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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황재균 “모든 걸 내려놓으니 공이 보이기 시작”

빅리그 승격 노리는 황재균 미국 현지 인터뷰 “마이너리그서 고생한 경험 도움 될 것”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3(Sat) 15:00:00 |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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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을 곧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을까. 최근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에서는 연일 트리플A에서 활약 중인 황재균의 빅리그 콜업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5월25일 현재 2할8푼의 타율과 2할9푼8리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황재균이 빅리그 승격을 논할 만큼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팀 성적을 고려한다면 팀 분위기 변화 차원에서 황재균을 빅리그로 불러들일 수도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시각이다. 황재균은 7월1일까지 승격이 되지 않을 경우 샌프란시스코와의 계약을 포기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에 사인했다.

 

기자가 미국 현지에서 황재균을 만난 건 지난 5월 중순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서였다. 그가 속한 새크라멘토 리버캐츠 팀이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와 원정 경기를 위해 오클라호마시티를 방문한 것이다. 스프링캠프 때 황재균을 보고 한 달 정도 지나 다시 만난 상황인데 황재균은 그 시간 동안 내적 성숙을 거듭하고 있었다. 5월16일 경기를 마친 황재균과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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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는데요.

 

“만약 나를 시즌 초에 만나셨다면 좋은 모습을 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때는 나 혼자 허허벌판에 서 있는 듯했으니까요. 멘털 붕괴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때와는 또 다른, 야구장 환경도, 시설도, 분위기도 모두 다른 곳에서 다시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어요. 매일 여기서 어떻게 하면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야구가 잘될 리가 없었겠죠. 잘 보이고 싶어서, 장타를 치고 싶어서 스윙을 크게 하기 시작했어요. 캠프 내내 잘 만들어왔던 타격 폼이 무너지기 시작했죠.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던, 다시 떠올리기 싫은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다 지금은 안정을 되찾은 것 같긴 한데요.

 

“어차피 내가 욕심내고 빅리그로 콜업 되는 날만 기다린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오늘 올라가나? 내일 부르려나?’하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야구에만 집중하는 게 낫겠다 싶은 거죠.”

 

스트레스가 심했겠어요.

 

“엄청 받았죠.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휴대폰부터 찾아들고 문자부터 확인했어요. 혹시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싶어서.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은 걸 확인하면 ‘아, 오늘도 이렇게 그냥 가는구나’ 싶었죠. 그런 마음으로 야구장에 나오면 그냥 멍해지는 거예요. 자꾸 팀에서 겉돌게 되고요.”

 

혹시 시즌 직전 시범경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인 AT&T파크를 경험했던 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요.

 

(황재균은 시범경기 마지막 3연전을 자이언츠 홈구장인 AT&T파크에서 치렀다. 그는 AT&T파크를 떠올리며 ‘그곳은 천국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럴 수도 있어요.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그곳에서 야구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어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하는데 욕심을 앞세우니까 더 안 됐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은 떨어지고, 내 야구도 안 되고. 정말 총체적인 난국이었습니다. 그걸 스스로 느낄 정도였죠.”

 

마이너리그 생활이 어렵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을 텐데요.

 

“충분히 얘기를 들었죠. 여러 선수들을 통해서요. 그래봤자 트리플A니까 메이저리그 야구장에 비해 살짝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은 살짝이 아니라 한참이었습니다. 이동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어요. 마이너리그 규율상 이동할 땐 무조건 첫 비행기를 타야 해요. 지정 좌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새벽 4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가는 일을 반복했어요. 버스를 대여섯 시간 타고 이동한 적도 있었고요. 내가 적응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일인데 처음 경험하는 마이너리그 생활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마이너리그 경기장은 환경이 낙후된 곳도 많죠.

 

“꼭 경기장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요. 그래도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러 왔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려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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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면 이 또한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죠. 그렇게 생각해야죠. 이런 시간도 겪었는데 메이저리그 올라가서 매일 시합에 나가지 못해도, 벤치에서 소리만 지르고 들어간다고 해도, 그 자체가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한 경험이 나중에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혹시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포기까지는 아니고 가끔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그래도 내가 하고 싶어서 온 거니까 좀 더 열심히 해 보자며 마음을 고쳐먹기도 했습니다. 거의 세뇌시키듯이 다짐을 반복했어요. 열심히 하자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지 말자고.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말이죠.”

(새크라멘토 리버캐츠의 데이브 브런디지 감독은 황재균이 시즌 초 겪은 슬럼프를 지켜보며 기다림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브런디지 감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다 보면 예상치 못한 다양한 감정을 만나게 된다. 그동안 여러 선수들을 지켜봤지만 황재균은 어느 선수보다 이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황재균은 서서히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 과정을 극복해 낸다면 충분히 빅리그에서 제 몫을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 채팅을 했었죠? 깜짝 놀랐어요. 황재균 선수가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외로워서요(웃음). 그렇게라도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어느 새 시즌 시작하고 한 달이 넘었네요.

 

“체감상으론 1년은 지난 것 같아요.”

 

적응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수비할 때 몇 차례 실책을 범하기도 했었죠.

 

“정말 바보 같았어요. 집중을 못하다 보니 멍한 상태로 있다가 타구를 놓치길 반복했었죠. 그때는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아졌어요. 야구장 나오면 선수들과 장난도 치고, 즐겁게 대화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최근 타구에 힘이 실리는 것 같아요. 오늘도 홈런성 2루타가 터지기도 했어요.


(5월16일 경기에서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한 황재균은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우측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날렸다. 살짝 위로 더 날아갔다면 충분히 홈런이 되고도 남을 장타였다. 황재균은 인터뷰 직전 두 경기에서 이틀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10타수 5안타 5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390피트 정도 날아간 것 같아요. 담장이 조금 낮았더라면 홈런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긴 하네요(웃음).”

 

아까 동료 선수들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소맥’을 정확히 발음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혹시 황재균 선수가 알려준 건가요.

 

“하하, 네. 선수들과 한식당에 가서 저녁 먹으며 소맥 제조에 대해 설명했거든요. 한 잔씩 만들어주기도 했고요. 그 맛이 기가 막히다며 그 후론 날 볼 때마다 ‘소맥’을 외쳐요. 이곳 선수들은 정말 착해요. 뭐든지 다 해 주고 싶을 정도예요. 팀 메이트들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비로소 황재균다운 생활로 돌아왔네요.

 

“그렇죠(웃음)? 갈등과 번민 속에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이곳 생활이 즐거워요. 편하고요.”

 

시범경기를 통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여러 차례 상대해 봤는데요, 트리플A 선수들의 공은 어떠하던가요.

 

“확실히 수준 차이가 있긴 해요. 어떤 선수들은 내가 한국에서 만났던 외국인 선수들보다 못한 공을 던지기도 하고요. 문제는 그런 투수를 내가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진짜 한심했어요.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뻔히 알면서도 방망이를 맞히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부분도 시즌 초반 슬럼프를 겪게 했던 이유 중 하나였어요. 팀에서 내게 원한 건 장타였거든요. 그런 장타를 치지 못하고 헤매고 있으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그냥 확 내려놓고 내 야구를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나타나겠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솔직히 이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날 응원해 주는 팬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날 보여주려면 빅리그에 올라가야 하지만 난 마이너리그에 머물러 있고, 다른 선수들은 콜업돼 올라가는 상황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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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 아닌가요?

 

“그럴 거예요.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이렇게 밀려나 있기는 처음이죠.”

 

7월1일 전까지 빅리그에 올라가지 않으면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포기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있어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 같나요.

 

“그 전에 날 올리지 않는다면 이 팀에서 날 쓸 마음이 없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동안 여기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해요. 그래야….”

 

그래야? 그다음이 뭐죠.

 

“빅리그로 콜업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만약 팀에서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다른 팀을 찾아야 하는 거니까요.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까 좋은 마음으로 기다려봐야죠.”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다 보면 선수마다 사연이 가득해요. 김현수 선수는 빅리그에 있지만 경기에 나가지 못하고 있고, 박병호 선수는 부상으로 빅리그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고, 추신수 선수는 주전인 건 확실한데 수비에 나가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그런데 그 선수들은 모두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잖아요. 나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뭐가 힘들겠어요.”

 

각자의 상황에선 다 힘든 거겠죠. 빅리그 콜업을 앞두고 특별히 더 준비하는 부분이 있나요.

 

“처음 마이너리그로 와서 준비했던 건 좌익수 수비였어요. 팀에서 그걸 원했으니까요. 지금은 타격에 더 중점을 두라고 해서 타격에만 신경 쓰고 있습니다. 무조건 잘 쳐야 올라갈 수 있다고 하니까요(웃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초청선수 신분으로 캠프를 치렀잖아요. 그때랑 지금의 팀 문화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굉장히 큰 차이가 있죠. 이곳 선수들은 하루빨리 팀을 떠나 빅리그로 올라가고 싶어 해요. 누구도 이곳에 오래 남고 싶어 하지 않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같은 마음입니다. 재미있는 건 누가 짐을 싸면 축하부터 해요. 빅리그로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하고. 헤어질 때 뭐라고 인사하는 줄 아세요? 다시는 여기서 만나지 말자. 우리도 올라갈 테니까 빅리그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으라고 인사합니다. 정말 흥미로운 모습들이에요.”

 

스프링캠프 때 황재균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기사화됐어요. 그런데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니까 아무래도 미디어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실감이 나던가요.

 

“아주 절감했습니다. 정말 내 기사 한 줄 안 나오더라고요. 다른 한국 선수들 기사는 쏟아지는데. 아, 이런 거구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면 이런 차이를 겪게 되는구나 싶었죠. 앞으로 날 찾아오는 기자분들한테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요(웃음).”

 

황재균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걸 내려놓으니까 투수의 공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그동안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야구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젠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내 야구를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생각 외로 날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 많더라고요. 아직까지 이곳에 있는 게 미안한데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계속 지켜봐주세요. 그동안 나 자신이 한심했던 적이 많습니다. 조금씩 내 야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곧 빅리그에서 만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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