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미얀마 이권 개입’ 직접 지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3 16:50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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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입수한 안종범 수첩에 관련 내용 기재…‘중요 증인’ MITS 코리아 대표 미얀마로 잠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가 차명으로 지분을 소유한 사기업과 교통안전공단의 80억 상당에 이르는 협약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교통안전공단과 미얀마 상무부는 자동차 검사장비를 미얀마에 무상으로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 무상원조는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참여시켰던 ‘MITS 코리아’에 제공되는 구조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사익을 위해 국가 간 협약까지 개입한 것이다. 남은 숙제는 교통안전공단의 누가, 어떤 지시를 받아서 미얀마와 협약을 체결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당시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공단의 자동차 검사기술을 활용해 미얀마로 수출되는 한국 중고차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미얀마의 교통안전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교통안전공단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安수첩 ‘교통안전공단’ ‘중고차 선적’ 기록

 

시사저널은 지난 2월4일자 “최순실, 미얀마와 국가 간 협약에도 개입했다” 기사를 통해 교통안전공단과 MITS 코리아 간의 협약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7월4일 딴 민 미얀마 상무장관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했다. 그런데 딴 민 장관은 청와대에 들어가기에 앞서 교통안전공단의 상암자동차검사소를 먼저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딴 민 장관과 교통안전공단은 80억원 상당의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를 담당했던 교통안전공단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자동차검사소를 건설하고 장비를 넣고 관련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 등을 포함해 80억원 정도 규모였다”고 밝혔다.

 

미얀마는 우리나라의 관세청과 같은 개념인 MITS(Myanmar Inspection & Testing Services Ltd.)라는 정부 검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MITS는 미얀마로 수출되는 특정 상품에 대해 상대국과 미얀마 간의 제반검사를 실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MITS 코리아라는 지사가 한국에서 미얀마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의 검사를 맡고 있다. 따라서 교통안전공단과 미얀마 상무부가 체결한 80억원 상당의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의 이익은 고스란히 MITS 코리아에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MITS 코리아는 760억원 상당의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가로 최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인호섭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인씨는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명의로 최씨에게 MITS 코리아 주식 15.3%(3060주)를 제공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세금으로 이뤄진 ODA(공적 개발 원조) 예산이 최씨가 지분을 소유한 사기업에 제공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씨는 조카 장씨에게 “나랏돈이 들어간 주식으로 평생 먹고살 돈”이라며 “(차명주식을) 잘 보관해라”하고 말하기도 했다.

 

협약 체결 소식은 청와대에 보고됐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를 꼼꼼히 챙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새롭게 입수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을 보면, 8월8일자에 ‘교통안전공단’ ‘중고차 선적 전 검사’라고 기재돼 있다. 8월8일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을 살피러 미얀마를 다녀온 직후였다. 특히 최씨가 미얀마에 머무는 동안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차명전화를 통해 7차례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요구를 받고 안 전 수석에게 교통안전공단과 MITS 코리아가 맺은 협약을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교통안전공단 측은 “미얀마 상무부와 계약서가 아닌 합의록(statement)을 작성했을 뿐”이라며 “어떤 루트를 통해 청와대에 보고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MITS 대표, 미국 국적 보유해 소환 힘들 것”

 

안 전 수석의 수첩에서 밝혀진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은 이번 협약에 애초부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 협약이 “ODA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이 ODA 사업에 참여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ODA 사업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이외 42개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교통안전공단은 무상원조 주관 및 시행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코이카의 협조가 필요하다. 교통안전공단은 “(이번 협약이) ODA 사업이기 때문에 코이카라든지 외부 기관의 위탁을 받아서 진행해야 한다”며 “이후 코이카 측에서 정부 대표단을 구성해서 실사를 했는데 타당성이 없다고 해서 사업을 접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이카는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 협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코이카 관계자는 “지난해 7월4일 미얀마 상무장관 방한 시 교통안전공단과의 자동차 검사시스템 관련 체결 여부는 코이카와 무관한 사항”이라며 “코이카는 교통안전공단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동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MITS 코리아 대표 인씨는 교통안전공단과의 협약 때는 물론 딴 민 장관과 박 전 대통령이 접견하는 청와대 자리에도 동석했다. 교통안전공단 측은 “딴 민 장관의 공단 방문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 요청에 의해서 이뤄졌다”며 “인씨는 미얀마 대표단의 공단 자동차검사소 방문 시 동행했고 청와대 일정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정기관 관계자는 “인씨는 미얀마 장관과 대통령이 양국 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할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통해 인씨의 역할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씨는 지난 2월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다. 인씨는 최씨에게 회사 지분을 준 사실이 밝혀졌지만 현행법상 알선수재 공여자는 처벌이 어렵다. 당시 특검은 “최씨의 ‘공범’으로 인씨의 피의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인씨는 현재 미얀마로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인씨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미얀마 이권 개입 사건을 입증할 중요 증인”이라며 “인씨는 이중 국적 상태였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만 보유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미얀마로 출국했기 때문에 인씨를 법정에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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