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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법적 효력 줘야

[쓴소리 곧은 소리] 인사청문회 제도적 손질 필요하다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2(Thu) 15:00:00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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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호평을 받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본인의 5대 인사 원칙(병역 면탈, 탈세,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위장전입)으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문 대통령은 5월19일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오찬에서 “자신이 스스로 한 말(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강조할 정도로 대통령으로서 말 한마디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약속에 대한 강력한 실행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요 정부 각료 인선 과정에서 많은 후보들이 문제를 드러내면서 문 대통령의 5대 인사 원칙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쯤 문 대통령은 ‘깨끗한 사람이 우리 사회에 이 정도로 드물었나’라는 회한(悔恨)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의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인사청문회가 왜 도입되었는지 다시 한 번 원점에서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정부를 건설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내세운 선거 공약이었다. 2000년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시작된 청문회는 2003년 4대 권력기관(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의 수장까지 대상 범위가 확대됐고, 2005년 국회법 개정으로 모든 내각의 수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자로 규정되면서 검증의 영역이 점점 확대됐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기 전 대통령은 여당을 통제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 주요 정치인과 폴리페서들은 자리를 얻기 위해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혈안이 됐고,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남발한 사람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상관없이 주요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면서 패거리 정치가 횡행하게 됐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자질과 도덕성 이전에 힘 있는 사람의 의중(意中)을 잘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한 성공의 척도라고 느끼며 자괴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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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협치의 도구, 한국은 협박의 도구

 

국내에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걸쳐 국가를 이끌 리더가 될 사람은 보다 윤리적이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인사청문회를 통해 지각하게 됐다. 이미 학계에서도 도덕적 위기의 시대에 지도자의 윤리의식, 정직성은 성직자보다 더 엄격하게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제프리 페퍼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지난 20년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정제된 언행과 절제된 삶을 유지하며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인사청문회가 우리 사회에 주는 실천적 지혜는 자명하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후보들의 면면은 분명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장전입, 탈세 등은 기본이고, 만취 수준의 음주운전 경험까지 보유한 후보도 등장했다. 이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야당은 집중 포화를 쏟아내며 엄포를 늘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관심 밖 영역으로 벗어난 지 오래다. 인사청문회는 협치의 도구가 아닌 협박의 도구로 전락했다.

 

수많은 언론에서 인사청문회의 한계를 지적하며 비교하는 벤치마킹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올해를 기준으로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지 정확히 230년이 지났다. 미국의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모두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2% 미만의 낙마율을 보인다는 점에서 미국의 청문회 방식을 다시 한 번 곰곰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정치 분야에서 가장 선진화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인사 검증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백악관이 직접 FBI, 국세청 등과 주도적으로 사전 검증을 반년 가까이 깊이 있게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후보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차 도덕성 검증을 통과한 후보는 곧바로 전문성을 보유한 의원들에 의해 날카로운 정책 검증을 받는다. 정책 검증은 그야말로 후보가 해당 분야에 최적화된 전문성과 능력,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당면한 현안에 대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세밀하게 검증하는 절차다. 후보들은 이 과정에서 진땀을 흘리지만 공개된 정책 청문회에서 면박을 주고받는 정치인은 거의 없다.

 

이와 같은 미국의 인사청문회 방식을 발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는 10년 전부터 나왔다. 정책에 대한 세밀한 검증,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존중과 건설적인 견제가 미국 인사청문회의 기본적 토대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청문회를 통해 자신을 비난했던 상대 당의 주요 인물도 소신과 역량이 뛰어나면 과감히 기용해 협치를 실질적으로 진행해 나갔다. 청문회를 비난과 협박의 도구로 삼지 않기에 1차 도덕성 검증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명된 후보의 정책 역량이 훌륭하다면 미국 의회는 예의를 갖춰 정부 각료 임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미국 정계에서 인사청문회는 협치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묻지마 청문회에 대한 제도적 손질 필요

 

이에 비해 국내 인사청문회는 보고 있기 낯 뜨거울 정도로 수준 이하일 때가 많다.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비난이 오가는 건 예사고 후보는 언제나 수동적인 자세로 ‘죄송합니다’만 반복한다. 반면, 같은 국회의원들끼리의 동업자 정신은 막강해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정부 각료로 임명될 때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100% 통과라는 진기록을 낳았다. 절차적 제도는 또 어떠한가.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은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반면 정부 부처를 책임지는 내각의 장관은 청문회 결과가 최악이더라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왜 인사청문회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하면서도 개선 방안은 찾지 않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개정안이 다양하게 올라왔지만 실질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된 적은 없다. 5년 후 자신의 당에서 대통령이 당선될 수도 있다는 단기적 시각에 안주하다 보니 17년째 청문회 개선 논의는 흐지부지 상태며, 구태의연한 인사청문회 진행 방식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인사청문회에 관한 제도적 손질을 가해야 한다. 먼저 국회에서 채택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법적 효력을 갖춰야 한다. 인사청문회 결과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인물이 정부 부처를 이끄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다음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은 후보를 정부 각료로 임명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윤리 및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 업무 능력 및 정책 역량 검증은 공개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윤리 및 도덕성 검증을 공개적으로 할 경우 국민 여론에 지나치게 휘둘리면서 여론몰이 청문회로 끝날 수 있어 일정 부분 비공개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인사청문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 개선 방향을 모색해 청문회 진행 방식과 청문 대상 확대를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 눈높이를 외면한 채 불필요한 정쟁에만 집착하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인사청문회는 계속 수준 이하의 블랙코미디에 머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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