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인의 ‘앵벌이’ 현장
  • 중국 단둥=유지만·김지영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5.22 15:47
  • 호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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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선으로 두고 있다. 여기에 국경을 지키는 북한 군인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과 북한이 가깝게 붙어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런 곳에선 북한 군인들이 중국 쪽에서 관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드러내놓고 ‘앵벌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시사저널은 2014년 1월 취재 당시 ‘앵벌이’하는 북한 군인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취재진은 평안북도 의주 부근에 배를 타고 접근했다. 북측 초소에서 보초를 서던 한 병사가 취재진이 타고 있던 배로 접근해 돈을 달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이에 취재진이 배 위에서 담뱃갑에 20위안을 구겨 넣어 병사가 서 있던 강가 쪽으로 던져줬다. 그 병사는 강가로 뛰어와 담뱃갑을 주운 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초소로 돌아갔다.

 

5월17일 오후 중국 단둥 외곽에서 만난 북한 군인이 취재진이 던진 담배를 챙기고 있다. © 시사저널 유지만

그 북한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의 앵벌이는 여전했다. 5월17일 오후 취재진은 압록강 하류 쪽에 위치한 북한 황금평 지역에서 북한군 한 명을 발견했다. 국경 철책선 너머에 서 있던 군인을 향해 취재진이 “반갑습니다”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자, 군인도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오더니 손가락으로 담배 피우는 제스처를 했다. 담배를 달라는 거였다. 이에 취재진이 “어디서 (담배를) 줘요?”라고 묻자, 병사는 “저쪽으로 오시라요”라며 손가락으로 취재진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을 알려줬다. 

 

북한과 중국 철책선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담배를 줘요?”라고 묻자 병사는 철책선 아래쪽으로 던지라고 했다. 취재진이 담배 4갑을 던져주자 병사가 “돈도 주시라요”라며 돈까지 요구했다. 그러면서 “빨리 주시라요”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에 담뱃갑에 중국 돈을 넣어 던져줬다. 취재진이 “우린 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하자, 병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알아요”라고 말했다. 병사가 관광객들에게 돈과 담배를 요구하는 게 익숙해 보였다. 병사는 취재진이 준 담배와 돈을 갖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유유히 사라졌다. 고맙다는 인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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