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 “달랑 문자로 수색 중단 통보”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8 09: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00여 일, 사라진 선원 22명의 행방은?

 

지난 3월31일, 남대서양 인근에서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브라질 리오 데자네이로에서 동쪽으로 약 1500마일 떨어진 지점이었다. 

 

침몰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장은 침몰 직전 “2번 포트에서 물이 샌다”는 다급한 카톡을 남겼다. 이후 5분 만에 연락이 끊겼다는 점에서 선내 침수에 따른 침몰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이후 인근 국가에서 구조선이 급파됐지만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다. 나머지 22명의 경우 아직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측에 “아직 발견되지 않는 구명벌(구명뗏목)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이 5월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도움을 호소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번 포트에서 물이 샌다” 문자 후 연락 끊겨

 

스텔라데이지호에 구비돼 있던 구명정과 구명벌은 모두 6척이다. 구명정 2척과 구명벌 3척은 수색선들에 의해 발견됐지만, 마지막 남은 1척의 구명벌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구명벌에 아직 구조되지 않은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월 초부터 선사의 진정성 있는 수색을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스텔라데이지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대선후보 시절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과 만났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으로 보내 농성 중인 실종자 가족을 만나게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아직까지 수색이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선사 측은 “할 만큼 했다”며 사실상 수색을 중단한 상태다. 폴라리스쉬핑 측은 “그 동안 군함과 항공기, 구조선 등 모두 29척이 사고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해난 사고 사례에 비춰 30일 이상 장기 수색을 한 사례가 없다”며 “가족들에게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현장수색 체제에서 통과수색 체제로 전환했다”고 보였다. 

 

5월26일에는 “한국인 실종자 선원 가족 8명 중 4명과 8억~1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합의를 마쳤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 동안 양측은 실종자 수색과 보상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이미 구조된 필리핀 선원을 포함, 16명의 가족과 합의를 마쳤지만, 한국 선원 가족들과는 합의를 진행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선원 가족 4명과 합의를 마치면서 극한으로 치닫던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폴라리스쉬핑 측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번 보상금은 통상적인 선박 사고 보상금 지급액 중 역대 최고액이다. 실종자 가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성의를 보인 것”이라며 “다른 실종자 가족과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실종자 가족들은 합의에 회의적이다. 한 실종자 가족은 “선사 측은 사고 초기 ‘실종자 가족들과 합의해 수색 종료시점을 정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전환한다는 문자 메시지만 달랑 보냈다”며 “넓은 대서양에서 통과 수색을 한다는 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 힘들다. 선사 측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5월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선사 측, 올해 상장 앞두고 합의에만 몰두했다?

 

그 배경에는 폴라리스쉬핑 측의 첨예한 경제 논리가 숨어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2004년 설립한 벌크선사로 모두 29대의 선박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상장 전 지분투자 구조를 모두 조정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자칫하면 상장이 무산될 수 있는 만큼 실종자 수색보다 합의에 목표를 뒀다는 것이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폴리리스쉬핑은 현재 매출의 70%를 브라질 국영 철광석 생산업체로부터 받고 있다. 사고로 물량이 끊겨 선박금융이 정지될 것을 회사 측은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때문에 사고 초기부터 실종자 수색보다 빠른 합의가 목표였다”고 말했다. 다음은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과의 일문일답 내용. 

 

 

- 해난 사고 사례에 비춰볼 때 30일 이상 장기 수색을 한 사례가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사람 목숨 앞에 사례가 중요한 것인가. 선사 측은 분명 실종자 가족과 약속했다. 가족들과 합의해 수색 종료 시점을 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문자로 통보하고 일방적으로 수색을 중단했다. 

 

 

- 수색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현장수색 체제에서 통과수색 체제로 전환한 것이 아닌가. 

 

같은 얘기다. 어떤 선박이 항해하다가 우연히 실종자를 발견하면 신고하라는 것이 통과수색이다. 도시 한복판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치자. 한 사람에게 전단지를 주며 ‘지나가다 아이를 발견하면 알려주세요’라고 말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통과수색으로 전환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 그 동안 회사 측은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한다.

 

실종 선원 집으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 전부다. 일단 실종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취를 거부하며 내용증명을 돌려보냈다. 그러면 회사 측은 다시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이 반복됐다. 이것이 대화인지 회사 측에 되묻고 싶다. 

 

 

- 실종자 가족에게 역대 최대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나왔다.

 

이런 말에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회사는 노력하고 있는데 실종자 가족들은 거부하는 것처럼 언론에 비쳐지고 있다. 현재 합의를 한 승무원은 선장을 포함한 고위층이다. 나머지 선원들과 입장이 다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