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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닌텐도 스위치’ 앞을 가로 막은 애플의 부품 전쟁

게임기 vs 스마트폰, 닌텐도와 애플의 기나긴 악연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2(Fri)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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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와 애플의 부품 전쟁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구도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애플과 닌텐도의 부품 공급을 둘러싼 전쟁을 전했다. 애플이 아이폰8 생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닌텐도가 내놓은 최신 콘솔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의 최대 라이벌은 다른 게임기 업체가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려는 애플이 될 수 있다. 원래 닌텐도가 공식적으로 2018년 3월까지 잡은 닌텐도 스위치의 생산량은 1000만대였다. 하지만 이미 출시 3개월이 지난 스위치는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닌텐도는 1800만대로 증산 계획을 잡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전언이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올해 11월에는 킬러 아이템인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를 출시할 예정이라 그 이전에 벌어질 품귀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닌텐도가 필요한 핵심 부품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 LCD, 스위치의 컨트롤러를 구동하는 모터 같은 것들이다. 문제는 이런 부품들은 스마트폰도 필요하다. 특히 아이폰8의 생산을 앞둔 애플은 이런 부품들을 더욱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부품 업계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유리한 애플, 불리한 닌텐도

 

부품 전쟁에서 불리한 쪽은 닌텐도다. 일단 애플은 대량 주문을 한다.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은 닌텐도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많다. 닌텐도의 부품 조달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닌텐도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럴 경우 닌텐도 스위치의 제조비용이 오른다. 299달러로 채택된 소매가격도 오를 수 있고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 기미시마 다쓰미 닌텐도 사장은 “스위치를 적자를 보며 판매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닌텐도 입장에서 스위치는 전작들의 실패를 만회해 준 효자다. 최근 게임기 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닌텐도였다. Wii로 한때 승승장구했지만 Wii U에서 고배를 마셨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는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Wii U는 그 존재감마저 희미했다. 그리고 이런 Wii U의 실패는 닌텐도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활황세를 이끌고 있는 스위치의 생산은 닌텐도에게 극복의 문제고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업계 라이벌이 아니라 애플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닌텐도와 애플의 악연은 의외로 역사가 있다. 이미 애플은 닌텐도의 앞을 가로막은 적이 있다. 닌텐도는 1989년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를 개발했다. 이론적으로는 히트할 구석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제품은 실제로 “화면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혹평을 받았던 물건이다. 하지만 게임보이에는 2개의 강점이 있었다. 하나는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제작하며 대량으로 만들어 싸게 팔 수 있었다. 당시 109달러의 가격은 다른 휴대용 게임기의 절반 수준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닌텐도가 킬러아이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닌텐도가 내놓은 슈퍼마리오의 게임보이 버전은 게임보이 판매의 촉매제가 됐다. 게임보이는 싼 가격과 킬러아이템을 바탕으로 대히트를 쳤고 총 1억1800만대 이상을 판매해 휴대형 게임기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 하드웨어 스펙이 아닌 게임의 재미가 중요하다는 단순한 원칙을 고수한 닌텐도의 승리였다.

 

그런데 닌텐도는 2010년께부터 궁지에 빠졌다. 실적이 무너졌다. 2011년 2분기 결산을 보면 순이익에서 255억 엔의 적자를 냈다. 특히 최신 휴대용 게임기였던 닌텐도 3DS의 판매가 부진했다. 2011년 닌텐도가 예상한 3DS의 판매 대수는 1600만대였지만 1~2분기 실적은 불과 70만대에 불과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애플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반면 닌텐도는 그런 위협을 현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합쳐 무려 2억대를 파는 회사가 된 애플은 오히려 닌텐도가 성공했던 ‘게임의 규칙’을 훔쳤다. 사용자 누구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게임을 두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방법이었는데 닌텐도가 게임보이로 성공한 바로 그 방식이었다. 아이폰 출시 초기였던 2009년 휴대용 게임기 시장 점유율을 보면 닌텐도가 70%, iOS가 19%였지만 불과 1년 뒤 닌텐도의 점유율은 57 %로 급감했고 그 잃은 부분은 애플 등 스마트폰 기업이 뺏어갔다. 

 

 

스마트폰 혐오증 버리는데 너무 오래 걸린 닌텐도

 

인고의 세월을 거친 닌텐도는 2015년이 돼서야 스마트폰 게임에 참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닌텐도가 하루 빨리 스마트폰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거기에 대한 대답을 듣는데 꽤나 오래 걸렸다. 닌텐도는 완고할 정도로 자신의 게임들을 자신이 만든 전용 게임기에만 제공했다. 그리고 이 고집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고객 기반을 잃어가는 실책으로 연결됐다.

 

닌텐도가 원수나 다름없던 스마트폰 업계와 손을 잡고 내놓은 대표적 성공작이 ‘포켓몬고’였다. 닌텐도는 자신들이 여전히 죽지 않았음을 증명한 뒤 ‘닌텐도 스위치’를 발표했다. 닌텐도 스위치라는 이름은 플레이 스타일을 자유롭게 전환(스위치)하고 놀 수 있기 때문에 붙었다. 이 게임기는 ‘TV 모드’를 선택하면 거치형 게임기가 된다. 큰 화면에 본체의 화면을 나오게 할 수 있다. ‘Joy-Con’(조이콘)이라고 부르는 작은 컨트롤러로 노는 ‘테이블 모드’도 가능하다. 여기에 게임기 본체에 조이콘을 끼워 ‘모바일 모드’로도 게임을 할 수 있다. 휴대용 게임기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놀이 방식의 게임기를 발매하며 닌텐도의 고집을 보여줬다.

 

이번 부품 공급 전쟁의 구도는 자신만의 방식을 또 한 번 보여준 닌텐도의 극복기를 또 한 번 애플이 막은 그림으로 그려진다. 과거 스마트폰에 패배했던 닌텐도는 스위치의 기세를 이어가고 싶을 거다. 하지만 이번 부품 전쟁이 그들의 바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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