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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김정은 테러’ 음모” 다급해진 北 보위성 작품?

[평양 Insight] 김정은 눈 밖에 난 보위성, 신임회복 위한 과잉충성 분석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8(Thu) 08:00: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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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절대 금기시되는 게 최고지도자의 신변과 관련해 공공연히 언급하는 것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이른바 ‘최고존엄’이라 치켜세우며 절대우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김정은에 대한 ‘생화학 테러’ 음모가 드러났다는 주장을 펼치며 관영매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전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고지도자 위해(危害) 시나리오까지 만들어내는 무리수를 둬가며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는 배경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의도가 숨겨져 있을 것이란 측면에서다. 특히 김정은의 눈 밖에 난 정보기구인 국가보위성이 사태를 주도하고 있어 신임회복을 노린 과잉충성으로 치닫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 국가보위성이 테러 문제를 처음 거론한 건 5월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다. 보위성은 이 성명을 통해 미 중앙정보국(CIA)과 한국의 국가정보원(NIS)이 “우리(북) 최고 수뇌부를 상대로 생화학 물질에 의한 국가테러를 감행할 목적 밑에 암암리에 치밀하게 준비해 우리 내부에 침투시켰던 극악무도한 테러범죄 일당이 적발됐다”고 주장했다. 2014년 6월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서 일하던 북한 벌목공 김아무개씨를 매수해 “금수산태양궁전행사(김일성·김정일 시신 보관 시설)와 열병식, 군중 시위 때 우리 최고 수뇌부를 노린 폭탄테러를 감행할 모의를 했다”는 게 보위성 발표의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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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 “엉성하고 터무니없는 주장”

 

눈길을 끄는 건 방사능이나 독성 생화학 물질을 이용한 김정은 암살을 언급한 대목이다. 보위성은 “6개월 또는 1년 후 치명적 결과가 나타날 생화학 물질을 이용한 테러 시도”라고 주장하며 평양 내 테러범과 CIA·국정원이 위성송수신 장비로 교신했다고 강조했다. 보위성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국정원이 김정은 테러에 사용할 생화학 물질과 장비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지령을 내렸다”며 “느닷없이 ‘북 급변사태설’이 본격적으로 나온 것도 이런 음모가 극비리에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와 우리 정부 당국은 “북한 공안기구가 만들어냈다고 보기엔 너무나 엉성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미가 김정은 암살을 위해 러시아에 나온 북한 벌목공을 포섭했다는 건 황당무계한 이야기란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북한의 삼엄한 경호를 감안했을 때 벌목공이란 신분으로 이 같은 일을 계획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탈북 고위인사의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일성광장 열병식 때 철저한 검문검색이 이뤄지는 데다 김정은은 일반인 접근이 차단된 본부석인 이른바 ‘주석단’에 자리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런 지적에 아랑곳 않고 관영 선전매체를 총동원해 공안통치 바람몰이에 나섰다. 5월6일자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을 통해 성명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데 이어 ‘각계 반향(反響)’이란 이름으로 격앙된 분위기를 전하는 모습이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직전 여론몰이에 등장시켰던 ‘죽탕쳐 버리겠다’는 등의 섬뜩한 표현이 다시 등장했다. 보위성 성명을 뼈대로 하면서 직업이나 소속기관에 어울리는 표현을 구사하는 방식도 쓴다. 검덕광업연합기업소 금골광산의 소대장 고경찬은 5월7일자 노동신문에 “태평양 밑으로 착암기로 굴을 뚫어서라도 미국이란 땅덩어리를 통째로 발파해 버리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국가보위성 실세로 알려진 이정록이 ‘보위성 군관’ 직함으로 등장한 대목도 관심을 끈다. 이정록은 이날 노동신문 1면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영원한 태양을 가리어보려는 가장 악랄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정록은 또 “수령보위·제도보위·인민보위는 국가보위성의 제일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보위성이 김정은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번 사태를 조작해 내고, 핵심 간부가 선봉에 서서 충성 다짐과 체제 결속 쪽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란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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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생화학 테러 물타기일 수도

 

보위성은 무리한 수사로 중앙당(노동당 중앙위원회) 과장급 간부를 숨지게 하는 등의 전횡으로 김정은의 진노를 샀고, 김원홍 보위상이 지난 1월 대장 계급에서 강등당하고 해임되는 조직의 위기를 맞았다는 게 우리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4월15일 김일성광장 군사퍼레이드 때 김원홍은 대장 계급으로 돌아왔지만 복권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행사장에서 김원홍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거수경례를 했지만, 다른 간부들과 달리 악수를 나누지는 못했다. 뭔가 단단히 눈 밖에 났다는 얘기다.

 

북한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자행한 VX를 이용한 김정남(김정은 이복형) 암살 사건을 염두에 두고 ‘생화학 테러’ 주장을 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가공할 위력이 입증된 VX에 대해 북한이 ‘제 발 저린 격’의 과잉반응을 드러낸 것이란 얘기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맞서는 선전술 성격도 깔렸다는 관측이다. 지난 4월말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마무리돼 한·미와 대립각을 세우기 쉽지 않은 데다 체제 결속의 마땅한 소재가 떨어지자 ‘자해 공갈’ 수준의 테러음모설을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부와 노동당·내각 내 엘리트 불만세력의 반(反)김정은 정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보위성의 포석도 감지된다.

 

북한은 이번 사태를 일회성으로 넘겨버리지 않겠다는 기세다. 5월11일에는 평양 주재 외교관과 국제기구 관계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아 ‘정세통보모임’이란 걸 열고 한·미 정보 당국이 김정은을 겨냥해 생화학 테러를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통인 한성렬 외무성 부상까지 내세워 “미제와 괴뢰 역적패당의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노리는 제2, 제3의 특대형 범죄가 또다시 시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상당기간 보위성이 꺼내 놓은 ‘테러 음모’ 시나리오를 우려내며 대내외 선전전을 벌일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이런 기세를 적어도 오는 여름까지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씨 일가 우상화 행사인 ‘백두산위인칭송대회’(8월)는 물론 생산증대를 위한 ‘만리마선구자대회’(연말 예상)까지 위기감을 의도적으로 부풀려가며 체제 단속의 고삐를 계속 죄어나갈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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