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종교인 과세 실현할 수 있을까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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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의 안물안궁]

 

문재인 정부가 각종 복지정책을 확대함에 따라서 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인세 인상, 부동산 관련 세금 확대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인 과세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일부 종교계에서는 과세 실효성이나 이중과세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도 2년 유예 방침을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는 이미 10년 넘게 해묵은 과제로 꼽히는 종교인 과세를 실현할 수 있을까?

 

사실 종교인 과세란 표현은 반(半)만 맞는 표현이다. 정확한 표현은 ‘종교인 소득세 신고’다. 벌어들이는 소득을 정확하게 국가에 신고함으로써 수입이 많은 종교인은 세금을 내고, 수입이 적은 종교인은 국가의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이 골자다. 이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들이 동일하게 지고 있는 의무이면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권이 종교계 반발을 이유로 몇 십 년 째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종교인들이 소득세를 신고한다고 해도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원 자체는 크지 않다. 과세 실효성을 주장하는 종교인들의 주장이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맞다. 하지만 오히려 절대 다수의 종교인들은 국가가 도와줘야 할 처지에 있다.

 

6월5일 오전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오른쪽)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소득세 신고를 하게 될 경우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입이 많은 종교인들이다. 이런 종교인들은 전체 종교인 중 아주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대부분 대형교회 목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종교인 소득세 신고를 반대하는 세력도 전체 기독교가 아닌 일부 보수적 대형교회라고 표현해야 사실에 가깝다. 과세 실효성을 이유로 종교인 소득신고를 반대하는 종교인들 대부분은 세금을 내야 하는 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김진표 위원장이 “종교인 과세를 2년 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자, 종교인 납세에 찬성하는 기독교인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김 위원장이 장로로서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손꼽히는 대형교회이자 보수 기독교계의 주요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수원중앙침례교회이기 때문이다.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는 김장환 목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마다 찾았던 보수 기독교계 대표적 원로다. 보수적 대형교회 장로인 김 위원장이 결국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입장만을 대변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뒀다고 보기는 근거가 희박하다. 오히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같은 전국단위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정치권이 알아서 기는 측면이 크다. 특히 지난 9년 보수정권은 자신들의 주요 지지세력이 보수 기독교였던 만큼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크다. 문재인 정부 역시 2년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여론은 종교인 소득세 신고에 동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납세의 의무를 종교인이란 이유로 피해갈 수 없다. 최근에 한 교단은 목사의 겸직을 금지하는 교단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평일에 다른 직업을 갖는 종교인들이 목사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게끔 한 법이다. 소득세 신고를 가로막아 국가의 지원도 받지 못하게 하면서, ‘알바’도 하지 못하게끔 하는 일부 목사들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목사만이 ‘성직’이란 잘못된 사고방식이 불러온 비극이다. 종교인 역시 엄연히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국민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편집자 주] 안물안궁 : 한 포털 사이트 오픈사전은 ‘안물안궁’이란 신조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안 물어 본 것’의 줄임말인 ‘안물’과 ‘안 궁금한 것’의 줄임말인 ‘안궁’의 합성어로 현재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쓸 때 말머리에 붙인다. 해석 그대로 누구도 물어보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에 대해 물음표를 달아 주저리주저리 써보고자 하는 뜻에서 코너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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