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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플러’ 친위세력 키우는 김정은

[평양 Insight] 조선소년단 8차 대회 참석…김정은 “제국주의를 미워하라!”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5(Sun) 10:00:00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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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6일 평양 모란봉구역에 자리한 4·25문화회관에서는 성대한 정치행사 하나가 치러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이른바 ‘1호 행사’였다. 그런데 주석단으로 불리는 단상의 자리배치가 평소와 달랐다. 노동당과 군부 고위 간부들이 앉던 김정은의 양옆 자리를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들이 차지했다. 객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목에는 붉은 머플러가 감겨 있었다. 이들은 북한 전역에서 선발된 청소년 조직인 ‘조선소년단’ 대표들이었다. 소년단 8차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고 김정은이 직접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행사가 개막된 이날은 조선소년단 창립 71주년 기념일이었다. 만 7세부터 14세까지의 북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소년단은 1946년 청년동맹 산하 조직으로 출범했다. 현재는 300만 명의 회원을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회주의 조국을 위하여 항상 준비하자’는 구호를 내세운 소년단은 김정은이 집권 이후 가장 관심을 쏟는 조직 중 하나다. 김정은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6월 조선소년단 7차 대회를 열었고, 4년 만인 이번에 다시 행사를 개최했다. 김일성·김정일 집권 시기를 통틀어 6차례 열릴 정도로 뜸했던 소년단 대회를 김정은은 집권 6년 차 동안 2차례나 개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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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6년 차 김정은, 소년단 대회 두 차례 개최

 

김정은의 소년단 애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행사에서 직접 장문의 연설까지 했다. 발언 핵심은 “제국주의를 미워하라”는 주문이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소년단원들은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수들을 미워하고 언제나 혁명적 경각성을 높이며 원수들이 덤벼든다면 용감하게 싸울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년단 대표들은 김정은의 목에 직접 붉은 머플러를 매주는 의식을 통해 존경심과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소년단 대회 참가자들과 찍은 사진도 우리 정부 당국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화제가 됐다. 행사장인 4·25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이뤄진 기념촬영은 김정은 찬양과 우상화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미리 도열해 있던 수천 명의 어린 학생들 앞에 김정은이 등장하자 곳곳에서는 함성과 함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김정은 양옆에 앉은 학생들은 어색한 몸짓과 표정으로 친밀감을 표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촬영행사를 마친 김정은이 승용차에 오르려 하자 운집한 소년단원들이 일제히 몰려드는 바람에 당 간부와 경호요원들이 진땀을 빼는 모습도 북한TV 화면에 드러났다. 현장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달음박질로 쫓아가며 오열하는 장면도 드러났다. 한 고위 탈북인사는 “소년단 대회 같은 김정은 참석행사는 미리 철저한 연습을 거쳐 학생들에게 역할이 주어진다”며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되다 보니 어린아이들 표정이 기이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촬영장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차관급)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매체들이 공식적으로 김여정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빠의 곁에서 꽃다발을 챙기는 모습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검은색 투피스 차림의 김여정은 밝은 표정으로 행사장을 누볐다. 김여정은 앞서 4월11일 최고인민회의 회의와 이틀 뒤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 15일 김일성 생일행사에 등장한 바 있다. 어린이들이 대거 참석한 소년단 행사장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연출하기 위해 김여정이 등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소년단 조직에 이처럼 관심을 갖는 건 김정은 체제의 미래 지지기반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에서라는 분석이다. 소년단 대회 당일 북한 노동신문은 “소년단 제8차 대회는 노동당의 후대사랑, 미래사랑의 고귀한 결정체”라고 주장했다. “소년단원들이 건전하고 씩씩하게 자라나야 사회주의 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어린 소년들에게 김정은 찬양과 체제수호를 강조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김정은이 직접 연설을 통해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를 소년들에게 불어넣고 있는 배경도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 신변위협 느껴 주로 새벽에 활동”

 

33살 청년지도자인 김정은으로선 향후 50년 집권 플랜을 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11년 말 김정일 사망으로 집권한 이후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나 제재는 체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강경노선과 한반도 무력 전개를 통한 시위가 이어지면서 극도로 불안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6월15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김정은이 신변위협을 느껴 활동을 주로 새벽에 하고, 지방을 방문할 때 전용차를 타지 않고 간부 차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유사시 김정은 제거를 상정한 일명 ‘참수작전’과 관련한 정보를 캐내려 혈안이 돼 있다는 보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까지 무참히 처형하는 공포정치로 당과 군부의 간부들을 복종시키는 데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불안한 구석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외교관이나 빨치산 가문을 비롯한 핵심층까지 탈북·망명길에 오르면서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정은은 미래세대를 잡지 않고는 장기적인 집권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자의 진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나마 외부문물에 덜 오염되고 체제교육의 틀에서 이탈하지 않은 조직이 소년단이고, 이를 미래 친위세력으로 키우겠다는 게 김정은의 계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뜻대로 북한의 청소년들이 3대 세습 권력의 지지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평양의 특권층은 물론 북·중 국경지대의 주민들은 외부문화에 눈떴고 한국의 가요·드라마와 물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북한의 청년학생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학생과 주민·군인들에게는 “미 제국주의자를 소멸하자”며 반미 사상교양을 강요하면서 최고지도자는 데니스 로드먼을 비롯한 전미농구협회(NBA) 선수들을 평양에 불러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조선소년단이 김정은 친위세력이 아니라 미래의 북한체제 변혁을 이끌 세대로 준비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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