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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국민이 공감하는 인사 기준 만들어라”

[쓴소리 곧은소리] 고위공직자 인선 기준에 대한 여·야 협의체 구성도 한 방법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2(Mon) 15:30:00 | 14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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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다. 공부를 곧잘 해서 외고 진학을 목표로 했지만 합격은 자신하기 어려웠다. 만약 불합격한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일반고로 배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변의 일반고는 평판이 그저 그랬다. 합격이 당연한 것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불합격했을 때를 대비해야 했다. 적어도 부모가 보기엔 그랬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은 그다음 해 2월까지였다. 부모는 계약기간 만료까지 딸의 외고 합격 여부를 모른 체 기다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합격한다면 주변의 고등학교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단 배정받고 전학하는 방법이 있지만 번거롭고 복잡하다. 그래서 좋은 학교로 알려진 일반고가 있는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미리 옮겨 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은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알려진 지역이었다. 만약 외고 입시에 떨어진다면 그 지역의 일반고를 가면 되고, 붙는다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과목의 학원 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 배정을 받으려면 일정한 기간 전까지 그곳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했다. 9월 전후해서 주민등록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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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배제 5대 원칙, 비현실적일 수도”

 

위장전입이다. 분명한 실정법 위반이다. 위반의 이유는 다양하고 이해할 만하더라도 위반은 위반이다. 법 위반 여부는 결과로 판단하는 거지 과정과 이유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첫 인사 중 3명의 위장전입자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청와대는 “사소한 잘못”이라고 했지만 “이중 잣대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편의주의적 기준 적용”이자 “선별적 기준 적용”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청문회 5종 세트’라고 지적하며 ‘부패한 보수’를 혹독하게 질타했던 것이 이번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기도 하다. 대선 이후 여야가 바뀌면서 입장도 함께 공수 교체된 셈이다.

 

논란의 후보자들은 위장전입을 인정하며 사과했고, 청와대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했다. 당연하다. 물론 출발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적폐청산 공약의 하나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의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말은 맞지만 비(非)현실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청문회 대상 고위 공직 인선에 간여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공직 인선의 기록 조회를 위해 본인 동의를 구하면 60% 이상이 고개를 저었고, 동의한다 해도 검증해 보면 5대 비리 등으로 절반 이상 탈락한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100명 중 추천 가능한 사람은 10명 전후로 남게 된다. 인선 대상 풀이 절대적으로 좁아진다.

 

그래서 나온 주장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는 사례를 구분해 보자는 주장이다. 같은 위장전입이라도 너무 포괄적이어서 여러 가지 현실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과 다른 목적의 위장전입은 좀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외국에 있던 자녀의 진학이고, 이낙연 총리도 부인이 먼저 포기했으니 이해할 만한 거 아니냐는 것이 반론(?)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그런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며,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이 관련 사실에 대한 내용 또한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한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언급이 도덕적 우월주의나 ‘내로남불’은 아니어야 한다. 아쉽지만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는 사과로 마무리했어야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신한 문재인 정부의 ‘첫 사과’는 결국 대통령의 해명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은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며 지금 논란이 그런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선거 때 공약했던 위장전입을 포함한 ‘고위 공직 배제 5대 원칙’이 흔들리는 것은 인선 기준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기간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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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기준 마련해야”

 

사과는 하지만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과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설명이 가능하고 이해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사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있고, 이번 일을 계기로 정권 초반 기선을 제압하려는 야당의 의도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일괄 적용할 것이냐 아니면 선별 적용할 것이냐’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다. 앞의 것은 지금 진행 중이고 뒤의 것은 앞으로도 소모적 논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국민은 5대 비리와 무관하다. 이와 관련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따라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느냐가 결정적이다. 바로 국민 공감이다.

 

다음은 앞으로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도 구체적 인선 기준의 마련 필요성에 공감했으니 국회에 맡겨서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고위 공직자 인선 기준에 대한 여·야 협의체 구성도 그중 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국민 공감의 구체적 기준을 여·야가 합의해 국회가 정하고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향후 인선에 적용하는 것이다. ‘5대 인사원칙’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포괄적이되 구체적으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가혹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느슨해서도 안 된다.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것으로 만들되 일단 만들면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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