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된 말을 못할 바엔 차라리 침묵하라”
  •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2 09:20
  • 호수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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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품격》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 이기주

 

지난해 8월 출간된 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에세이 분야 1위에 오른 《언어의 온도》가 최근 두 달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인기를 끈 기자 출신 이기주 작가의 책이다. 이 책에 대한 독자의 평가가 따뜻함을 넘어 뜨겁다. 이 책의 인기 비결에 대해 송현주 인터파크도서 MD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다정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언어의 온도》를 읽다 보면 한글에 대한 경외감과 한글을 자유자재로 쓰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해진다. 쉽고 편안하게 쓰인 글 속에서 독자들 역시 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세상을 보는 시선에 온기가 있는 사람은 온기가 있는 말을 한다. 말이라는 것은 내 생각과 감정을 담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을 온기 있게 보기는 쉽지 않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가능한 것은 있다. 바로, 내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은 노력하면 점진적으로 바뀔 수 있다. 오글거리고 낯간지럽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 한 통, 꽃이 되는 말 한마디 전해 보자”고 제안한다.

 

《말의 품격》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 이기주 © 사진=황소북스 제공

 

“말은 꽃이 될 수도, 창이 될 수도 있어”

 

이기주 작가가 최근 《말의 품격》을 또 내놓았다. 지난 대선 때 사람들은 대선후보 토론회나 그들의 연설을 들으면서 말이란 입이 터졌다고 내뱉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절하게 느꼈다.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니만큼 온당한 말 한마디가 천 냥 빚만 갚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나아가 조직과 공동체의 명운을 바꿔놓기도 한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품위를 벗어난 말을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해하다가 호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 일을 상기하라는 듯 말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격과 수준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를 뜯어보면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의 체취,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분명 그 사람이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이 작가는 말에도 귀소(歸巢) 본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힘은 밖으로 향하는 동시에 안으로도 작용하는 법인데, 언어의 힘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이 비일비재함을 일깨운다. 

 

“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말이라는 흉기에 찔린 상처의 골은 너무 깊어서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 어떤 말은 그 상처의 틈새로 파고들어 감정의 살을 파헤치거나 알을 낳고 번식하기도 한다. 말로 생긴 상처가 좀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이 많으면 화(禍)를 면치 못한다. 근심이 많아진다. 반대로 과언무환(寡言無患)이라는 말처럼,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줄이면 근심도 줄어든다. 서양 경구 중에도 ‘웅변은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선인(先人)들의 생각은 동·서양이 그리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펴냄 232쪽 1만4500원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

 

이기주 작가는 “때론 눈물보다 눈물을 참기 위해 헉헉거리는 숨결이 더 슬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계속 말을 내뱉어야만 상대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말을 멈추더라도 보여줄 수 있는 그 안에 담긴 ‘진심’이다”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일화를 들려준다.

 

“버락 오바마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 인물이다. 예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 당시 대통령이 추모 연설을 하게 되었다. 오바마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말을 멈춰버린다. 목이 메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51초 동안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이 침묵은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진심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 작가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꽤 의미 있는 문장이 귀로 스며들면 그것을 슬그머니 메모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끄적인 문장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란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만 한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이는 의사소통 과정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광활한 무대에서도 적잖이 도움이 되는 자세이기도 하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작가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경청을 시작으로 공감·반응·뒷말·소음 등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말이란 것은 남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품격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타인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New Book

 

왜 일하는가? 

조정민 지음│두란노 펴냄│240쪽│1만2000원

 


사람들은 일하며 산다. 직장 일이든 집안일이든, 사업이든 아르바이트든 무언가를 열심히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지 못하면 밀려드는 일에 치여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살게 된다. 언론인으로 바쁘게 살다 목사가 된 저자는 왜 일하는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그 일이 사람을 살리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용 신분 사회 

모리오카 고지 지음│갈라파고스 펴냄│288쪽│1만5000원

 

 


정규직·파견직·계약직·시간제 등 어떤 형태로 취업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우와 차별을 받는 현대사회는 고용 신분 사회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계층이 세분화되면서 심각한 격차가 존재하는 신분으로 고착하는 현상을 분석하고,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고용 신분 사회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 

 

 

김남규의 골프영어

김남규 지음│김남규외국어출판사 펴냄│237쪽│2만원

 

 


바야흐로 골프 대중화의 시대다. 해외에서 골프를 치는 일도 다반사다. 이러한 때 기본적인 영어 구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비즈니스 골프를 치는 법부터 골프 후 라운드 동반자를 어떻게 안내해야 하는지 등 비즈니스 에티켓까지 자세하게 소개한다. 아울러 1200여 개의 생동감 있는 골프 영어와 400여 개의 필수 암기 문장들이 수록됐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지음│서해문집 펴냄│336쪽│1만5000원

 

 


30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물고기 박사’로 불리는 저자는 맛은 알지만 정체는 묘연했던 바닷속 생물들, 특히 무지와 오해 속에서 잘못 알려진 해산물의 비밀을 소개한다.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누군가의 생활과 추억, 밥상 풍경까지 우리 삶과 깊숙이 연결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오감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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