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이제 문화에서 산업으로
  •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5 16:30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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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대세론’으로 가는 서점가 웹툰 인기 힘입어 역대 최다 판매량 기록

 

요즘은 만화를 본다고 뭐라고 야단치는 부모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만화 중독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자리를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같은 말이 대신하고 있다. 지금의 부모들이 과거 야단을 맞으면서도 만화를 즐겨 보며 자란 세대라서인지, 자녀들에게 학습 만화뿐 아니라 코믹 만화까지 잘 챙겨주는 모습을 서점에서 늘 목격할 수 있다. 실제 교보문고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 학부모 김경숙씨(44·여)는 “책과는 아예 담을 쌓은 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아들에게 그나마 만화책이라도 어딜까 싶어,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만화책을 사러 왔다”고 밝혔다.

 

출판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점가에서 만화 분야의 인기가 시들지 않고 오히려 활짝 피고 있다. 교보문고는 최근 지난해 책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는데, 만화 분야 책이 130만 권 팔려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에서 팔린 만화책 판매량은 매년 꾸준히 올라 120만 권을 넘은 2009년 이후 100만~110만 권 수준으로 판매량이 오르락내리락하다 2015년부터 서서히 올라가 지난해 정점을 찍은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만화책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만화 판매량의 꾸준한 증가세는 유년·청소년기 만화 독서량이 많았던 세대가 어른이 돼서도 만화를 즐겨 보는 ‘키덜트(아이와 어른의 중간)’ 현상의 한 단면으로도 분석된다. 그렇게 만화책 고정 독자들의 꾸준한 구매가 유지되면서 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의 인기 또한 만화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주요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만화책 판매량은 웹툰·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성인물 등 대다수 분야에서 성장했다. 시바견이 주인공으로 나온 네코마키의 《시바 아저씨》와 고양이가 등장하는 같은 작가의 《고양이와 할아버지》 등 ‘반려동물 천만 시대’를 맞아 동물이 등장하는 만화가 독자의 구미를 당겼고, 영화로 수백만의 관객을 모은 《어벤저스》 등이 그래픽노블 중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이는 서점에서 인기를 누린 만화가 영화화에 성공하면서 더 큰 사랑을 받는 시너지 효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5주 차 만화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셜록》 6위, 《너의 이름은.》 12위, 《공각기동대》가 18위를 차지하는 등 영화 및 드라마화한 작품의 인기가 만화로 이어진 사례가 최근 수년간 두드러졌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만화 코너 © 시사저널 박정훈

 

웹툰, 문화 장르로 자리 굳혀

 

하지만 역시 만화시장의 붐은 웹툰 분야에서 비롯됐다. 웹툰을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서점은 만화 코너 옆에 따로 웹툰 코너를 두고 있을 정도다. 《웹툰의 시대》를 펴낸 기자 출신 위근우씨는 “《미생》 《은밀하게 위대하게》 《닥터 프로스트》 등 웹툰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소설·영화·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지금, 웹툰은 단순히 출판 만화의 대안이 아닌 문화 현상이다. 대한민국 웹툰은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폭풍 성장 중이다. 한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하루 평균 600여만 명이 접속해 해당 사이트에 올라 있는 웹툰을 본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듯 각 요일별로 구독하는 웹툰이 업데이트되길 기다리고, 열심히 댓글을 달면서 베스트 댓글로 등극하길 고대한다. 연재 시절부터 인기를 모았던 웹툰 《미생》은 드라마로 제작돼 문화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열풍을 일으켰으며, 단행본으로도 출간돼 1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웹툰이 대세’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 말이고, 이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니라 아예 ‘웹툰 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장했다. 즉 이제는 웹툰이 하나의 문화 장르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웹툰 작가들의 활동 영역도 다양해져

 

웹툰은 단순히 만화에서 그치지 않고 드라마·영화·게임 등 다른 장르에도 사용되며 상승세를 키워가고 있다. 공연계에도 몇 년 전부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올여름에도 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게 웹툰은 이제 모든 문화매체와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상황이다. 웹툰 작가들은 출판뿐 아니라 영화·드라마·공연·언론매체·공공기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 열린 플랫폼을 통해 저마다 다른 개성과 능력을 지닌 작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색깔의 웹툰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웹툰 작가들이 다른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해하기 힘든 정치 상황과 경제 문제 등을 웹툰 작가가 쉽게 풀어 설명하는 만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 연재 후 ‘경제 상식 사전’ ‘한국 현대사 탐험 만화’ 등의 제목으로 출간돼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TV에서 《호모에코노미쿠스》라는 경제 웹툰 연재를 시작한 탬(가명)씨는 “만화를 통해 어려운 경제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웹툰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3대 경제주체인 정부와 가계·기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호모에코노미쿠스》의 내용은 이렇다. 한 대학의 경제학도인 백가계·무정부·정기업이 선배의 족보만 믿고 술독에 빠져 경제학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게 되지만, 어떤 미지의 존재가 등장해 이들을 경제학에서의 여러 가정 상황으로 이끌고 가 직접 경험을 통해 경제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탬 작가는 “대학에서 국제관계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국가 간의 의사결정부터 물건의 가격이나 최저임금 등 세상의 많은 부분이 경제논리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 중요한 원리를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웹툰 작가를 섭외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경기남부보훈지청에서는 호국정신과 나라 사랑 함양을 위한 교육 자료로 《호롱이와 함께하는 나라사랑 이야기》라는 웹툰을 제작했다. 매달 제작하는 이 웹툰의 5월 주제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것으로 약 11컷 분량으로 구성했다. 

 

 

New Book

 

의심의 철학

이진우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88쪽│1만5000원

 


현대 과학은 다른 학문을 지배하며 끊임없이 정답을 추구한다. 하지만 철학은 정답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한다. 정답을 확신하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지만, 의심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묻는다. 저자의 포스텍 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엮은 이 책은 마르크·니체·프로이트·하이데거·비트겐슈타인 등 정답의 시대를 성찰한 ‘의심의 학파’ 11인을 조명한다.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

하지현 지음│창비 펴냄│212쪽│1만2000원

 

 


정신과 의사이자, 다양한 심리 관련 저서를 통해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 주치의로도 활약하고 있는 저자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며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처방전을 내놓았다. 10대에 나타나는 신체적·정신적 변화부터 공부 스트레스, 친구 문제, 진로 불안까지 지금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대표적인 마음속 갈등과 고민들을 담았다. 

 

 

정원생활자

오경아 지음│궁리출판 펴냄│388쪽│1만8000원

 

 


꿈꾸는 정원을 만들고 가꿀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그런데 저자는 하루 3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역사와 예술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정원 이야기에서 정원 속에 담긴 철학과 인물들의 내밀한 속사정까지. 1년 사계절을 아우르는 178가지의 정원 이야기가 일상에 건강한 활기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선사한다.

 

 

뜻밖의 생

김주영 지음│문학동네 펴냄│312쪽│1만3800원

 

 


등단 47년, 여든을 목전에 둔 일흔아홉이라는 나이에도 작가는 집필에 몰두해 새 소설을 내놓았다. 한 인간이 생을 살아내며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펼쳐 보이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기는 것도, 위안을 주는 것도, 행복을 주는 것도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통해 삶의 본질과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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