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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홈팟’이 만들 인공지능 시장 쟁탈전

WWDC 2017에서 공개된 작은 스피커 ‘홈팟’에 주목해야 할 이유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7(Wed)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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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6월5일(현지 기준)부터 'WWDC(세계개발자회의) 2017'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WWDC는 5000명이 넘는 개발자가 전 세계에서 캘리포니아로 모여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정보나 향후 기술적인 문제 해결의 계획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테크놀로지를 주도하고 있는 애플이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이벤트인지라 세계 IT업계가 주목하는 행사입니다.

 

“WWDC 2017는 지금껏 열린 WWDC 중 최대규모가 될 겁니다.” 올해 팀 쿡 애플 CEO의 말은 참가자들을 흥분되게 했는데, 발표 내용도 그런 흥분을 뒷받침할 것들로 가득 찼습니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디바이스에 탑재될 새 운영체제인 iOS11이 이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발표된 건 주목할 부분입니다. 애플의 음식인식 비서인 인공지능 시리는 더욱 영리해졌습니다. ‘애플페이’에서는 메시지를 통해 개인 간 송금도 가능해집니다.

 

원래 WWDC는 주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표했던 자리입니다. “우리 이런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할 거니까 개발자들 참고하세요”가 핵심이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는 하드웨어, 즉 애플의 기기를 공개하는 장소도 겸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쪽 역할이 더욱 강화됐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관련 앱을 제작하는 개발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하드웨어에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맞추고 있는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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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라스트 씽(One last Thing)’, 홈팟의 등장

 

이번 WWDC 2017에서도 새로운 기기들이 선보였습니다. 약 2년 만에 새 아이맥(iMac)이 등장했고 10.5인치의 아이패드 프로도 공개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발표의 백미는 태블릿PC도, 노트북PC도 아닌 하나의 작은 스피커였습니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홈의 대항마로 기대되는 ‘홈팟(HomePod)’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쿡 CEO는 스티브 잡스의 ‘원 모어 씽(One More Thing)’ 대신 ‘원 라스트 씽(One last Thing)’을 말하며 홈팟을 공개했습니다. 이 작은 스피커에 주목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와이파이 스피커라는 건 그동안 음악을 듣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물건이었습니다. 이름에서 ‘아이팟’의 DNA를 느낄 수 있는 홈팟은 스마트 스피커로 349달러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일단 스펙을 한 번 볼까요. 먼저 AV앰프처럼 ‘룸 튜닝’ 기능이 있습니다. 홈팟은 자리 잡은 위치에 따라 음질을 보정합니다. 공간 구조를 자동으로 인식해 음악 소리를 최적화 시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는 얘기입니다. 기존의 원바디 스피커의 경우 좌우 스피커의 거리가 좁아 소리가 섞이는 경향이 있지만 홈팟은 디지털 처리를 통해 넓은 스피커 세팅을 가상으로 완성합니다. 분리형 스피커를 사용했을 때의 조화를 하나의 홈팟에서 느낄 수 있다는 얘기겠죠. 2개의 홈팟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마치 스피커의 양쪽처럼 분리해 세팅할 수 있습니다. 음량과 음질을 조정해 표현하고 싶은 소리의 넓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홈팟의 모든 걸 설명할 순 없습니다. 홈팟에는 마이크가 6개가 설치됩니다. 이 마이크는 룸 튜닝을 할 때 기준 음을 정확하게 캡처하는 역할도 하지만 사용자가 “시리야~”라고 인공지능을 호출할 때 공간 어디에서든 캐치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동안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에 탑재돼 보조적인 역할을 해 왔던 시리였지만, 이제 인공지능은 분리됐습니다. 홈팟은 어찌 보면 애플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단일 장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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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기기를 제어할 인공지능 수단

 

홈팟은 ‘홈’과 관련한 모든 것에 쓸 수 있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iOS를 사용하는 기기에는 홈킷(HomeKit)이 포함돼 있는데, 홈팟을 이용해 홈킷을 가동시켜 집안에 연결된 가전들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애플의 구상일 겁니다. 

 

최근 유행을 시작한 인공지능 비서는 아마존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알렉사’를 탑재한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에코’는 2014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됐고, 구글도 ‘구글 홈’을 내놨습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미국의 인공지능 비서 시장의 70%는 아마존이 차지하고 있고 구글이 약 20% 정도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비서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아마존과 구글 제품의 단점 중 하나가 애플의 기기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에코나 구글 홈을 사용하면 음악 서비스도 ‘아마존 뮤직’이나 ‘구글 플레이 뮤직’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애플 뮤직’은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이런 단점은 거꾸로 말하면 애플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이마케터의 예측대로라면 인공지능 비서의 미국 내 이용자 수는 2017년 3560만 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16년과 비교해 128.9%가 증가한 숫자입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사용자가 점점 증가하겠죠.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비서가 없는 애플은 향후 이용자가 이탈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었습니다. 그런 지적에 대응하듯 나온 게 ‘홈팟’입니다.

 

홈팟은 애플의 인공지능 서비스인 ‘시리’의 생태계를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2016 WWDC에서 애플은 서드파티가 시리를 응용해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리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외부에 시리를 공개한 이 결정으로 다양한 개발자들 혹은 개발업체들이 시리를 지원하는 스마트 가전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단 작은 것부터 생각해보죠. 집안의 조명이나 CCTV, 잠금 장치나 난방 장치 등을 음성으로 제어하는 제품들 말이죠. 이전에는 아이폰 화면을 눌러 홈키트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홈팟에 명령하는 걸로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시리에 대응하는 제품들은 아마 더 많이 늘어날 겁니다. 아마존 같은 경우는 이미 에코에 탑재된 인공지능인 알렉사를 외부에 공개한지 오래됐습니다. 이미 알렉사를 토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 혹은 서비스의 종류는 1만개가 넘습니다.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홈이 ‘집’이라는 공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시장에 삼성도 갤럭시S8에 탑재한 빅스비를 통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가전을 만드는 기업이기 때문에 자사 제품과의 융합에서 유리합니다. 이제 여기에 홈팟을 내놓은 애플도 가세했습니다. 애플의 작은 스피커 하나는 인공지능 시장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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