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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창작욕과 성욕의 위험한 줄타기

[배정원의 섹슈얼리티] “그녀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수많은 예술가·작가들, 여성에 탐닉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7(Sat) 16:3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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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녀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최근 신작 《그 후》를 가지고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이 기자시사회에서 한 말이다. 홍 감독은 영화배우 김민희와 함께 ‘불륜’이라는 키워드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비난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또 같은 자리에서 홍 감독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해함으로써 혼란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혼란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제 진실을 찾기보다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작은 것들과 춤추고 싶습니다.”

 

결국 그의 말은 ‘여러분들이 우리의 사랑을 이해한다고 해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뭔지 모를 진실(사랑의 진정성 또는 책임)을 추구하느라 골머리를 썩이며 시간을 보내느니, 지금 앞에 있는 현실(김민희)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주어진 달콤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인가 보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사랑을 통해 예술적인 영감을 얻고, 더 나은 창작의 세계를 갖게 되었다는 홍 감독의 고백은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2명과 결혼하고 약 10년 주기로 새로운 연애에 빠졌던 피카소와 육십 평생 어린 소녀들에 대한 사랑의 열망으로 구애와 거절당하기를 반복했던 괴테가 그러했다. 특히 피카소는 스스로 ‘사랑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며 자신의 사랑이 꽂히는 여자들에게 다가가 유혹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심지어 자기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여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즐기기도 했다. 그의 곁에 있는 여자들은 그의 바람기가 죽을 맛이었지만, 여자가 바뀔 때마다 화풍(畵風)이 바뀔 정도로 사랑은 그의 예술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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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의 재료가 된다는 ‘性에너지’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오스트리아의 카사노바’라고 불렸던 클림트도 있다. 숱한 여자와의 사랑으로 몸이 온전치 못했던 아내 프리다를 고통스럽게 하고 결국 프리다의 여동생 크리스티나와의 외도로 그녀를 절망에 빠지게 했던 멕시코의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또 어떤가? 또, 한순간도 아내라는 여자 없이 살 수 없어서 4번이나 결혼했지만, 헤밍웨이조차 그 결혼 안에서도 수없이 새로운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모험심과 도전의식이 강한 소설가로, 종군기자로, 아프리카 사냥꾼, 쿠바의 낚시꾼으로 인생을 종횡무진했던 정력가 헤밍웨이는 결혼을 새로 할 때마다 위대한 소설을 써냈다.

 

《레미제라블》 《파리의 노트르담》 등 위대한 소설을 쓴 빅토르 위고 역시 4명의 아들을 둔 아내 아델 푸셰와 끝까지 헤어지지 않았지만, 그가 평생 숨겨두고 함께했으며 죽을 때까지 못 잊었던 여인은 줄리에트 드루에였다. 빅토르 위고는 ‘내가 더 이상 차가운 재가 아닐 때, 내 피곤한 눈이 낮에 감겨 있을 때 말해 주오. 그대여. 내가 그대의 사랑을 가졌었다고’라고 그녀의 묘비명에 새겼을 정도로 그녀를 간절히 사랑했다지만, 그녀가 살아 있을 때에도 그를 찾아오는 수많은 여성 숭배자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듯 순수하게 여자와의 사랑을 재료로 자신의 창작동기를 스스로 만들어 내었던 작가들도 있지만, 로뎅과 카미유 클로델의 관계처럼 몸과 마음뿐 아니라 연인의 재능과 미래조차 자신이 차지한 채, 정작 연인은 사랑으로 고사(枯死)시켜 버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도대체 사랑의 어떤 면이 그들의 창의적 재능을 도발하는 것일까? 피어오르는 유혹 앞에 불안한 설렘, 그리고 그 안에서의 행복과 불행, 성취감과 무력감, 사랑이라는 정서 안에 담긴 이 다양한 스펙트럼들이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는 것은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 사랑을 추구하는 불안하고 허기진 성적 욕망은 우리의 ‘성(性)에너지’를 촉발하고, 그 성에너지는 창조성의 재료가 된다. 어쩌면 사랑이란 감정은 보편적인 것일지 모르지만, 그 사랑을 유발하는 것은 우리의 본능, 리비도(libido), 이른바 성적 욕구다.

 

직접적으로 그들의 열정을 자극하는 것은 젊고 아름다운 몸이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피부, 달큰한 향기를 가진 붉은 입술, 여리고 낭랑한 목소리,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는 표정 풍부한 눈망울. 그리고 무엇보다 존경의 마음을 담뿍 담아 올려다보는 시선과 기대어 오는 몸짓은 그들을 자신감 넘치는 수컷으로 만들어 성취를 추구하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그들의 강한 혈관을 내달리게 했을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추구하고, 지배하고, 정복하는 남성성을 부추긴다. 아름답고 젊은 여자를 자신의 연인으로 취하고, 그녀와 잦은 섹스를 하는 것은 그에게 수컷으로서의 자신감 상승과 함께 더욱 왕성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한다.

 

이런 남성호르몬의 왕성한 분비는 이들에게 더욱 모험을 추구하게 만들고, 화려한 여성편력을 즐기는 남근주의(男根主義)에 사로잡힌 황소처럼 만든다. 또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기존의 낡은 윤리나 가치를 파괴하는 위험한 반란을 즐기고,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매우 위험한 행동도 쉽게 한다. 또한 이미 사회적인 명성·권력·부를 가진 그들 주위로는 여자들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낭만적이고 부드럽기보다 잔인하고 약탈하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언제든 사랑을 쟁취하고, 원하는 사랑을 쉽고 넘치게 얻을 수 있었던 그들에게도 공통된 그림자가 있다. 그것은 나르시시즘(Narcissism)으로 대변되는 자기 탐닉·허세, 냉담한 어린 시절로 인한 불안·의존성,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허기, 그리고 끝없이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해야 하는 강박증 등이다. 또 유명해질수록 결국 더욱 외로워지고, 사랑과 섹스에 중독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때로 천재성을 가진 작가들과 연인과의 관계는 잔인하게 말하면 젊은 여자의 목에 이빨을 꽂아 그 피로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드라큘라처럼 자신의 창작 재능은 고양시키면서, 정신도 몸도 늘 회춘하고자 하는 착취와 수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천재성이란 어쩌면 한 사람만의 끓는 피로는 완성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여성편력으로 본인도 괴로웠던 괴테는 죽기 4년 전 에커만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재적인 사람들은 여러 번 되풀이해서 사춘기를 겪는다. 다른 사람들은 평생 한 번만 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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