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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사드 보고 누락’ 파문 2015년 F-X사업 허위 보고 ‘데자뷔’

방사청 창설 주도 文 대통령, 무기 도입 시스템 망가졌다 판단한 듯

박혁진 기자 ㅣ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5(Mon) 10:55:40 |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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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과 관련한 국방부의 보고 누락 파문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가 5월31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여당에서는 ‘사드 청문회’ 요구까지 나왔다. 잘 짜인 각본처럼 손발이 들어맞고 있는 당·청의 이런 움직임은 진상조사가 단순히 ‘보고 누락’ 차원이 아닌 전임 정부에서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 전반에 대해 짚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보고 누락 과정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언론에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기본적으로 군 최고통수권자를 무시했다는 격앙된 분위기다.

 

청와대는 일단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사드 반입·배치 과정과 이번 보고 누락에 관련된 관계자를 조사하고 있다. 사건이 커지면 검찰의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대규모 합동조사단을 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사드 반입·배치 과정을 조사하던 중 리베이트 등의 비리 혐의가 포착될 경우 전방위적인 방산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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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방산비리 합수단, 깃털만 건드렸을 뿐”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군 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이 보고를 누락한 것은 제 꾀에 걸려 넘어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군기문란뿐만 아니라 방산업체 이익에 좌지우지됐던 보수 정권 9년간 무기 도입 시스템까지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할 당시 방위사업청 창설을 위한 지원캠프에도 실무진으로 참여할 정도로 무기 도입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보수 정권 9년을 지나면서, 무기 도입 시스템이 정권에 의해 휘둘렸던 과거로 회귀했다는 것이 문 대통령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청와대의 강경 대응 이면에는 보수 정권 9년 동안 안보 관련 정책, 특히 무기 도입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 방산비리를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권이 결정하는 대형 무기 사업은 오히려 더 불투명해졌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기본 시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산비리 근절을 내세우면서 검찰이 출범시킨 ‘방산비리 합동수사단’ 역시 ‘깃털’만 건드렸을 뿐 ‘몸통’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군(軍) 길들이기를 위한 정권의 도구로 악용됐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합수단장을 맡았던 김기동 검사장은 대표적인 우병우 라인으로 꼽혔던 인물로,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이름이 언급된 바 있다”며 “이런 정황만으로도 합수단 수사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통제 아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산비리 합수단에서 수사했던 사건을 보면 대부분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업으로 ‘기시감’ 있는 사건이란 평가가 많았다. 합수단이 대표적 실적으로 내세웠던 통영함, 무기상 이규태씨,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와일드 캣’ 비리는 모두 박근혜 정권 출범 전 추진된 사건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정 전 총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건 관련자들은 합수단에 의해 기소됐지만 정작 법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통영함 책임자였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역시 대법원에서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황 전 총장의 기소를 두고 군 내부에서는 “황 전 총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았던 것과 관련해 ‘괘씸죄’를 뒤집어썼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방산비리와 관련해서 기소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방산비리의 실체가 드러나 사업이 변경되거나 취소된 것도 없었다. 오히려 수조원이 넘는 대형 무기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여러 차례 투명성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여전히 안개가 걷히지 않은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이 대표적 ‘깜깜이’ 사업으로 꼽는 것은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되다 박근혜 정권에서 도입을 결정한 차세대전투기사업(F-X)이다. 7조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F-X사업은 2013년 9월 단독후보였던 보잉사의 F-15SE가 최종 승인 직전 탈락하고, 이듬해 록히드마틴의 F-35A가 선정된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예산을 초과하는 초고가 F-35A를 선택한 탓에 도입 대수는 계획했던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이 록히드마틴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25개 기술이전, 부품 수출 등을 보장받기로 했으나 핵심장비인 다기능위상배열(AESA)레이더 등 4개 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굴욕 외교’ 논란도 일었다. 록히드마틴과 경쟁했던 보잉사나 유로파이터는 우리 측에 기술이전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에도 기술이전과 관련한 국방부의 말 바꾸기가 계속되거나 은폐 논란이 있었음에도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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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대형 방산 게이트로 번지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 관련 파문과 비슷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두 사업 모두 필요 이상으로 불투명하게 추진하다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라는 국민적 불신을 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당시에도 청와대 허위보고 논란이 일었으나 청와대가 이를 문제 삼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허위보고 논란은 2015년 10월27일 국방부가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을 말한다. 당시 언론을 통해 록히드마틴사의 기술이전 논란이 불거지자 방위사업청은 박 대통령에게 “주요 21개 기술의 이전은 문제가 없다”고 대면보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군은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지 않아도 자체개발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면서, 결과적으로 허위보고가 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런 부분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국회 차원에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허위보고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학습 효과를 통해 군이 청와대 보고를 상당히 가볍게 여겼거나, 뭔가 숨겨야 되는 사안이 있었기 때문에 보고 누락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사청 설립을 주도할 정도로 무기 도입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군기문란’으로까지 규정하며 진상조사에 나서면서 사태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청와대 차원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수사를 의뢰하거나 감찰을 지시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국회가 요청했던 F-X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조만간 발표되는 점도 변수다. 6월2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지난해부터 F-X사업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4월부터 방위사업청에 대한 실지 감사에 착수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빠르면 3개월 안에 감사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F-X 기술이전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는 검찰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사드 및 F-X사업 등 전 정권에서 했던 주요 무기 계약 과정이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군 사조직, 이른바 ‘알자회’에 대한 인적 청산 논란까지 번지면 우리 군은 창군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국방부, 문 대통령을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인터뷰

 

 

권위 있는 군사 전문가로 알려진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사드 보고 누락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현재 군이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들의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사드 추가 배치 같은 중요한 안보 사항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해명 과정에서도 거짓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사드 보고 누락 파문과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가 안보나 외교 문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성급함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번 사건이 정치 쟁점화되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6월1일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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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왜 사드 보고를 누락했다고 보나.

 

국방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의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들을 징벌하려는 점령군으로 판단하고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장·차관은 언제 짐 싸서 나가냐는 거취문제가 고민이지, 다음 정부에서 어떻게 정책을 지속할지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지난 정부 세력의 비협조, 청와대 비서진 간 불협화음이 겹치다 보니까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상황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조사하게 됐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한 지 2주가량 지났는데 왜 이제야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것일까.

 

인수인계된 게 하나도 없다 보니 파악도 안 됐을 것이다.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사드 배치가 강행되고 있는 프로세스가 계속되는 것 같다.

 

 

사드 재협상을 놓고 이번 일이 터졌다. 일종의 변수가 될 수 있나.

 

본래 문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반입을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인 것이 드러났다.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에 대한 질타와 새 정부 국가안보실에 대한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일각에선 지난 정권의 국가안보실, 즉 김관진 라인을 정리하는 정치적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런 예측은 성급한 것 같다. 현재 청와대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진화(鎭火)하고 있다. 그런 입장이 결정되기 전에 사드 배치는 계속 강행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김관진 안보실장 시절 안보라인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나.

 

끊임없는 국민 기망(欺罔)행위다. 폭주하는 불통정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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