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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회장 면피 주려 유망 스타트업 희생양 삼았나

6개월간 진행된 인수 협상 돌연 철회 논란…SK 측 “절차 문제 없었다”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6(Fri) 16:0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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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SKT)은 2016년 1월 ‘브라보! 리스타트’ 4기 업체로 선정된 스타트업 10곳을 발표했다. ‘브라보! 리스타트’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SKT가 2013년부터 시작한 창업 지원 프로젝트다. 현재까지 40여 곳 이상이 이 사업에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2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최대 1억원까지 개발비를 지원받는다. 사업의 확장성이나 성장성에 따라 20억원까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게 SKT 측의 설명이었다.

 

때문에 ‘브라보! 리스타트’ 업체 선발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2016년의 경우 760개 업체가 지원해 10개 업체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경쟁률은 76대 1이었다. 사업성은 일단 검증이 됐다는 얘기다.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생활자동차튜닝 앱인 카피플을 개발한 CSA코리아도 4기 업체에 선정됐다. 카피플은 자동차 인테리어 가맹점과 고객을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다. 전국적으로 2500여 곳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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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대 1 경쟁률 뚫은 회사의 사업성이 없다?

 

SKT 역시 이 회사의 사업성에 관심이 많았다. SKT는 2016년 6월 100% 투자회사인 SK테크엑스를 통해 CSA코리아와 인수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7월5일 임원인 본부장 보고가 통과됐고, 9월말에는 김영철 대표에게까지 보고가 올라갔다. 이때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들어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인수 협상 막바지에 SKT와 SK테크엑스 측이 그동안의 협상 결과를 뒤집고 ‘없었던 일’로 해 버린 것이다. ‘사업성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황금수 CSA코리아 대표는 “후발주자로 카카오에 인수된 K사의 경우 가맹점이 200개도 안 되지만 시장 가치는 수백억원대로 평가됐다”며 “사실상 네고(가격 협상)만 남은 상황에서 갑자기 인수 철회를 통보한 SK 측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SK테크엑스의 내부 문건에 관련 내용이 자세히 언급돼 있었다. SK테크엑스 플랫폼 사업본부가 2016년 9월 작성한 이 문건에 따르면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2015년 기준 123조원 규모로 매년 7.2%씩 성장하고 있다. 카케어 시장은 4조~5조원 규모”라며 “다년간 관련 기술·운영·인프라를 축적한 CSA코리아를 첫 번째 제휴 대상 파트너로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도 문건에 언급돼 있다. SK테크엑스는 카피플 사업권(상표권 및 관련 자산 포함)을 보유하고, CSA코리아는 카피플의 실제적인 운영을 대행하는 구조로 인수 협상이 진행됐다. 인수 금액은 18억원으로, 3단계 확장 전략으로 궁극적으로 SKT와 시너지를 낼 계획이었다. 이 경우 2020년까지 매출 173억원과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회사 기밀 SK에 넘겨” vs “자료 모두 폐기”

 

하지만 SK 측이 돌연 인수 철회를 선언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이었던 CSA코리아는 나락에 빠졌다. SK 측의 말만 믿고 M&A를 추진하면서 외부 투자를 모두 거절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그 근거로 ‘30억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다 SK테크엑스의 인수 진행으로 투자를 중단했다’는 한 기업인의 확인서를 건네기도 했다.

 

SKT나 SK테크엑스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양사가 사업 제휴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추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영기획팀이 사업적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카피플 앱의 시장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 5년간 100억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돼 부적합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영기획팀의 진단을 무시하고 인수 협상을 강행하면 대표이사의 배임이 될 수도 있었다”며 “CSA코리아 측의 주장처럼 사업 제휴가 성사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거나 보증을 선 바 없다. 어떠한 형태의 계약이나 약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카피플 인수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SK테크엑스와 CSA코리아가 지난 5개월간 주고받은 이메일 및 메신저 대화 내용은 해명과 달랐다. SK테크엑스의 사업팀장인 손아무개씨는 7월15일 “임원 보고는 긍정적으로 끝났다. 2단계로 사장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에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까지 오갔다. 계약 갱신 조건에서부터 고용 문제까지 다양한 내용이 논의됐다. 이후 3차례에 걸쳐 사장 보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10월 중순경 사장에게 보고 예정이다. 사장님도 의지가 있다. 최종 리포트를 SK텔레콤에 보고하고 오케이가 나면 계약 체결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SKT의 이아무개 매니저는 심지어 11월2일 “실장님 말씀은 사업을 인수해서 하는 것은 이미 합의가 된 사항이다. 네고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SKT가 인수 협상 철회를 통보하기 8일 전이었다. SK 측은 “직원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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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도 “SK 측과 인수 협상 전 IBK기업은행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때 평가액도 80억원대였다. 사업팀에서 5개월여 동안 협상하며 미래가치를 463억원으로 평가한 사안을 경영지원팀에서 2주 만에 -200억원 사업으로 바꿨다”며 “SK테크엑스 김영철 대표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최소한 사업성 검토에 대한 결과만이라도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SKT와 SK테크엑스가 유망 스타트업의 기술만 탈취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인수 협상 과정에서 SK테크엑스 측에 건너간 정보들은 대부분 회사의 기밀에 속했다. 카피플의 DB 자료와 가입자 현황, 단가표, 최근 5년간 구매 회원 리스트, 개발 관련 내용, 제휴사 현황, 향후 5년간 마케팅 및 매출 계획 등 핵심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이 회사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인은종 변호사는 “CSA코리아에서 제공한 정보들은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정보들이다”며 “SKT나 자회사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당장 사업을 시작해도 가능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최순실 게이트 터지자 창조경제 행사도 취소

 

SK테크엑스 측은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했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12월19일 작성한 자료 파기 확인서를 제시했다. 확인서에는 2016년 6월15일부터 11월2일까지 받은 자료 목록과 함께 파기 방법, 파기 일자, 수령자 확인과 서명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SKT는 2016년 한 대학생의 영업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가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었다. SK텔레콤 서비스 사업부서인 티-밸리(T-valley)가 서비스 중인 고푸다(GOFOODA)가 대상이었다. 고푸다는 푸드트럭 중개 플랫폼으로, 정부가 주목하는 창조경제 혁신사례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 4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박용호 위원장이 고푸다를 직접 찾아 간담회를 가질 정도였다.

 

SKT도 5월초 고푸다가 입주한 한양대를 찾아 청년창업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후 상황은 카피플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폭넓은 사업지원을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며 고푸다의 영업정보를 꼼꼼히 빼갔고, 자체적으로 푸드트럭 중개 서비스를 준비한 것이다. 고푸다 측에는 “양쪽의 서비스가 너무 유사해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협업 철회를 통보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SKT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대기업이 대학생의 아이디어까지 훔치냐’는 비난이 일었다. 결국 SK 측은 고푸다를 개발한 대학생을 찾아가 수억원을 대가로 지급하고 조용히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푸다를 둘러싼 논란 역시 이후 잠잠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SKT와 SK테크엑스가 갑자기 협상을 철회한 시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였던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은 이후 가장 공들인 것이 ‘창조경제 확산’과 ‘스타트업 육성’이었다. ‘창조경제 전도사’라는 말이 언론에 회자될 정도였다. 2015년 출소 직후 현장경영 방문지로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대전과 세종시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였다. 최 회장은 “창조경제의 성과가 조기에 나올 수 있도록 SK가 갖고 있는 전 역량을 다해 추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며칠 후에는 삼성이나 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대구나 울산의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찾았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먼저 둘러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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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재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활성화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2015년 대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8·15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출소 직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3개 반도체 생산라인에 총 4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두 달 후 박 대통령 주도로 미르재단이 설립되자 총 68억원을, 지난해 1월 만든 케이(K)스포츠재단에 총 43억원을 냈다.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회장이 창조경제 전도사로 변신한 배경은 무엇일까. ‘사면을 조건으로 경제 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박근혜 당시 대통령 쪽 요구를 최 회장이 옥중에서 전달받은 사실이 지난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특검팀은 올해 초 SK 측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에 총 111억원을 지원한 것을 두고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기도 했다.

 

CSA와의 협상 파기 역시 그 연장선상일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최 회장은 핀치에 몰렸다. 검찰수사의 칼날이 재계로 확산되면서 특검 수사 대상에 여러 차례 이름이 오르내렸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힘이 빠지자 벤처기업 육성에서 손을 때려는 것 아니냐는 게 재계 일각의 시각이다. 창조경제를 활용해 박근혜 정부에 잘 보이려 했던 SK가 박근혜 게이트로 힘이 빠지게 되면서 더 이상 창조경제를 지원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SKT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T는 당시 청와대 고위층을 초청해 창조경제 관련 행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행사 예정일 하루 전에 취소했다”며 “마찬가지로 최순실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행사가 취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중소 기술벤처 육성은 정부의 존폐와 상관 없이 상생 경영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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