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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한미 정상회담, 사드·FTA 등 현안 해결 욕심 버려라”

[인터뷰] 동아시아 전문가 신기욱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7(Tue) 16: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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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싸고 요동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 한국은 지난달 새로운 정부를 맞이했다. 불미스러운 사태로 중도 퇴진한 지난 정부로부터 난감한 숙제를 한가득 떠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서둘러 시작된 새 정부 앞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한미 FTA 재협상 등 갖은 현안이 산적해있다. 

 

이런 와중에 한미 정상들 간의 첫 만남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일(6월28일) 미국으로 출발해 현지 시간으로 6월29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역대 한국 정권 가운데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혼란스러웠던 한미관계를 다독이고, 관련 현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당장의 현안을 해결하려하기보단 큰 틀에서 신뢰관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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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외교·안보 문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동아시아 전문가 신기욱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는 6월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사저널과 만나 “한미동맹이란 기본원칙에 충실하라”고 새 정부에 조언했다. 여기저기 산재한 외교 현안들을 지혜롭게 풀어가기 위해 무엇보다 상대국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란 설명이었다. 

 

동아시아 지역 전문가인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아태연구센터와 한국학프로그램 소장을 맡고 있다. 6월26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KF(한국국제교류재단) 특별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신 교수를 6월27일 서울 롯데 호텔 신관에서 만났다. KF가 마련한 이 자리는 아시아학 관련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북미아시아학회(AAS)가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학술대회 ‘AAS Asia’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한미 양국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까.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사회에선 사드라든지, FTA라든지 이런 실무적인 이야기들이 자꾸 나온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정부는 안정이 된 상태가 아니다. 이제 막 외교부 장관을 임명한 상태지 않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동아태 담당차관보가 국무부에서도, 국방부에서도 공석이다. 주한미국대사의 내정 소식은 나왔지만 아직 임명되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양국 외교안보 라인의 실무진이 없는 셈이다.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너무 현안 해결에 혈안이 돼선 안 된다. 양국 간 유대감 강화를 주목표로 하는 ‘본딩 외교(bonding diplomacy)’가 바람직하다. 지금은 정상 간의 인간적 친밀감을 쌓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만나는 기간도 짧은데 어설프게 현안을 끄집어냈다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아직 청와대 인선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라 다소 서둔단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개인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 외교부 장관도 이제 막 임명한 상황이니까. 다음 달 독일에서 열릴 G20에서 만나 인사하고 이번 가을 정도에 방미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문정인 특보의 ‘워싱턴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문정인 교수가 언론을 떠보려 했는지, 지나친 발언을 했는지, 아니면 보수언론에서 그의 발언을 확대 보도한 건지, 사실이 무엇인진 알 수 없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서 좋은 조건을 만든 건 아니었다고 본다.

 

 

북한에서 장기간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미국 내 대북 무드가 경색됐다. 

 

‘웜비어 사건’이 북-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더더욱 한국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 억지로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기보단 한반도 긴장을 풀어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나야 한다. 

 

외교가 어려운 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국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북한의 지도자들 모두 개성이 강하다. 한국이 아직 외교·안보라인 인사도 마무리하지 못한 시점에서 너무 성급하게 중책을 맡으려다간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풀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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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 중 하나로 ‘페리 프로세스’를 제안한 바 있다. 페리 프로세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도 유효하다고 보나. (※페리 프로세스는 1999년 10월 작성된 보고서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의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의 포괄적 해결 방안을 담고 있다. 김대중 프로세스 또는 임동원 프로세스라고도 한다.)

 

물론이다. 페리 프로세스가 1년만 일찍 가동됐어도 남북 관계는 달라졌을 것이다. 페리 프로세스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전제로 한다. 최근 한미 정부는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짓고, 그 틀 위에서 협상을 시도해왔다.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을 동등한 협상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넘어오면서 거의 완전한 고립 상태에 접어들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고위당국자 중 김정은을 만난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물론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장례식 조문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일부 인사 정도다. 

 

김정은의 북한 정권에 대한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리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김정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한다. 이 사람이 뭘 알고 움직이는 건지, 아니면 꼭두각시처럼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건지 한 시간만 얘기해보면 알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가 그 첫걸음이란 지적이신데, 북한이 이제 와서 대화의 테이블로 쉽게 나올까.

 

쉽게 만나주진 않을 것이다. 한국이 노력해서 큰 그림을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한을 너무 홀대했다. 단적으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평양에서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최고위급 간부들이 참석했다. 그게 나름의 대화를 위한 제스처였다고 본다. 그때 우리 정부가 서울로 불러 특사 대접도 하고 대화의 물꼬를 텄어야 했다. 아쉬움이 있는 부분이다. 

 

 

이젠 미국 리더십도 북한의 리더십만큼이나 예측불가해진 것 같다. 트럼프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출 발언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

 

트럼프는 여전히 트위터를 통해 일관성 없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물론 돌출 발언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트럼트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최고 수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기조도 사실 오바마 정부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트럼프는 지금 국내적으로도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사방이 막혀있는 형국인데, 이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우려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으로 돌파구 찾으려는 것이다. 확률이 높진 않겠지만.

 

물론 미국은 그들이 선제공격을 했을 때 북한의 반격에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쉽사리 북한을 공격하진 않겠지만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1%의 가능성도 가능성이다. 

 

북한은 새 정부 들어 다섯 번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핵실험 소식은 잠잠하다. 북한의 핵실험이 기술적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북한의 목표는 분명하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최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해 ICBM의 마지막 수순인 3단계 엔진 실험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로선 이 부분도 부담이다. 어느 미국 대통령도 자기 임기 중 북한이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정부로서 전쟁 가능성을 재볼 만한 또 다른 이유다. 미국은 어차피 늘 전쟁 준비가 돼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종 외교 현안이 꼬여 있는 듯하다.

 

동아시아 이슈를 다룬 지 20년이 됐지만, 지금처럼 외교안보 문제가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과거엔 한 쪽이 꼬이면 한 쪽이 쉬웠다. 노무현 정부 때도 한미관계가 어려웠지만 중국 및 북한과의 관계는 괜찮았다. 지금은 총체적 난국이다. 중국, 일본과도 어렵고, 미국과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꼬이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 외교안보의 축은 한미동맹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미국을 방문해 한미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은 적절한 제스처라고 본다. 

 

물컵을 엎질렀을 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잘 닦아 내는 게 중요하다. 엎질러진 물을 원래대로 컵에 담을 수는 없다. 외교 현안도 마찬가지다. 전임정부의 과오라 하더라도 ‘정부 대 정부’로 약속한 사안이라면 완전 무효화해 재협상하는 것보단, 기존 안을 보완하고 발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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