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오뉴월 서릿발’ 떨고 있는 리베이트 제약사들
  • 이상구 시사저널e. 기자 (lsk239@sisajournal-e.com)
  • 승인 2017.06.15 13:28
  • 호수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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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약가 인하 절차 본격 진행…동아ST 첫 표적 되나

 

정부가 과거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제약사들의 관련 품목에 대한 ‘약가(藥價) 인하’에 본격 착수했다. 동아ST가 첫 번째 표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유관기관에 따르면, 그동안 복지부에 통보됐던 리베이트 적발 품목들의 약가 인하 추진 작업에 속도가 붙어 이르면 6월부터 리베이트 약가연동제 실무 작업이 본격 진행된다. 약가연동제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품목의 약값을 인하하는 제도다. 지난 2014년 7월2일 이전에 제공한 리베이트를 대상으로 최대 20% 인하율을 적용한다. 복지부가 그동안 리베이트 수사 결과를 검찰이나 경찰로부터 통보받아 수시로 약가 인하에 나섰지만, 최근 그 추진 강도가 강화되고 진행속도도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약가 인하 조치’ 적은 점 문제 삼아

 

복지부의 이 같은 조치는 검찰이 지난 4월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압수수색한 후 관련 행정처분 조치가 미흡한 것을 질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4월 중순 정부세종청사의 복지부 보험약제과와 심평원 약제관리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주요 조사내용은 △리베이트 적발 시 보험약가 관련 조치사항 △의약품 실거래가 약가 인하 관련 규정 △최근 제도개선 사항 등이었다. 검찰은 리베이트가 적발된 품목들의 행정처분, 특히 약가 인하 조치가 진행된 사례가 적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복지부가 약가 인하 조치를 서둘러 단행했을 경우 환자 개인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최소 수천억원은 줄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리베이트 약가연동제 제도 취지를 살려야 했음에도 복지부가 관련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관행적으로 관련 사건의 검찰수사가 종료되고 재판의 1심 결과가 유죄로 판명된 후 약가 인하에 착수해 왔기 때문에, 실제 적발 후 1~2년이 경과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미 약가 인하 관련 검토가 마무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건의 1심 결과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한 품목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해당 제약사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며 정부 정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 등을 감안했다”는 입장이다.

 

당장 올해 들어서도 한 제약사의 수년 전 리베이트 적발 품목에 대해 복지부가 두 차례에 걸쳐 약가 인하를 확정하고 고시까지 했지만, 해당 제약사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는 바람에 약가 인하가 무산된 사례가 있을 정도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복지부와 심평원이 매달 초순 개최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 리베이트 약가 인하 건이 상정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약평위를 시작으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심의해 약가 인하 여부를 최종 확정하기 때문에 약평위가 행정절차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사에 약가 인하는 치명타 될 수도”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4월 복지부 압수수색 등이 동아ST와 관련 있고,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약가 인하의 첫 타깃이 동아ST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동아제약이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제약, 동아ST 등 3개 회사로 분사되기 전인 지난 2013년 적발됐던 리베이트 사건도 최근 들어 다시 거론되는 상황이다. 당시 동아제약은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3년8개월 동안 소속 임직원들이 전국 병·의원을 상대로 원장과 의사들에게 총 3433회에 걸쳐 44억26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리베이트 단속에 나섰던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당시 이들이 에이전시 업체를 내세워 의사들에게 자문료나 강의료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건네고 영업사원을 통해 직접 법인카드나 기프트카드, 현금 등을 건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당시 약식 기소된 의사들도 부당함을 법원에 호소했지만 결국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동아제약으로부터 동영상 강의료 명목 등으로 리베이트를 받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75명에 대한 상고를 올 3월 기각하며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제공 행위가 과거를 뛰어넘어 현재진행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아제약에서 분리된 후 전문의약품 제조를 담당하는 동아ST는 현재 검찰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최근 동아ST 전직 영업본부장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직 영업본부장인 A씨와 B씨는 지난 2012년부터 동아ST 전국 지점을 통해 병원 관계자에게 400여 차례에 걸쳐 33억원가량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표이사 다음가는 고위 간부로 의약품 영업을 총괄해 왔던 인물들이다.

 

검찰은 이들이 유통업체·병원 관계자 등과 공모해 요양급여비용을 과다 청구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마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복지부는 리베이트 약가 인하를 진행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밝혔지만, 그 첫 대상이 동아ST일 수 있다거나, 또는 구체적인 약평위 회의 상정 여부 등에 대해선 확인을 유보하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검토해 왔던 약가 인하가 어느 시점에서 진행될지 주목됐는데 수십여 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라며 “해당 제약사들에는 약가 인하가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검찰수사의 영향 등으로 인해 동아ST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공시에 따르면, 동아ST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1331억원, 영업이익은 57.9% 감소한 49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33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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