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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대북정책, ‘북핵 고도화 저지’가 급선무

“보수 정권 9년의 제재와 압박 위주 정책은 북핵 고도화 막지 못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6.01(Thu) 13:00:00 |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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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통일·대북정책과 관련한 쟁점이 이전 대선만큼 부각되지 않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반을 둘러싼 안보논쟁은 치열했지만 통일에 대한 담론은 보이지 않았다. 대선 전 북한 6차 핵실험설과 미국 선제타격설이 계속 흘러나오면서 대선 주자들이 통일에 대해 얘기하기 쉽지 않았던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가 완전 단절된 상태에서 많은 숙제를 물려받았다. 새 정부는 북한 핵능력의 고도화 방지와 폐기, 사드 배치 여부 최종결정, 남북관계 복원 등 수많은 난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북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저지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남한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한은 예외 없이 새 정부 길들이기에 나서고 우리는 여기에 맞서 기싸움을 하다가 1~2년을 그냥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다. 북핵 고도화와 남북관계 단절에 대한 책임논쟁도 부질없다. 문재인 정부는 최고의 외교·안보라인을 갖추고 주변국과 협력하면서 북핵 해결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결정적 시기에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대북정책은 북핵 고도화를 저지하는 것이다. 보수 정권 9년 동안 ‘선(先)비핵화론’에 입각한 제재와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은 북핵 고도화를 막지 못했다. 북한 붕괴론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북핵 해결의 초점을 잃었고 중국의 협조를 받는 데도 한계를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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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의 북핵 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의 북핵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단계적·포괄적 접근으로 과감하고 근원적 비핵화 추진을 목표로 북한 핵활동을 중단시키고 완전한 핵폐기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정부 시절 대북 기조인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을 통해 북핵 해결을 서두르고 있어 한·미 공동의 북핵 해법을 마련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전환, 정권교체, 급진통일, 무력침공 등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4노(NO) 방침’을 밝힘으로써 대타협의 가능성도 커졌다.

 

과거 경험에 의하면 한국이 포괄적 북핵 해법을 만들고, 주도적인 역할을 행사할 때 비핵화를 향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가 ‘북핵 불용(不容)’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면서 한편으론 북한 붕괴론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점에서 한·미·중의 협력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한·중이 동시행동 원칙에 따른 단계별 포괄접근을 선호하는 데 비해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 방식의 선(先)핵폐기론을 선호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붕괴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립서비스’보단 실제로 안전을 담보받을 수 있는 ‘평화보장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실재적 위협’ ‘임박한 위협’으로 부각한 북핵 해결을 위해서 관련 국가들 간 이익이 절충되는 지점을 찾아 포괄협상안을 만들고 비핵화를 서둘러야 한다.

 

단계별·포괄적 접근의 우선 조건은 일단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제돼야만 비핵화 중간단계인 ‘동결을 위한 포괄협상안’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수령체제 유지를 위한 ‘만능의 보검’으로 여기기 때문에 완전한 핵폐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핵 고도화를 막는 동결조치를 먼저 취하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과 함께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보수 정권들은 “핵을 가진 자와 악수할 수 없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고 하면서 평화체제 구축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선핵폐기론에 따라 제재와 압박 위주로 일관하다가 북핵 고도화를 사실상 방치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에 기초해 당위론적 선(先)비핵화론을 넘어 실현 가능한 단계별 포괄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핵을 가진 자와도 한쪽으로는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견제하는 정책도 동시에 쓸 수 있어야 한다.

 

 

남북대화 창구 조속히 마련해야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대북 포용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햇볕정책 2.0을 추진하기 위한 여건은 녹록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안보리 제재와 함께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양자 제재를 가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제재와 압박 효과를 떨어뜨리는 독자적 행동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었고, 물려받은 숙제가 많아 남북관계 재설정이 쉽지 않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 현안의 대부분이 북핵문제와 연계돼 있어 한·미·중 공동의 북핵 해법을 마련하고 비핵화 프로세스를 본격화해야 남북관계 복원도 원활해질 수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사드 배치 여부 최종결정 등 현안들은 새로운 북핵 해법의 범주에서 포괄적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제재와 대화의 병행 추진 원칙 아래 북한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 행동을 막기 위한 남북 연락채널 복원 등 대화 창구를 조속히 마련하고 상황관리를 하면서 남북관계 복원을 시도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핵 해결 노력과 함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전략적 관여정책’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국제사회가 취하고 있는 제재와 압박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단체들의 남북교류협력을 확대하면서 북한의 시장화, 개방화, 국제화를 촉진해 나가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군사적 억제, 대화와 협상, 평화적 이행전략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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