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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서울대병원 ‘외압’ 아니면 ‘눈치’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수정 논란…진단서 발부·수정 책임 소재도 오락가락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9(Mon) 10:30:00 |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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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은 6월15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백남기씨 사망원인을 기존의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병원 측은 유족이 제기한 의료소송을 계기로 사망진단서를 재검토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병원장까지 나서서 ‘사망진단서 수정은 없다’고 했던 서울대병원이 9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한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병원이 새 정부로부터 외압을 받았거나, 스스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농민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서울대병원에 후송됐다가 지난해 9월25일 사망했다. 당시 주치의인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의 지시를 받은 전공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록했다. 이를 두고 서울대 의대 재학생, 동문 등이 잇따라 성명을 내면서 정치·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병원 측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했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은 의료법상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던 서창석 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병사’로 기록된 사망진단서를 고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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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외압 없었다”

 

올해 1월 유족 측이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사망진단서 수정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병원이 사망진단서 건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병원은 백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고, 백 교수는 ‘병사’라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자 병원은 담당 진료과인 신경외과에 소명을 요구했고, 신경외과는 ‘사망진단서는 대한의사협회 지침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병원은 6월7일 의료윤리위원회를 열어 수정 권고 방침을 결정했다. 이 권고를 당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받아들이면서 사망진단서 수정이 이뤄졌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은 “법률적 책임이 작성자에게 있으므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전공의에게 수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이 수정 방침을 정한 시점은 묘하게도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겹친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권위가 대단한 서울대병원이 입장을 번복한 것은 이례적이다. 백 교수가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도 서울대병원이 수정 방침을 정한 시점을 보면 외압을 받았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또 서울대병원은 감사원의 감사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오기 전에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이미 6개월 전부터 논의해 왔던 사안으로 외부 압력도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김 진료부원장은 “의료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사망진단서 논란과 관련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6개월간 논의해 왔다. 정치적 변화 때문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사망진단서 수정에) 동의한 것은 아니므로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은 7월부터 감사관이 현장을 방문하는 감사원의 실질감사를 받는다. 서울대병원이 감사를 앞두고 있어서 사망진단서를 수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진료부원장은 “실질감사와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을 연결하는 것에 놀랐다. 이번은 9년 만에 정기감사를 받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2월 일부 병원 직원이 백씨의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한 부분에 대해 감사를 받은 바 있다.

 

서울대병원이 의료윤리위원회를 열어 사망진단서를 수정한 선례는 없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사망진단서는 수시로 발부되고 수정돼 왔지만, 의료윤리위원회를 열어 사망진단서를 수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병원 측의 설명은 ‘정치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원 원장은 “지난해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던 서울대병원이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 변경한 것은 외압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새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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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진단서 작성·수정 책임 분명히”

 

한번 발행한 사망진단서를 수정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으면 가능하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망진단서 수정은 언제든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망진단서를 받은 유족이 보험 관련 때문에 수정을 요구해 오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때 의사로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유족에게 혜택을 주는 쪽으로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서울대병원의 수정 사례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사망 원인 등의 판단은 교수가 했지만, 사망진단서 작성은 전공의가 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윤리·현실적 책임 소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진단서 작성을 서울대병원은 주로 전공의가 쓰고, 세브란스병원은 대부분 교수가 담당하는 등 병원마다 관행이 있어서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제도적 허점에 국회가 제동을 걸었다. 진단서나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의사가 아니면 수정할 수 없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올해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번 서울대병원 수정 사례로 이 개정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이 개정안의 핵심은 교수든 전공의든 환자의 주치의가 진단서 발부와 수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외상이 발생한 후 상당 기간 치료 중에 사망한 경우를 외인사로 볼 것인지, 병사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의사 집단의 합의에 따라 작성된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을 따른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사망진단서가 잘못됐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늦게나마 바로잡아서 다행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전문가다운 자세”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 사례와 같이 주치의 개인과 전문가 집단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비효과처럼, 넘어진 사람이 병원에서 죽었다고 해서 넘어진 것 자체가 사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 사람이 본래 간 질환을 앓고 있어서 이 때문에 사망할 수 있는 것”이라며 “환자를 본 주치의가 가장 정확하게 판단한다. 전문가 집단이라고 해도 주치의가 아닌 사람들의 판단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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