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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우표’를 둘러싼 논란들

우정사업본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예정대로 발행”…시민단체∙우정사업본부 노조 반발

조유빈 기자 ㅣ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6.19(Mon)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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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진행되는 사업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우표를 예정대로 올해 9월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념우표 사업이 디자인 도안을 마무리할 단계에 접어들면서 발행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6월30일까지 우표 디자인 도안을 마무리하고 7월10일 인쇄발주를 거쳐 9월15일 발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한 ‘2017 기념우표계획’에는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우표 발행 사업이 포함됐다. 총 60만장이 발행될 예정인 이 기념우표 발행 사업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구미시의 요청으로 진행된 것으로, 같은 해 5월23일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심의위원들의 표결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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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의위원회에서 타당성 논의도 없어”

 

우정사업본부 기념우표는 행사우표, 시리즈우표, 공동우표, 특별우표 등으로 나뉜다.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우표는 행사우표로 분류됐다. 행사우표는 국가적인 행사나 역사적으로 뜻 깊은 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하는 우표다. 당시 위원회 심의에 부쳐진 기념우표 중 행사우표로 분류된 것은 총 7가지로, 제15회 식품안전의 날 기념우표(식품의약품안전처), 3050국립공원기념사업 기념우표(국립공원관리공단), 우당 이회영 선생 탄신 150주년 기념우표(우당이회영선생기념사업회), 백범일지 출간 70주년 기념우표(백범김구기념관),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기념우표(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였다. 이 중 백범일지 우표와 식품안전의 날 기념우표만 부결되고, 나머지 안건은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우표 사업 심의 과정에서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최명길 더불어민주당(현 국민의당) 의원이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출 받은 우표발행심의위원회 회의록과 속기록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 단 한 번의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심의를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박정희 기념우표에 대해서는 발행하기로 결정한 반면 백범일지 기념우표는 왜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이유를 확인하려 했으나 우표발행심의위원회 회의록에서는 이를 찾을 수 없었다”며 “두 우표의 발행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회의록을 보면 다른 안건인 평창동계올림픽 우표에 대한 논의, 식품안전의 날 기념우표 사업과 관련된 내용,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15주년 기념우표 발행에 대한 내용, 3050국립공원 기념우표 등에 대한 내용은 언급됐다. 특히 우당 이회영 선생 탄신 150년 기념우표와 관련한 심의 중에는 “좌익과 무정부주의자 논란이 있으며 정치적종교적 문제가 있는 경우 우표를 발행하지 않는 불문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부결된 백범일지 기념우표와 심의를 통과한 박정희 탄생 기념우표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회의 6일 전에 심의위원들에게 안건을 미리 배포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회의에서 별도 언급이 없었던 것”이라며 “표결로 발행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냥 통과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직 대통령 탄생일 기념우표 발행 전례 없어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 탄생일을 기념한 우표를 발행한 전례가 없다. 대통령 우표는 보통 취임을 기념해 발행됐는데, 정부가 수립된 후부터 윤보선 전 대통령 때를 제외하고 총 17번 발행됐다.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우표발행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유일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인 1955년과 1956년 80번째와 81번째 생일을 기념해 발행됐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기념우표 발행은 국민 상식에 맞는 기준으로 정부 차원의 검토를 거쳐 발행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탄생’과 관련한 기념우표는 지금까지 발행된 적이 없다”며 “상식적이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결정은 ‘국민의 상식’으로 다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우표 제작은 박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사업 중 하나다. 경상북도와 구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11월 박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진행해왔다. 주요 사업은 추모, 학술·출판, 문화·예술, 새마을, 홍보·조직 등의 분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기념우표와 메달 제작, 박 전 대통령 포럼과 국내 및 국제학술대회, 전기 발간 등의 사업이 포함됐다.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는 국비 등 871억원이 투입됐다.

 

구미YMCA, 구미참여연대, 민주노총 구미지부, 어린이도서연구회 구미지회, 전교조 구미지회, 참교육학부모회 구미지회 등 구미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동안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을 반대해 왔다. 이들은 기념우표 발행이 지금까지 구미 시민들이 끊임없이 중지를 요청해 온 ‘박정희 100년 사업’ 중 일부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박정희 기념우표의 발행 계획을 중지할 것을 우정사업본부에 요구했다. 

 

구미지역 시민단체는 “반발의 주된 이유는 독재자를 미화·우상화하는 사업의 성격 때문”이라며 “우정사업본부가 독재자에 대한 미화·우상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을 강행한다면 구미시, 그리고 경상북도와 함께 전 국민적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우표 발행, 우정사업본부훈령 위반”

 

시민단체들은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의 경우 기념우표를 발행할 수 없다’는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훈령 제4조3항은 4가지 소재의 경우에 기념우표 발행을 금지하고 있는데 생존 인물(대통령 취임 또는 역사적인 사건의 인물일 경우에는 예외), 정치·종교·학술적 논쟁 소지가 있는 소재, 기부금이 첨부된 우표 또는 우취 제품과 종교 단체 등을 기념할 경우, 특정 종교단체나 개인 등을 기념하기 위한 소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논쟁이 있는 소재에 해당해 우정사업본부 훈령인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세칙’의 발행 금지 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우정사업본부장은 기념우표를 발행할 경우 우표발행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결정은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심의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법규인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우정사업본부훈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우정사업본부 내부에서도 우표 발행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공무원노동조합(우정사업본부)이 발행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박정희 기념우표의 발행으로 인해 발생할 우정사업의 이미지 훼손과 종사원들의 자존감 상실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며 “이 우표 발행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우정본부의 변화가 없을 시 전면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 측은 지난해 5월23일 심의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만큼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미시가 발행 중지를 요청하거나 우표발행심의위원회가 여론을 살펴 우표 발행을 취소하지 않는 한 박 전 대통령 탄생 기념우표는 예정대로 발행될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달 30일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의 도안을 확정하고, 예정대로 오는 9월15일 60만장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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