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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국정원, ‘정치 개입’ 도려낸다

文 대통령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 공약… 서훈 원장 후보자 “이번이 마지막 기회”

안성모·이민우 기자 ㅣ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8(Thu) 10:35:47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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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댓글·정치사찰의 국가정보원을 국민의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권력기관 중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같은 불법 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정원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력히 표명했다.

 

국정원의 새로운 수장으로 서훈 전 3차장을 기용한 것은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인사에서 서 전 차장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서 후보자 인선 배경과 관련해 “국정원 출신 인사 중 국정원 개혁 의지가 누구보다 분명해 제가 공약했던 국정원 개혁 목표를 구현할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기대감에 서 후보자도 화답했다. 그는 인사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국정원의 정치 개입 근절은 어제오늘의 숙제가 아니다”며 “많은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강한 국정원을 위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정치로부터 떼어놓을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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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정원, 국민에게 잊힌 기관 돼야”

 

서훈 후보자의 발탁을 두고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다. 서 후보자는 일찌감치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외곽에서 지원해 왔다. 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과 국정원 대북전략국장을 거쳐 국정원 3차장을 지내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MB(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정원을 나와, 대선후보로 발돋움한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외교·안보 분야 정책을 개발해 왔다. 2012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정책캠프에서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외교안보분과를 책임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주권선대위 안보상황단장을 맡아 정책 개발과 선거 상황 관리를 모두 맡았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의 고강도 개혁을 이미 예고했다. 그는 대선 기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정치 개입 오명을 씻지 못하고 순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존재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며 “정보와 공작 업무에만 전념하면 국내 현안에서 드러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 후보자를 중심으로 작성된 문 대통령의 대선 정책공약집을 보면, 국정원 개혁 방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권력기관 개혁’ 공약의 국정원 부문을 살펴보면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간 불법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 개입 논란, 간첩조작, 종북(從北)몰이 등 국정원을 둘러싼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국정원의 목에 방울을 달겠다는 포부도 담겨 있다. 테러나 사이버 보안업무와 관련해 정보기관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인권침해 행위를 하지 않도록 국회의 통제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대신 국정원을 대(對)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최고의 전문 정보기관인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은 국가경찰 산하의 안보수사국으로 이전된다.

 

서 후보자의 국정원 개혁 방안에 대해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정봉 전 NSC 정보관리실장은 “대(對)테러, 산업스파이 정보가 해외에서 입수돼 국내로 전달되는데, (국내·해외 정보파트를) 분리시킨다면 국가적 손실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국정원 간부 출신 인사는 “(서 후보자가) 국내 부문을 잘 모를 수도 있는데, 국내와 해외 업무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한 번 없애버린 조직이 나중에 다시 필요해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후보자의 의지는 강력하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은 국민들로부터 잊힌 기관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개혁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선 발표 당시 마이크 앞에 섰던 서 후보자는 “지금은 국정원장 후보자이나, 후보자 타이틀을 벗어나면 여러분 앞에 설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고의 대북통’ 타이틀 장점이자 약점

 

서 후보자는 국내 최고의 ‘대북통’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 대북 전문가 중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만난 인사다. 장성택, 김양건 등 북한 핵심 고위급 인사와도 협상을 벌이는 등 대북 협상 경험이 두텁다. 국정원 개혁과 함께 경색된 남북관계 국면을 풀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서 후보자는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관여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특사 역할을 한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을 수행해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측과 협상을 벌였으며 정상회담 준비단에서도 일했다. 당시 협상 카운터파트너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측근인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이었다. 이때부터 둘은 남북 대화가 오갈 때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남북 장관급회담 등에서 협상이 꼬일 경우 간접 지원에 나서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 일정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북한과 가깝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분이 서 후보자 앞에 놓인 난관을 풀어가는 데 걸림돌이 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야권은 서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정원 개혁 방안뿐만 아니라 대북 철학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서 후보자가 지난 2006년 국정원 3차장으로 승진했을 당시에도 정형근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훈 국장(서 후보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인물이다. 6·15 정상회담 전 비밀접촉을 하던 박지원씨를 수행했고, 임동원 특보가 방북할 때도 배석했다”고 설명하면서 서 후보자의 승진을 두고 정략적인 남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문턱을 넘은 후 국정원 개혁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동의를 구해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국정원 간부를 지낸 한 보수 인사는 서 후보자에 대해 “착실하고 얌전한 사람이다. 머리도 좋고 똑똑했다. 대북 관련 일을 많이 해서 북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며 “다만 아주 투철한 반공의식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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