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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커피 맛도 손맛이다

[구대회의 커피유감] 숙련된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는 예술적 가치 지녀

구대회 커피테이너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8(Sun) 16:0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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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어머니가 연탄불에 끓여낸 뚝배기 된장찌개는 참 구수하고 칼칼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특유의 감칠맛은 어머니만이 낼 수 있는 솜씨였다. 그런 어머니는 아버지가 몹시도 그리우셨는지 3년 전 하늘나라로 돌아올 수 없는 ‘소풍’을 떠났다. 아내가 끓인 된장찌개도 맛이 있지만, 예전 어머니 것과는 다르다. 설령 어머니가 레시피를 남겼다고 해도 아내가 그 맛을 재현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어머니의 손맛까지 담을 순 없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아내의 된장찌개를 엄마의 손맛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어머니의 손맛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산다.

 

음식만 손맛이 있는 게 아니다. 커피도 손맛이 있다. 간혹 손님들은 “왜 사장님이 내리는 커피와 직원들이 뽑아내는 커피 맛이 다른가요”라고 묻는다. 핸드드립은 그렇다 쳐도 이미 원두의 굵기와 양이 세팅된 전자동 그라인더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 맛이 다르다는 점에 일부 독자는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커피 좀 마신다는 분들은 “맞아”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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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한 잔에 6~7가지 과정 거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메리카노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물론 원두의 종류와 그라인더의 분쇄 굵기와 시간, 에스프레소 머신 추출 버튼 세팅은 동일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바리스타의 능력이 미치는 부분은 분쇄된 원두를 포터필터(커피 원두가루를 담는 추출도구)에 담는 것, 탬핑의 세기, 탬핑 시 수평 여부, 탬핑 후 포터필터를 머신에 장착할 때 걸리는 시간, 장착 후 추출 버튼을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 뜨거운 물의 양, 컵에 물을 먼저 붓느냐 아니면 나중에 붓느냐 정도다. 여기서 한 공정만 잘못돼도 커피 맛에 미세한 차이가 생긴다.

 

분쇄된 원두를 포터필터에 담을 때 일부를 흘리면 추출 시간이 짧아질 수 있어 과다추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포터필터에 담은 커피가루를 탬퍼를 사용해 수평을 맞추는 행위를 탬핑이라고 하는데, 누르는 힘의 세기에 따라 과소 또는 과다추출의 원인이 된다. 또한 수평을 맞추지 못하면 가해지는 압력은 동일한데 포터필터 내 특정 부분의 커피가루 양이 달라 커피 맛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탬핑 후 포터필터를 머신에 바로 장착해야 함에도 초보자들은 불필요한 행동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통상적으로 탬핑과 함께 포터필터를 머신에 장착하는 시간은 4초를 넘지 말 것을 권한다. 장착 후에도 일부 바리스타들은 샷잔 또는 벨크리머(에스프레소 원액을 받는 그릇)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커피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착 후 바로 추출 버튼을 누른 후 샷잔 또는 벨크리머를 준비해야 한다. 포터필터에 정량의 원두를 담고 탬핑 등의 과정이 완벽했다면 추출 버튼을 누른 후 약 3~4초 후에 에스프레소가 추출되기 시작한다.

 

아메리카노에서 농도는 커피의 진하고 흐림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추출까지 잘해 놓고 물의 양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마치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것과 같다. 커피집마다 쓰는 종이컵의 크기가 다르고 맞추는 물의 양 또한 다르다. 따라서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 커피집마다 정한 물의 양을 맞추지 않으면 바리스타마다 커피 맛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컵에 물을 먼저 붓느냐 아니면 에스프레소 샷을 먼저 넣은 후 나중에 물을 붓느냐에 따라 커피 맛에 차이가 난다.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사람의 손이 이렇게 많이 간다는 것에 일부 독자는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이렇듯 맛있는 커피 한 잔은 바리스타의 섬세한 손길과 복잡한 공정 후에 탄생하는 것이기에 들어가는 원두와 우유 양으로 커피 원가를 계산하는 것은 그림 원가를 캔버스와 물감의 양으로 생각하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바리스타는 자신이 무심코 한 행동이 고객의 하루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정확한 추출을 위해 매 순간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고객 또한 자신이 들고 있는 커피 한 잔이 기계 버튼만 하나 누르면 완성되는 것이 아닌 숙련된 바리스타의 여러 동작이 만들어낸 작은 예술품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요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마다 자동화가 한창이다. 그들이 대외적으로 내건 기치는 한 가지다. 바리스타들의 실력 차이로 고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균질한 커피 맛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화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결국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이고, 직원을 교육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기 투자비용이 꽤 크고, 유지·보수비용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자동화로 인해 커피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온다. 사람의 손맛은 점차 사라지고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커피를 손에 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작은 커피집이 가야 할 길을 발견한다. 대형화·자동화되는 현실에서 소규모지만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커피집, 바로 바리스타의 손맛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손에 쥐여주는 카페가 앞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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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순서 따라서도 맛이 제각각

 

바리스타에 대한 처우 개선 또한 시급한 문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그 일에 열정을 다할 수 있는데, 자부심은 일의 성격뿐만 아니라 처우와 보상에 의해 생긴다. 필자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구대회 커피’에서 2년을 근무하면 5일간의 미국 연수를, 5년을 근무하면 9일간의 유럽 연수를 보내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현재 두 명의 직원이 내년 4월과 9월에 떠날 미국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급여 또한 시급으로 계산하면 1만원에 가깝도록 개선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1만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적은 시급으로 비용을 줄이기보다 숙련도 높은 직원을 채용하고 일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야 손맛이 좋은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이것이 중소형 커피집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이는 무한경쟁 커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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