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도시를 되살리는 여정
  • 윤주 (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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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에 대한 통합적․장기적 접근, 주민 참여, 전문가의 협력 발 맞춰가야

 

‘도시재생’이 화두다. 정부주도의 종합정책으로 발표된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도시재생이란 말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재생 뉴딜은 쇠퇴한 지역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역대 최대 규모의 도시재생을 진행하는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는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각양각색의 도시재생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 목소리로 도시재생을 주요사업으로 앞세우는 까닭은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고 도시의 정체성을 되찾는 도시재생이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픈 도시 돌아보기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도시 간 불균형 성장으로 뒤쳐져 낙후된 지역은 이른바 ‘재개발’을 꿈꾸고 이에 매달렸지만 돌아온 건 오히려 각종 부작용이었다. 인위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도시를 정비하고 물리적 변화를 가하는 재개발이 지역에 양적 성장과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지만, 거꾸로 다양한 문제들을 발생시킨 것이다. 물리적 개발은 한계에 달했고 도시만이 지니고 있던 특성은 사라졌으며 막상 주민의 생활환경이 약화되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빈민가의 고급주택지화)의 부정적인 양상인 ‘둥지 내몰림 현상’도 나타나게 되었다.

 

도시재개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생겨나고, 경제적 발전을 추구하던 방식이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변화하면서, 도시 문제의 새로운 해결방안으로 도시재생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많은 지자체들이 선진지역의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답습하며 도시재생의 이름을 건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근대문화유산을 도시재생의 자원으로 한 전북 군산과 완주의 삼례읍은 지역민에게는 자부심과 활력소가 되고 방문객에는 찾고 싶은 특별한 장소로 그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서울시가 야심차게 개장한 ‘서울로 7017’, 예술섬을 추구하는 몇몇 사례는 차용한 도시재생의 기치가 무색하다는 평과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일본 나오시마 예술섬(상단 우측부터 시계 방향) ⓒ 윤주 제공

 

앞선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지만, 실질적인 성공요인을 잘 분석하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맞춤식 전략, 종합적 관점이 부족한 것이 논란의 원인이다. 폐철로가 공원으로 탈바꿈한 뉴욕의 하이라인파크, 오래 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런던의 테이트모던, 예술로 삶이 바뀐 섬 나오시마 등 해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였으나 막상 해당 도시만의 장소성이 고려되지 못 했고, 소단위 지역사회와 개인적 삶의 질에 대한 성찰도 부족했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재생전략 필요

 

오늘날 도시재생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대상지들은 지역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지만, 지역의 유휴공간이나 낙후된 지역 등 적절한 대상공간을 발굴하고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해 개별적인 지역성 외에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할 재생전략이 몇 가지 존재한다.

 

첫째, 장소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다. 도시재생에는 도시를 구성하는 물리적 환경(공간), 커뮤니티(사회문화), 효율성(경제), 정체성(역사문화) 등을 모두 고려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한두 가지 목적만이 고려된 산발적인 지역재생이나, 해외 성공 사례의 장점만을 벤치마킹한 방식은 장소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재생지의 사업추진 과정을 공론화하고 해당 지역 주민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도시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도시재생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결국 “누구를 위한 재생인가”, “무엇을 재생할 것인가”, “어떻게 재생할 것인가”를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곳에 사는 주민들임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

 

셋째, 지역의 정체성과 환경을 고려해 주민 주도적인 지역재생을 실천하되, 지속적으로 도시와 지역 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 프로그램이 곁들여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 수립 당시의 원칙과 목적을 꾸준히 적용하고 관철할 수 있는 관리 주체가 있어야 한다. 도시재생은 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지만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업 시행을 조정·지원할 정부와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전문가의 조언과 협력이다. 도시재생은 규모가 크든 작든 자치단체나 주민의 이해관계가 얽히기 마련이고, 정부와 자치단체의 역할이나 지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계획을 보완하고, 민관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와 공조해야만 한다. 

 

결국, 도시재생은 낙후된 지역을 되살려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일에, 주민들이 참여하여 의견을 수렴해 소통하고, 여기에 행정기관과 전문가가 서로 협력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성장 전략이다. 그 안에는 사람과 지역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고, 일방적인 전략이나 단발성 기획만으로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5월20일 저녁 개장식이 열린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 가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시재생, 건강한 도시성장을 추구하는 여정

 

도시재생을 내세운 ‘서울로 7017’에 이어 ‘광화문 재구조화’로 여론이 들끓는 서울의 이슈 또한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함께 그 공간에 대한 성찰을 담아 도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우리가 마땅히 환영해야 할 과정이다. 그러나 광화문의 전면적인 보행 공간을 위한 지하차도 건설은 과거에 대한 배려도, 미래에 대한 안목도 다소 부족해 보이는 발상이다. 

 

광화문은 한양천도를 구상했던 조상의 얼이 스민 곳이자, 바로 얼마 전 촛불정신의 뜨거운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이며, 층층이 역사가 묻혀 쌓여진 공간이다. 약간의 우회로를 확보하는 것과 통행제한만으로도 걷는 도시의 중심지, 광장의 역할을 다 해낼 것이다. 

 

급하게 서둘지 말자. 아껴가자. 그리고 함께 협력해야 한다. 그럴듯한 콘셉트 이름 아래 도시를 파헤치지 말라. 경제성은 물론 도시의 정체성을 지닌 채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여 건강한 도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가야할 방향이다. 그것이 때로는 큰 그림의 도시재생이 못되고 약간의 보완이 되어 나아지는 리노베이션이 될지라도 말이다.

 

광화문포럼이 제안한 전면 보행화된 광화문광장 조감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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