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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김정은은 웃고 있다

[한강로에서]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3(Tue) 15:0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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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도발이 거침없습니다.

 

6월8일 아침 북한이 지대함(地對艦)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수 발 동해로 발사했습니다. 5월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무려 5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을 저지를지도 모르겠군요. 이번에도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유관국가들은 북한이 하는 짓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선제타격론을 들먹이며 항공모함까지 출동시키는 등 대북(對北)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4월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군요.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 하는 짓을 보면 이제 그가 아무도 겁내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부동산 디벨로퍼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월20일(현지 시각)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트럼프가 김정은을 잘 다룰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가 있었습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년간 채택한 ‘전략적 인내’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탓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정계의 아웃사이더 출신에 예측불허 스타일이라는 점도 김정은이 두려워할 만한 대목이라는 관측에 힘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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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의 대북 끗발은 지난 4월 정도로 일단 막을 내린 듯합니다. 우선 트럼프가 대북 정책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선제타격론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정리가 되는 분위깁니다. 남한에 20만가량의 미국인이 있는 현실에서 아무리 트럼프라고 해도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북한을 폭격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게다가 북한은 시리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군사강국이고 핵보유국이기도 합니다.

 

더 결정적인 원인은 트럼프가 ‘제 코가 석 자’라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는 ‘러시아 스캔들’의 늪에 빠진 상탭니다. 늪의 특징은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는 겁니다. 앞으로 트럼프는 이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데 급급해 다른 어떤 일도 돌아볼 겨를이 없어질 듯합니다. 이미 그런 기미가 농후합니다.

 

문제는 트럼프의 급추락이 김정은의 행복으로 직결된다는 겁니다. 우선 중국의 대북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묵인하고 방조한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지난 4월 초순 미·중 정상회담 직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거센 압박에 굴복한 듯 대북 제재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16일 시사저널 취재진이 중국 단둥(丹東) 외곽의 단둥송유기지를 찾아가 보도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공공연하게 보내줬다면 지금은 쉬쉬하면서 보내주고 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죠. 트럼프가 휘청거리는데 시진핑이 김정은을 제재할 까닭이 있을까요.

 

김정은 입장에선 남한은 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북한에 유화적인 정권이 들어선 것 자체가 김정은으로서는 기분 좋은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빚는 양상도 전개 중입니다. 남한과 미국의 갈등은 북한이 바라는 밥니다. 남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이 싸늘하게 변해 가는 걸 지켜보는 건 김정은의 크나큰 즐거움입니다.

 

김정은은 트럼프 등장 이후 대북 제재 강화로 한때 돈줄이 마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이젠 아무 걱정도 없습니다. 돈이 없어 핵개발을 못하게 되면 조금만 유화모드를 취하면 됩니다. 그러면 남한에서 돈보따리를 북한에 갖다줄 테니 말이죠. 김정은은 돈 받아놓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고 그 돈으로 핵개발에 일로매진하면 만사오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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