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 달이 넘도록 적 무인기가 침범한 것을 몰랐단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5월초에 사드 미사일 포대와 레이더가 배치된 성주 미군기지의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진은 민간 상용 위성 서비스에서 제공된 적이 없다. 결국 북한이 다른 무인기를 보내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즉 최초에 날린 무인기가 추락사고로 복귀하지 않자 유사한 기종을 또 보내 촬영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방지역이 아니라 대한민국 후방 깊숙하게 침투해 사드 포대와 같은 전략자산을 정찰했다는 점에서 실행 주체는 정찰총국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6월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北, 무인기 300여 대 보유…김정은 관심 커

 

북한 무인기 침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무인기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된 것은 2014년부터였다. 3월24일 경기도 파주에서, 31일에는 백령도에서 북한의 것으로 추정되는 서로 다른 기종의 무인기가 발견됐다. 이로부터 일주일도 안 지난 4월6일에는 강원도 삼척에서 파주 무인기와 비슷한 기종이 발견됐다. 특히 파주 무인기에선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나오기까지 했다. 당시 발견된 무인기들은 중국에서 만든 소형 상용 무인기였다. 크기가 2m를 넘지 않는 무인기를 투입해 우리 군의 방공감시망을 피한 것이다.

 

북한이나 중국의 무인기 기술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다. 비행기 몸체나 엔진 등은 전형적인 RC비행기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비행기가 너무 작아서 정밀한 센서나 실시간 통제장치를 장착할 수 없는 기종들이다. 2014년 파주·삼척 무인기가 중국 타이위안항유(太原航友)항공사의 SKY-09P, 2014년 백령도와 2017년 무인기는 마이크로플라이(microfly)사의 UV10CAM 기종이었다. 두 기종 모두 기체 내부에 상용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해 지상측량용 항공사진을 찍는 상용 무인기였다. 한마디로 취미용 비행기를 군용으로 전환해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국제 소형 상용 무인기를 쓰니 뚜렷한 장점들도 있었다. 첫째 구글어스(Google Earth)급, 즉 민간 상용 위성 해상도의 사진을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대에 촬영할 수 있어, 충분히 군사용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둘째 작은 크기로 인해 잘 탐지되지 않는다. 일반적 레이더는 4~5m 이상 크기의 물체를 비행체로 인식하지만, 이보다 작은 것은 새떼 등으로 인식해 레이더상에선 노이즈로 간주하고 걸러낸다. 즉 아예 탐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셋째 만에 하나 추락하더라도 자신들의 것임을 부정할 수 있다. 무인기는 중국제이며, 그 부품도 세계 각국의 것들이 섞여 북한 것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중국제 상용 무인기는 대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핵과 미사일에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 고가의 최첨단 전투기는 고사하고 정찰기를 구매하고 유지할 예산조차 없는 북한에, 소형 무인기는 절묘한 정찰수단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300여 대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무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 신형 무인기 개발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작년 12월 북한 TV 보도에 따르면 장거리 소형 무인정찰기를 북한이 스스로 개발하고 있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미군이 보유한 RQ-7 셰도200과 유사한 기종을 시험제작한 모델이 공개되는가 하면, 군용 광학센서를 스스로 개발해 장착을 시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금처럼 사전비행경로를 지정하고 기체를 회수해 사진을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원하는 대로 조종하면서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인기 기술의 고도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2016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 전시한 차기 군단급 무인기 모형 © 연합뉴스

 

2021년부터 정찰위성 5대 쏘아 올릴 예정

 

이번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이 벌어지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소형 무인기의 등장을 놓고 방공망이 뚫렸다며 군을 질책하고 있다. 응당 물을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소형 무인기가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된 것은 불과 10년도 안 된 일이다. 그러다 보니 탐지 및 격파 수단이 마땅치 않다. 수많은 무인기 탐지 레이더들이 2014년 무인기 등장 이후 시험 가동됐지만 성능을 만족시키는 기종들이 등장한 것은 2016년 이후부터였다. 그리고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초소형 무인기까지 탐지할 수 있는 방공망을 전 국토에 걸쳐 갖춘 사례는 아직 없다. 구축에 성공하면 한국이 첫 사례가 된다.

 

더욱 근본적 문제는 우리 군의 정찰능력이다. 물론 우리 군은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국산 무인기를 2000년부터 군단급에 배치하고 있다. 우수한 성능의 이스라엘제 무인기들도 같이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종을 북한 상공으로 날려서 북한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지는 못한다. 결국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선 정찰위성이나 고고도 무인기가 필수적이다. 다행히도 고고도 무인기는 RQ-4 글로벌 호크를 4대 도입해 북한 전역을 감시할 예정이지만, 정찰위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심지어 국회는 작년에 정찰위성 사업의 초도예산 300억원을 삭감하기도 했다. 새 정부에 들어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정찰위성 5대를 쏘아 올리는 ‘425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대의 위성 도입 전까진 이스라엘 등 제3국으로부터 정찰위성을 도입하려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 것은 최첨단 무기체계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찰위성 한 대 없는 북한이 소형 무인기로 우리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동안, 북한에 보복이나 제재 한 번 제대로 못해 온 게 우리의 모습이다. 적국에 대한 전략적 정찰능력이 없다면 절대로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도 결국 적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실패하면서 대비 부족으로 진 전쟁이다.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고 싶다면 전략적 정찰능력부터 강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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