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안성기 단독 인터뷰가 시사하는 점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6 17:39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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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1445호를 집어든 독자 여러분은 표지를 보고 “웬 안성기?” 하고 놀라셨을 겁니다.

 

시사저널을 오랫동안 애독해 오신 분이라면 그러실 만도 합니다.

 

시사저널이 연예인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것은 2010년 11월16일자로 발행된 1099호 이후 처음입니다. 1099호는 ‘한류 新아이콘’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를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안성기씨를 표지 모델로 내세운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올해가 안성기 데뷔 60주년인 데다 개별 매체와 진행한 이른바 ‘단독 인터뷰’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안성기. 이름 석 자로 대한민국 전역에 통하는 몇 안 되는 개인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국민’ 자(字)가 남발되는 이 시대에 자타가 공인하는 그야말로 국민배우죠.

 

그러나 안성기씨를 단독 인터뷰로 저희 지면에 모시는 것은 난이도가 최상급이었습니다. 겸손한 성품의 그가 개별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참고로, 그가 데뷔 60주년 관련해서 입을 연 것은 지난 4월13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마련한 데뷔 60주년 기획전에서 언론 공동 인터뷰를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인터뷰 성사 비결은 ‘영업비밀’에 속하므로 설레발은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안성기씨에 대한 저의 지식은 보통 수준입니다. 안성기씨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정도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인터뷰 원고를 읽고 놀랐습니다. “아! 이래서 60년 동안 인기를 누렸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최근 김기덕 감독 작품에 출연했다는 대목도 흥미로웠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안 어울리는 듯한데 안성기씨가 걸어온 길이 실험작의 연속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납득이 갔습니다.

 

한국에도 아역 배우는 많습니다. 안성기씨도 아역 배우 출신입니다. 그러나 아역 배우가 롱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안성기씨처럼 60년이나 국민배우로 롱런한 경우는 그가 유일합니다. 말이 60년이지 어떤 분야에서든 60년 동안 최고였다면 대단한 일입니다. 하물며 변화가 극심한 연예계에서 60년 동안 최고 인기를 누려왔다는 것은 존경할만한 대목입니다.

 

까닭을 생각해 봤습니다. 첫 번째는 자질입니다. 그는 ‘천재소년’이 아니라고 겸손해했지만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예체능계는 타고난 DNA가 중요하며 노력만으로는 최고가 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다음은 노력입니다. 그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전부 지면에 담을 순 없지만 그의 출연작 다수가 시대정신을 반영하면서도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를 시사합니다. 그가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자 다른 질감의 실험작을 흥행작으로 만들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이 어느 정돌지 능히 짐작이 됩니다.

 

안성기씨가 고난을 많이 겪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어서 순탄하게 살아온 줄 알았는데, 베트남이 통일되는 바람에 1970년대 후반에 그도 꽤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더군요. 그가 20대에 이런 어려움을 겪은 덕분에 연기에도 깊이가 더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 보면 파나소닉 창업주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의 “나는 금전, 건강, 두뇌 등 세 가지가 없어서 분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대배우 안성기의 데뷔 60주년을 축하하며 10년밖에 안 남은 70주년 때도 시사저널과 단독 인터뷰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각 분야에 안성기씨 같은 인물이 늘어나 대한민국이 멋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사저널은 이야기 되는 인물 탐구에도 주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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