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의 들보’ 못 보는 검찰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3 16:46
  • 호수 14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검찰 감찰,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로 전락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은 검찰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합동감찰반은 관련자들에게 횡령죄와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고,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에 대해서만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특수활동비로 격려금 명목의 수사비를 지원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에 눈 감고 귀 막겠다는, 한마디로 막 가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지난 6월7일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이자 명백한 꼬리 자르기”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법무부와 대검 합동감찰반의 결과는 반쪽짜리에 멈췄다”면서 “그 이유는 법무부의 요직을 모두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감찰부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돈봉투 만찬 사건’의 당사자인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왼쪽)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 처분을 내렸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검사, 감찰에서 징계로 이어지는 비율 낮아”

 

검사에 대한 자체 감찰과 이에 따른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2~16년 8월까지의 ‘검사 감찰 및 징계 현황’에 따르면 검사 징계건수는 43건으로, 전체 감찰건수 239건의 18%에 그쳤다. 금품·향응수수나 품위손상 등의 사유가 33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품·향응수수가 10건, 성(性) 관련 부적절 언행이 10건, 음주 관련 사고가 7건, 재산신고 누락 3건 등으로 나타났다.

 

징계유형으로는 경징계가 총 29건으로 67% 이상을 차지했다. 검사징계법상 징계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으로 나뉘는데 견책·감봉은 경징계, 그 이상은 중징계로 구분한다. 7건의 음주 관련 징계와 8건의 성 관련 징계, 2건의 재산신고 누락은 모두 견책이나 감봉 등 경징계에 그쳤다. 노래방 회식 중 법원 국선전담 여성 변호사의 배를 만지거나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동료 여검사에게 부적절한 말을 한 검사들은 모두 견책 처분을 받는 선에서 그쳤다. 정기 재산변동 신고 시 3억3400여만원과 23억5000여만원을 누락한 검사들과 수사 지휘를 받으러 온 경찰관의 영장 신청서를 찢고 폭언한 검사 역시 견책 처분이 전부였다.

 

검사실 회식 도중 검사 직무대리 실무 수습 중인 여성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경우도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에 그쳤다. 혈중알코올농도 0.179%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해 교통사고를 야기했거나 혈중알코올농도 0.130%의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해 교통사고를 야기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153%의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경우 모두 감봉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박범계 의원은 “음주 관련 사고나 재산신고 누락 등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될 처신에 대해 경징계가 많다”면서 “검사의 경우 (수사관 등) 다른 검찰공무원보다 감찰에서 징계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점 등을 볼 때 솜방망이 징계, 제 식구 감싸기 징계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를 저질렀지만 스스로 사표를 내 징계처분을 피한 경우도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에 속하는 사건으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공연음란 행위, 울산지검 검사의 필리핀 원정 접대 의혹 등을 꼽았다.

 

6월7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찰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을 조사해 온 장인종 법무부 감찰관이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감찰, 찍어내기 도구로 전락’ 비판도

 

법무부는 경찰이 김수창 전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기도 전에 김 전 지검장을 의원면직 처리했다.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경찰이 수사 중일 때, 그리고 ‘공무원 징계령’에서 정한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때는 의원면직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사건을 경징계 사안이라고 단정하고 연금 수령 등에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의원면직 처리를 내린 것이다.

 

또한 대검 감찰본부는 울산지검 소속 검사 2명이 중소기업체 대표와 3박4일 일정으로 필리핀 마닐라로 여행을 가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투서를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던 중 해당 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하자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이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20대 국회는 2월23일 퇴직을 희망하는 검사의 경우 징계 사유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해임·면직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징계를 청구해 의결하도록 하는 검사징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감찰이 ‘찍어내기’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징계다. 윤 지검장은 2013년 국정원 대선불법개입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고 있을 당시, 압수수색·체포 영장 청구 사실 등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측은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았던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국정원 직원 소환을 방해한 의혹을 받은 이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징계위가 ‘무혐의’ 처리했다”면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어 제2의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 논란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검사적격심사제도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검사적격심사제도는 검사 임명 후 7년마다 심사를 받도록 해 9명의 심사위원 중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장관에게 해당 검사의 퇴직을 건의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본래 의도와 달리 법무부와 검찰 행태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검사를 솎아내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는 2015년 말 검사적격심사의 심층적격심사 대상에 올랐다. 사법감시센터 측은 “임 검사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적격 판정을 받아 퇴출 위기에서 살아남았다”면서 “문제를 일으킨 검사들은 기소되거나 내부 징계제도에 의해 퇴출되는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제도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는 검사적격심사제도는 제도 유지 여부 혹은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