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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미묘한 감사 시점…언론개혁 신호탄 될까

감사원, KBS에 대한 예비감사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ㅣ mw@sisajournal-e.com | 승인 2017.06.23(Fri) 08:30:00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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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공영방송 KBS에 대해 예비감사에 착수하면서 언론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표적감사가 아닌 올해 계획에 포함돼 있던 정기감사로 알려졌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결국 언론 적폐 청산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사저널e는 6월14일 정치권 및 사정기관을 통해 감사원이 KBS에 대해 예비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예비감사는 본감사에 착수하기 전 벌이는 정지 작업 성격을 갖는다. 예비감사를 마치면 감사원은 6월말부터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KBS 감사, 언론 적폐 청산 시발점 될 것”

 

감사원이 KBS 기관 자체에 대한 전반적 감사에 들어가기는 2008년 정연주 사장 시절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당시 감사원은 정 사장 체제의 KBS가 방만 경영, 인사전횡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감사를 벌인 바 있다. 이후에도 감사원은 KBS와 관련한 세부적인 건들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기관 경영 사항 전반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번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인사·재무 등 경영 전반 사항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건 박근혜 정부 때 논란이 됐던 부분들이 어떻게 다뤄지느냐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리포트 삭제 요구를 한 사실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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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감사원의 행보를 놓고 표적감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다만 이번 KBS 감사는 기존의 정권 입맛 맞추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감사원은 올해 초 KBS를 감사 대상 기관으로 홈페이지에까지 올려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연내 언젠가는 치러질 감사였다는 의미다. 다만 감사에 돌입한 시점 자체가 공교롭게도 한창 공영방송 적폐 청산에 대한 논란이 뜨거울 때와 맞물려, 결국 언론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방산비리·4대강 등 적폐라고 지적된 많은 영역들에 대한 조사작업이 감사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감사원은 원래 계획대로 감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시기적으로 볼 때 KBS 감사가 결국 언론 적폐 청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및 방송업계에선 현 정부가 앞선 차관급 인사를 통해 이미 언론 적폐 청산을 위한 포석을 깔아놓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6월8일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제2차관으로 임명했다. 얼핏 보면 영전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여기엔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위원은 지난 4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임 전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진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번에 김 위원을 미래부 제2차관에 임명하면서 정부는 방통위 과반 석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다.

 

KBS는 이번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조사까지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6월9일 민주당 소속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의원들은 2011년 ‘KBS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의혹은 수신료 인상 관철을 목적으로 KBS 인사가 민주당 회의 내용을 몰래 녹취해 한선교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현재 검찰 역시 개혁 대상으로 강하게 거론되고 있는 만큼, 해당 사건 재수사를 통해 명예회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S·MBC 검찰수사 가능성도 대두

 

KBS와 달리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닌 MBC도 검찰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언론개혁 칼바람 앞에 KBS와 MBC는 운명 공동체에 가까운 모양새다. 지난 6월8일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을 겨냥해 “본인들이 왜 그 자리에 있나 생각해 보고 MBC 구성원과 후배 기자들을 생각해 거취를 결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고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광한 전 사장, 윤길용 MBCNET 사장 등 MBC 전·현직 임원들이 회삿돈으로 관광을 하거나 인사권자에게 로비를 한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김 사장과 고 이사장은 윤 사장에게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감사원이 KBS에 대해 대대적 감사에 착수한 이상 검찰 역시 해당 수사에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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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현 정권 들어 KBS·MBC 사장 퇴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정권 교체 때마다 나타나는 공영방송 사장 찍어내기 시도가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는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아예 “방송 장악 시도”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공영방송 사장 지키기에 나섰지만, 사정기관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함에 따라 언론개혁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고대영 KBS 사장은 내부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KBS노동조합 등 10개 단체가 KBS 내부 직원 32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88%가 고 사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회 미방위 여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권과 유착하지 않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도 못 지켰으면서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그 원칙만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본인들이 잘했다면 정권이 뭐라고 하든지 직원들이 사장을 지켜주려 할 텐데, 오히려 내부 직원들이 더 나가라고 하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영방송 사장을 나가라고 하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주장엔 동의한다”며 “다만 해당 사장들을 내려보낸 전 정권 인사들이 파면이나 구속당했고, 실제로 그 결과물로 공영방송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졌는데 이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언론자유는 늘 지켜야 하는 보편적 가치이지, 자신이 유리할 때만 내세워 방어논리로 사용하는 가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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