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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연예계에선 너무나 익숙한 용어 ‘떨’

대마초의 속어 ‘떨’, 연예계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어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8(Sun) 11:3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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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경찰의 경찰악대원으로 복무 중이었던 빅뱅의 멤버 탑(본명 최승현)이 최근 대마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6년 10월에 네 차례에 걸쳐 대마초와 액상대마를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탑은 처음엔 전자담배를 피웠을 뿐이라고 부인하다가, 모발 감식 결과에서 대마초 흡연 양성반응이 나오자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국제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빅뱅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로, 세계적 팝스타급이기 때문이다. 포브스 선정 ‘유명인 100인’에 이름을 올린 최초의 한국 연예인이 그룹 빅뱅이다. 포브스는 빅뱅의 2016년 수입이 약 4400만 달러로, 보이그룹 역대 3위라고 소개했다. 한국이나 아시아에서만이 아니라 미국 팝스타까지 포함된 기록이다. 현재 세계적인 톱 밴드이며, 《강남스타일》이 한창 인기를 끌 당시 빌보드 1위를 고수해 싸이의 1위 도전을 끝내 좌절시켰던 ‘마룬파이브’의 연수입이 빅뱅보다 적다고 알려졌다. 빅뱅의 일본 돔투어 매출만 1000억원에 달한다. 이 정도의 스타이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탑의 소식은 큰 화제가 됐다.

 

우리에게 특히 충격을 준 건 탑과 함께 적발된 사람이 걸그룹 연습생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올 초 경찰의 마약류 사범 집중 단속에 연습생 출신 여성이 먼저 검거됐고, 이 여성을 조사하던 중에 탑의 이름이 나왔다고 한다. 톱 아이돌과 아이돌 지망생이 동시에 대마 흡연 혐의를 받았다는 소식이, 우리 연예계에 마약 문화가 만연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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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 ‘떨’은 매우 낯선 용어

 

빅뱅의 대마초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빅뱅 멤버인 지드래곤도 2011년에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좀 더 조심했어야 했음에도 다른 멤버가 또 걸린 것이다. 빅뱅의 소속사는 YG인데, YG의 걸그룹 ‘투애니원’에도 관련 사건이 있었다. 멤버 박봄이 2010년에 마약류 밀반입 혐의를 받아 입건 유예됐던 것이다. 암페타민이란 약물을 미국으로부터 배송받은 사건이었다. 심지어 지난해 초에 있었던 경찰의 마약류 집중 단속에선 YG 아이돌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했던 사람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렇듯 마약 사건에서 특정 대형 기획사가 계속 거론되다 보니 네티즌 사이에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진다. 서양과는 달리 동양권은 마약류에 대해 엄격하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빅뱅이 출연한 중국 음료광고에서 탑의 모습이 전격 삭제되기도 했다. 탑이 입대 전 촬영한 중국 영화 《아웃 오브 컨트롤》의 개봉 일정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혐한(嫌韓) 세력에게 이용되며 한류 전체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이돌그룹 ‘남녀공학’ 출신의 차주혁이 지난해 10월 대마초 판매 및 대마초 흡연과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이번 일과 연관돼 함께 회자된다. 그는 대마와 함께 엑시터시를 복용했다고 한다. 탑 사건 직후에 가인의 폭로가 터져 대마초 이슈가 더욱 커졌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인 가인이 루머를 퍼뜨리는 네티즌과 설전 끝에 남자친구의 지인으로부터 대마초를 권유받았다고 폭로한 것이다.

 

가인의 남자친구는 배우 주지훈인데, 그도 2009년에 마약류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었다. 그의 지인이 가인에게 대마초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가인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내 기분 풀어주고 싶어서 떨을 권유했다고? 그리고 그게 다 장난이라고?’라고 가인이 말하자 상대가 ‘머라도 어떠케든 풀어주고 싶어서 그런거여’라고 대답한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는데, 해프닝으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떨’이란 대마초의 속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는 게 문제다. 주지훈이 마약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지인들이 조심할 만한 상황인데도 태연히 ‘떨’ 운운하며 대화한 것이다. 일반인에게 ‘떨’은 매우 낯선 용어다. 이런 특이한 말을 자연스럽게 쓸 정도니 연예계를 보는 의혹의 시선이 커지는 것이다.

 

 

해외 대마초 합법화 소식에 죄의식 약해져

 

대마초를 비롯한 마약류와 연예계는 깊은 악연을 이어왔다. 박정희 정권 시절 청년문화를 이끌던 뮤지션들이 대마초로 철퇴를 맞았고, 그 후 필로폰이나 신종 마약류 사건이 많아지는 가운데 대마초 사건도 주병진·신동엽·박중훈·김부선 등으로 이어졌는데, 특히 뮤지션들이 많이 연루됐다. 전인권·이승철·김태원·김현식·신해철·조덕배·이현우·현진영·신성우 등 수많은 뮤지션의 대마초 사건사에 이제 한류 아이돌 빅뱅이 이름을 올렸다.

 

연예인들은 공황장애·불안장애가 직업병이라고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 가인도 현재 공황발작을 동반한 불안장애로 치료를 받는 중이다. 스트레스·긴장·불안 등이 극심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 이후에 찾아오는 공허감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모두가 알아보는 특수한 존재이다 보니 사회활동으로 그 스트레스를 풀어버리지 못한다. 인간관계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만인이 사랑하는 스타인데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외로움에 시달린다. 활동무대가 유흥가와 가깝기 때문에 약물의 유혹을 받기가 쉽다. 그래서 연예인과 마약의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프로포폴이나 졸피뎀 같은 신종 마약류는 마약이라는 인식 자체가 낮아서 더욱 문제다. 한류로 연예인 활동무대가 국제화되면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기도 했다.

 

대마초의 경우는 뮤지션들 사이에서 음감을 좋게 해 준다거나 창작 능력을 발전시켜준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행했다. 예술가들은 이성적 사고에서 벗어나 몰아의 상태로 도취했을 때 예술적으로 고양되는데, 그러다 보니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찾게 된다. 특히 대마초에 대해선 죄의식이 상당히 약하다. 원래도 그랬지만 해외에서 들려오는 대마초 합법화 소식에 더욱 약해졌다. 신해철·전인권·김부선, 박찬욱 감독 등이 공공연히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 선진국에서 대마초 합법화 흐름이 나타나기 때문에 대마초 흡연을 윤리적으로 단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선 대마초가 불법 마약이라는 것이 엄중한 현실이다. 한국 사람인 이상 한국 제도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은 서양보다 보수적이다. 각종 신종 마약류를 비롯해 대마초에 대해서도 확실한 경각심을 가져야 여론 질타를 받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요즘엔 해외 직구, SNS 구매 등으로 마약류 구입이 과거보다 쉬워졌다. 그에 따라 마약청정국 지위가 무너질 정도로 마약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럴 때 스타 마약 이슈가 연일 뉴스에 나오면 일반인의 마약 풍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연예인들이 보다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대마초 합법화’ 주장, 가능성 있을까

 

대마초는 기원전부터 통증 조절 등의 용도로 활용돼 왔다. 현대에 들어와 효과 좋은 진통제들이 나오며 오락용 기호품으로 사용됐다. 미국이 1937년 대마 세금법을 제정하며 사실상 세계 최초의 대마초 금지국이 됐고, 환각작용 등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대마초를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에선 기지촌과 연예계를 중심으로 ‘해피 스모크’라며 퍼져 나가다 1970년대에 금지됐다.

 

한국이 대마초를 법령 그대로 엄격하게 금지한 것에 비해 서구 각국은 제도적으론 불법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관대했다. 판매자나 대량 소지자가 아니라면, 소량을 기호품으로 피우는 정도는 심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현행범이 아닐 경우, 과거에 피운 경험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 청년문화가 거세게 일어났다. 기성세대의 질서를 거부하고 자유와 평화의 신문명을 추구했던 젊은이들, 즉 ‘히피’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무의식의 세계까지 정신을 고양시키려 했고, 자연스럽게 대마초나 LSD라고 불린 환각 약물 등을 상용하게 됐다. 또는 요가나 명상에 빠지기도 했는데, 이런 히피의 유전자가 스티브 잡스 같은 실리콘밸리 ‘괴짜’들에게로 이어진다.

 

1966년 한 페스티벌에서 LSD를 복용한 수천 관중이 환각 열기를 보여 화제가 됐다. 6070 록의 전성기에 이런 약물 사용을 당연시하는 ‘사이키델릭’이란 장르가 나타났을 정도여서, 대마초 수준은 대단치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당시의 대형 팝록 스타들은 대부분 대마초 혹은 그 이상을 흡입했다고 볼 수 있다. 노벨문학상의 밥 딜런을 비롯해 지미 헨드릭스, 비틀스, 마일즈 데이비스, 엘튼 존, 찰리 파커, 짐 모리슨 등등 일일이 거명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그 청년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우리의 1970년대 청년문화다. 자연스럽게 포크나 록음악 뮤지션을 중심으로 대마초가 퍼져 나갔다. 예컨대 조용필은 미8군에서 밴드 활동을 하며 대마초를 접했다. 당시 풍경을 그린 영화 《고고70》에선 “대마초 피운 연예인을 대라”며 고문하는 경찰에게 록밴드를 하던 주인공이 “지미 헨드릭스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갑자기 나라에서 단속하니 당하기는 하는데 내심으로는 승복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 후 서구에선 대마초 합법화 여론이 점점 커졌다. 미국 CBS 조사에선 대마초 합법화 지지율이 1979년 27%에서 2017년 61%로 뛰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마초를 담배나 알코올 수준의 공중보건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에 뉴욕타임스는 대마초 금지가 제2의 금주령이니 철폐해야 한다며, 대마초가 알코올보다도 덜 위험하다는 사설을 냈다. 캐나다에선 4월20일 대마초의 날 연례행사까지 열린다.

 

이런 분위기에서 합법화 흐름이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일찌감치 합법화의 길로 갔고, 미국은 합법화 지역이 워싱턴DC와 8개 주로 확대됐다. 이를 포함해 총 29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초가 합법이다. 캐나다에선 2001년에 의료용이 합법화됐고, 2018년 7월까지 오락용을 포함한 전면 합법화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환각운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해악성이 있는 것인지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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