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회장이 했는데, 죗값은 가맹점주가 치러
  • 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7.07.04 15:31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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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식이두마리치킨·미스터피자 오너 리스크에 따른 매출 감소 피해는 가맹점주 몫

 

‘성추행’ ‘보복영업’ ‘치즈통행세’ 등 잇단 프랜차이즈 유통업계 오너 리스크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정작 문제는 이로 인한 매출 감소 피해가 고스란히 일선 가맹점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너 리스크로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들의 피해 구제를 돕는 일명 ‘호식이방지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현재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소급 적용이 어려운 탓에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은 지난 6월3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자사 20대 여직원을 추행하고, 강제로 호텔로 끌고 가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은 6월9일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고객과 가맹점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과 회사를 위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탈퇴 점주 보복 출점 영업’과 ‘치즈통행세’ 등 가맹점에 대한 횡포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미스터피자는 본사의 갑질에 못 이겨 프랜차이즈에서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을 차려 피자가게를 열자 인근에 직영점을 출점했다. 이에 더해 미스터피자는 5000원짜리 치킨을 판매하고, 피자를 주문하면 돈가스를 무료로 주기도 했다. 본사의 파격에 가까운 보복성 영업을 이기지 못하고 탈퇴 점주는 지난 3월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여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6월21일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피해방지법 통과돼도 실효성 논란

 

게다가 미스터피자는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의 친인척이 관계된 업체를 중간에 끼워넣어 비싼 가격으로 팔아넘겼다. 이른바 ‘치즈통행료’를 챙긴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MP그룹을 곧바로 압수수색하고 정 전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정 전 회장은 6월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 드린다”면서 회장직 사퇴를 밝혔다.

 

문제는 오너 리스크가 오너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영세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우려했던 매출 감소는 이미 현실화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오너이자 창업주인 최호식 전 회장의 성추행 파문으로 가맹점 매출이 급감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4개 카드사(신한·KB국민·현대·삼성)로부터 받은 카드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 전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혐의 논란 이후 가맹점 매출이 최대 40% 하락했다고 6월28일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싸늘해진 여론을 피부로 느낀다고 증언한다. 한 가맹점주는 “진행 중인 행사가 있어서 매출이 확 감소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대부분 점주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가맹점주 구제 목적의 호식이방지법이 발의된 상태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15인이 내놓은 이 법은 지난 6월20일 프랜차이즈 업체 경영진의 잘못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가맹점주들이 정확한 금액의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맹점이 지적된다. 가맹점의 매출 감소와 오너 리스크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이 6월26일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및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 사과하면서 피해 점주들엔 사과 안 해”

 

김태훈 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가맹점주가 피해액을 요청할 때, 정확한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어렵다. 오너 리스크에 의한 피해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 어려운 탓”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맹점을 없애기 위해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피해 금액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상액 범위를 확실히 해, 향후 오너 리스크가 재발하더라도 가맹점들의 불안 요인을 없애겠단 뜻이다. 게다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매출 피해를 소급 적용해 보상받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탓에 매출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이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유통업체는 소비자와 가맹점주 달래기에 나섰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6월19일 가맹점과 본사 간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창구로서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아울러 7월2일까지 치킨 가격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비용은 전액 본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료육 공급가격 또한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본사 차원에서 가맹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좀 더 구체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다른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업체 오너들이) 국민들에겐 사과하고 정작 가장 많이 피해를 입는 점주들에게 사과하진 않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매출에 피해가 없는 것이다. 위에서 한 잘못 때문에 일선 가맹점이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있으니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다”면서 “본사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도 가맹점주 보호에 적극 나섰다. 공정위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근절을 위해 내놓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합의사항을 모두 이행해야만 시정조치를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분쟁조정 시, 당사자 간 합의만 있으면 공정위 시정조치와 시정권고가 면제됐다. 하지만 실제 본사의 합의사항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하지 않아 이행에 소홀할 수 있단 지적이 있어왔다. 이 같은 우려를 막고자 감시 수위를 더욱 높인 셈이다. 또 거래 종료 후 3년이 지난 후에도 분쟁조정이 신청된다면,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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