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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방사선 사고, 의료기관보다 산업체가 더 많았다

원전 사고 제외한 국내 방사선 사고 총 71건 사례 분석

이승욱 시사저널e.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7(Wed) 14:00: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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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말, 전남 여수에 있는 방사선투과 검사업체 직원 문아무개씨(32) 등 직원 10명이 허용된 피폭선량 한도를 넘어 초과 피폭(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됨)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 업체 방사선 근로자 35명 중 10명이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에 피폭된 것이다. 특히 문씨는 연간 허용 선량인 50mSv(밀리시버트)의 20배가 넘는 1191mSv 방사능에 피폭돼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피폭선량은 연간 50mSv 이하, 5년간 100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당시 사고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난 1월 해당 업체 노동자들의 피폭선량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피폭 피해가 가장 큰 문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의 용접 부위를 방사선으로 검사하는 작업에 방사선측정기 없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는지 인지하지도 못한 채 피폭 허용치를 훌쩍 넘겨버린 셈이다. 원안위는 업체가 직원들의 하루 방사선 피폭량을 허위 보고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여수의 방사선 사고에서 보듯이 원자력발전소(원전)가 아닌 비(非)원전 분야에서도 방사선 피폭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e는 국내에서 운전 중인 원전에서 발생하는 피폭 사고 등을 제외하고, 공식 집계된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방사선 검사가 잦은 의료기관보다 다수의 노동자들이 생산활동을 하는 산업체에서 피폭 사고 등이 발생한 사례가 더 많았고, 심지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파괴검사(방사선을 이용해 제품 표면을 변형시키지 않는 검사 방법) 업체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를 포함하면 10건 중 7건은 일선 산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4 고리 방사능방재 연합훈련’이 실시된 2014년 11월20일 울산 온양체육공원에 마련된 현장방사선비상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방사능 피폭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피폭’ 피해, 10건 중 4건꼴

 

시사저널e는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를 제외하고 공식 집계된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를 분석했다. 분석한 자료는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에서 공개한 데이터로, 방사선동위원소를 사용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피폭·사고·분실 사례 등이다. 분석 결과, 국내에서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가 처음 공식 집계된 것은 지난 1972년 3월 서울의 한 대학 의료원에서 환자 치료용 선원이 분실된 사고였다. 이후 최근까지 모두 71건의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00년 이전 사례는 41건이었고, 2000년 이후 사례는 30건(여수 피폭 사고 포함)인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가 확인된 해는 2014년으로, 한 해 동안 모두 4차례의 사고·고장 사례가 확인됐다. 그해 12월 경남 고성의 한 비파괴 업체 시설에서 원인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시설 내부와 동위원소 저장시설이 소각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업체 직원과 일반인의 피폭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9월에는 대전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오염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한 업체에서 대학병원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운반하는 도중 주차장 바닥에 운반용기가 떨어져 오염이 발생한 사건이었다. 당시 사고는 판매업체에 대한 교육훈련이 부족하고, 방사선안전관리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통계 자료를 분석해 보면, 방사선 관련 업체와 기관 등에서 사고·고장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피해 유형은 ‘피폭’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해 본 결과, 전체 71건의 사례 중 피폭 사례는 27건(3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분실’이 20건(28.2%), ‘오염’ ‘판독 특이’ ‘선원관리’ 등 기타가 10건(14.1%), ‘도난’ 8건(11.3%), ‘사고’(8.5%) 6건 순이었다.

 

특히 방사선 사고·고장이 발생한 장소에 대한 통계가 눈길을 끌었다. 제철업체와 유리공장 등 일반 산업체에서 방사선 사고·고장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전체 71건 중 발생 장소가 ‘산업체’인 사례는 39건으로 54.9%를 차지했다. ‘비파괴검사’ 업체에서 발생한 사례는 10건으로 14.1%를 차지했다. 산업체와 비파괴 업체 등을 합하면 10건 중 7건(69%)이 일선 산업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병원 등 방사선 검사가 잦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고·고장은 12건(16.9%)으로, 산업체 발생 사례와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낮았다. 또 ‘연구기관’ 5건(7%), ‘공공기관’과 ‘판매시설’이 각 2건(2.8%), ‘교육기관’ 1건(1.4%) 순으로 집계됐다. 이렇듯 여수 사고와 마찬가지로, 각종 산업체에서 사고·고장 등 이상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비파괴검사 종사자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사선 취급 업무 용역업체에 떠맡겨”

 

또 일각에서는 방사선 취급 업무를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면서 사각지대가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김제남 정의당 탈핵생태특별위원장은 “여수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노동자들은 선량계조차 착용하지 않고 안전관리 교육이나 안전관리자의 안전예방 등 보호조치 없이 장시간 과중한 작업량을 처리했다”면서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방사선 취급 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기고 나 몰라라 하는 노동 당국과 원청업체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사선을 이용한 비파괴검사를 할 때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개인선량계와 방사선 경보기를 지급하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노동자가 지급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이 5월3일부터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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