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갈등도 봉합될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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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선원 24명 중 20명 가족과 합의…한국 가족도 참여 눈길

 

5월10일 공식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세월호 재조사 지시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5월11일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1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을 개별 접촉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중 2가지가 세월호 관련 이슈였다. 세월호 선체 조사위 추가 지원과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 등이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박근혜 정부가 급조하다시피 만든 국민안전처 역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5월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은숙

 

 

문 대통령 취임 다음날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 밝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침몰한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과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한국 시간으로 3월31일 밤 11시께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 인근에서 이 화물선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브라질 구아이바에서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스텔라데이지호에 돌연 침수가 발생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지점은 브라질 리오 데자네이로에서 동쪽으로 약 1500마일 떨어진 곳이다. 당시 스텔라데이지호에는 24명의 선원(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이 타고 있었다. 조난 신호를 받고 인근 국가에서 구조선이 급파됐지만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다. 나머지 22명 선원의 생사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군함과 항공기, 구조선 등 모두 29척이 사고 현장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4월 말부터는 대규모 저기압으로 기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과 실종자 가족들은 그 동안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다. 가족들은 무엇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명벌(구명뗏목)을 계속 찾아야 한다”고 회사 측을 압박했다. 가족들은 선사의 진정성 있는 수색을 요구하며 5월 초부터 거리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된 곳은 육지와 1500마일 정도 떨어져 있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합뉴스

 

  

선사와 갈등 겪던 한국 선원 가족 4명 합의

 

폴라리스쉬핑 측은 “아직까지 수색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난사고 사례에 비춰 30일 이상 장기 수색을 한 사례가 없다”며 “가족들에게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현장수색 체제에서 통과수색 체제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종 선원 가족들과의 보상 문제도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선원법에 따르면 실종 30일이 지나면 보상 관련 내용을 통보하도록 명시돼 있다(선원법 제92조 실종관련). 5월 중순까지 구조 선원 2명을 포함한 필리핀 선원 16명의 합의를 마쳤다. 하지만 한국 선원의 경우 가족들과의 갈등 때문에 합의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실종자 선원 가족 8명 중 4명과 총 8억에서 11억원의 보상금을 각각 지급하고 합의했다고 폴라리스쉬핑 측이 5월26일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보상금은 통상적인 선박 사고 보상금 지급액 중 역대 최고액이다. 실종자 가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성의를 보인 것”이라며 “다른 실종자 가족과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4명의 실종 선원 가족 역시 합의를 마쳐 첨예하게 진행돼 왔던 갈등이 봉합될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은 여전히 완강하다. 한 가족은 “선사 측은 사고 초기 ‘실종자 가족들과 합의해 수색 종료시점을 정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수색 전환한다는 문자 메시지만 달랑 보냈다”며 “넓은 대서양에서 통과 수색을 한다는 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더 힘들다. 선사 측을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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