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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盧가 못한 ‘양극화 해소’ 文이 이룰까

일자리·비정규직 등 난제 산적…노동계 출신 노동부 장관 탄생 여부도 주목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8(Thu) 17:46: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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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한 분야별 당면 과제 

 

1945년 일제강점기가 끝난 이후의 대한민국 현대사는 반목과 분열로 얼룩져왔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게 된 한반도의 이념·지리적 상황은 이념과 지역, 세대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런 갈등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났다. 한국 사회는 둘로 셋으로 쪼개졌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한 이후에는 빈부 격차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늘어만 갔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70년 동안 11명이 대통령직에 올랐다. 모두 “국민통합”을 외쳤다. 그럼에도 누구도 실패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대통령 개인의 역량 탓도 있을 수 있지만, 분열된 사회 속에서 대통령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성공적으로 ‘직(職)’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급기야는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혹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두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봤고, 혹자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힘을 봤다고 말한다. 이런 갈림길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차이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그가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준비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기대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닐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했다. 이를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는 ‘공’만큼 ‘과’도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남겨놓은 부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참여정부의 ‘과’를 반면교사 삼는 그는 어느 후보보다 준비되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들이 상상하는 가장 좋은 그림일 뿐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당장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이 적지 않다.

 

일단 청년실업·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민생고 해결이 시급하다. 여기에 정치·사법·경제 각 분야의 적폐를 이번에도 척결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지난 과거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핵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경직돼 있는 남북문제도 풀어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도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모든 사안의 해법을 놓고 갈라져 있는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는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다. 과연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성공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기로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첫발을 내디딘 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취임 직후다. 그가 과연 어떤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어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많은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도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시사저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길 바라며,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야별로 짚어봤다.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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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공식 취임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5년 전 대선 당시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상징되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積弊)를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의지이자, 평범한 국민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소득과 일자리 격차로 인한 사회 양극화, 적자생존의 사회 분위기를 바꿔달라는 촛불민심에 대한 응답이었다.

 

문 대통령에겐 대선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도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탓에 반쪽짜리로 출범할 수밖에 없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청와대 비서진을 임명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과 불완전한 동거를 계속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내각이 구성된 뒤에도 문 대통령에게 여유는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쌓여온 적폐가 만만치 않은 데다 국내외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양극화로 피폐해진 민생을 되살릴 특단의 대책 마련이 관건이다.

 

 

‘나라를 나라답게’ 핵심은 ‘불평등 해소’

 

문 대통령에겐 또 다른 과제도 놓여 있다. 바로 노무현의 그림자다. 문 대통령에게 노무현의 존재는 친구이자 동지, 그리고 정치적 자산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와 달라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열정은 컸지만 정책 추진은 서툴렀다. 일자리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사회 양극화 심화를 막아내지 못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임기 말 국민들로부터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달랐다”는 평가를 들어야 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말한 정의의 핵심은 불평등 문제다. 몇 해 전부터 대한민국을 지옥에 빗대 ‘헬조선’이라고 말하는 국민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수년 전 한국 사회를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존 롤스의 《정의론》에는 “일단 중요한 자유가 보장되고 난 다음에는, 공동체의 정치적 합의는 가장 빈곤한 계층이 최대한 부유해지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서술돼 있다. 국민의 자유가 보장되고 민주주의로 평화로운 정권교체까지 이뤄진 오늘의 대한민국은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만드는 ‘불평등 해소’가 핵심 과제이다.

 

문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의 1순위 대안으로 일자리를 꼽고 있다. 대선후보 당시 첫 공약 역시 일자리였다. 취임 이후 첫 업무지시 역시 ‘일자리 상황 점검과 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5월10일 오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제부총리가 일자리 상황을 점검한 뒤 당장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을 수립해서 보고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준비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에는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신설했다. 일자리수석은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로 추진할 일자리정책을 뒷받침하고, 각 부처와 기관에 산재한 일자리 관련 정책을 종합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선 기간 강조해 온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부문 청년의무고용률을 3%에서 5%로 높이고 민간기업으로도 확산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부당한 찍퇴(찍어서 퇴직)·강퇴(강제로 퇴직)를 막는 희망퇴직남용방지법을 제정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 중장년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아울러 청소·경비·급식업무를 하는 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근로조건 승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간단축 공약도 빼놓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주당 최대 52시간인 법정노동시간 준수로 20만4000개, 연차휴가 의무사용으로 3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의 경우 양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일자리 질 향상의 핵심은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해소다.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차별해소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런 수단을 동원해 동일기업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공부문부터 상시적인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공정임금제를 실현하겠다는 공약도 차별해소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고 지방자치단체별 생활임금제를 확산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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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노사정위 ‘첫 시험대’

 

문제는 방법론이다. 대부분의 정책이 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돼야 추진할 수 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상시·지속업무에 정규직을 채용하고 차별처우만 금지해도 비정규직 규모가 상당히 축소될 것”이라며 “비정규직 공약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시험대에 놓이게 된다. 임박한 최저임금 인상 문제 때문이다. 법정시한인 6월29일까지 결정해야 하는 2018년 최저임금과 관련해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 그리고 노사 당사자와 국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익위원 추천권 다각화, 가구생계비 중심의 최저임금 산정기준 변경, TV 공개토론과 배석 확대·정보공개를 비롯한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도 뛰어넘어야 할 장벽이다.

 

이에 대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원·하청 불공정거래 해소와 골목상권 침해 방지, 카드 수수료 및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다양한 정책수단과 지원방책을 동원하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최저시급 1만원에 따른 좋은 일자리 양산은 퇴직자의 ‘묻지마 창업’을 줄여 영세 자영업자 간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지양하면서 더 높은 소득으로 생존권도 보장하는 상생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 또한 여소야대 구도의 국회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노동계에선 ‘쉬운 해고’를 허용한 취업규칙·일반해고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과 ‘공정인사 지침’은 문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동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행정부 권한을 넘어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는 반드시 야당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개정된 국회법,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위한 문턱을 넘기 위해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석(119석)에 국민의당(40석), 바른정당(20석), 정의당(6석)까지 동의해 줘야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 직전 이례적으로 야당 4곳을 모두 방문한 것도 이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장은 “대통령의 성공은 자신의 국정 목표를 얼마나 많이, 빠르게 입법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출신 노동부 장관 탄생 가능성

 

재계의 반발 또한 풀어야 할 과제다. 문 대통령은 산적한 노동 현안을 풀기 위해 올해 안에 노사정위원회를 복원시킬 가능성이 크다. 역대 정부에선 노동계의 반발로 수차례 대화가 중단됐다면, 이번 노사정위원회는 사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노동정책이 사측에서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벌써부터 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수장에 누구를 낙점하느냐에 따라 정책 추진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유력한 상황이다. 복수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 물망에는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우선 올라 있다. 1985년 대우자동차노조 파업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다만 홍 위원장이 5월16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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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함께 뛴 양대 노총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상태라 노동계 출신 장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물망에 오른 인물은 문성현 민주당 선대위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이다.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했다. 문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문 대통령 의중을 가장 잘 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위원장이 1989년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문재인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이후 산별노조 등 노동문제에 대해 함께 공부하면서 인연을 맺어왔다. 이 밖에 한국노총 출신 이용득·김경협 의원,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출신 한정애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노동부 장관 후보로 이름이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연정이나 정책연합 같은 방식을 통해 다른 당 인사를 기용할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협력은 당 대 당 협상을 통해 개혁공동정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며 “한두 사람 입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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