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修身齊家(수신제가)가 治國平天下(치국평천하)의 기본이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7 16:05
  • 호수 14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사청문회 정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 지명자인 이낙연 전남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5월31일 국회에서 인준안이 통과돼 총리가 됐습니다. 총리는 됐으나 대가는 컸습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발하고 표결에 불참하는 바람에 이제 협치(協治)는 물 건너간 꼴이 됐습니다.

 

6월2일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불꽃 튀는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김상조씨 못지않게 비리의혹 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장관급 중 이 두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한 사람은 야심 차게 재벌개혁을 추진할 경제검찰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또 한 사람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5월25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들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직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와 판박이라는 인상. 이런 걸 데자뷔라고 하죠. 적폐청산에 기대가 큰 국민들로선 기가 찰 노릇입니다. 본인이 적폐에 해당하면서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죠.

 

우리 현실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청렴과 재능을 겸비한 A급 인재가 대한민국에선 천연기념물급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흔히 보수, 진보로 에둘러 말하지만 우파, 좌파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좌파도 집권해서 자기 식으로 세상을 바꾸면 기득권을 갖게 되고 그러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보수가 됩니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후 좌파와 우파가 번갈아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집권세력의 색깔은 바뀌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적 관행은 그대론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거의 사어화(死語化)된 ‘적폐(積弊)’라는 ‘문자’를 살려낸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입니다. 기존의 대한민국이 ‘적폐민국’이었기 때문에 우파 정권에서도 이런 목표를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적폐청산은 어느 정권에서든 절실한 국민적 염원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적폐청산에 실패했습니다. 이제 국민적 기대는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양대 과젭니다. 5월10일 출범 이후 일련의 흐름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일단 적폐청산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개혁도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듭니다. 지금 한국에서 리더를 해먹으려면 솔선수범이 원칙이기 때문이죠. 리더가 깨끗하고 유능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이 땅의 저명인사 중에 몇 명이나 될까요. 결국 이번에도 하자가 많은 B급 인물들로 정부 요직을 채우게 될 공산이 큽니다. 이런 이들이 이끄는 대한민국호(號)가 순항할 수 있을까요.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 사태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수신(修身)에 더 신경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 수신 하면 붙어다니는 게 ‘제가(齊家)’죠. 돌이켜보면 한국의 초·중·고·대 각급 학교에선 출세하는 데 도움 되는 지식만 배웠지 수신은 별로 배우지 않았고 지금도 그런 것 같군요. 가정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한국은 가정교육이 전무(全無)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논외(論外)입니다.

 

이런 걸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합니다. ‘나도 수신도 안 된 주제에 세상 사람들을 향해서 이래라저래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한 가지 B급 야심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급이 안 되면 세상을 바꾸려고 욕심 부리지 말고 조용히 수신하면서 살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더 열심히 수신하면서 살아볼까 합니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