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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검찰, 최순실 자료 쌓아놓고 권력 눈치 봤다”

조국 신임 민정수석 통해 본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6(Tue) 17:01: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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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가동되지 않은 채 곧바로 국정운영에 나섰다. 특히 대통령 취임선서 직후부터 연일 신임 인사를 발표하며 국정의 밑그림을 내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나라 밖으로는 외교문제가 산적해 있다. 얼어붙은 북한과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하며,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나라 안으로는 할 일이 넘쳐난다. 일자리, 가계부채, 양극화 해결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적폐를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적폐청산의 과제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문제는 바로 검찰 개혁이다. 그동안 권력의 입맛에 맞게 움직였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을 이번에야말로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와 함께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문제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인사는 정권의 개혁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첫 수를 두기 시작했다.

 

5월1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민정·홍보·인사 등 일부 수석비서관 인선발표에서 조국 민정수석(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참여형 학자’ 조국 “검찰·국정원 개혁해야”

 

“발표가 나는 순간 개혁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한 이후 곧바로 발표한 인사를 본 국민의당 의원의 말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비서실장, 민정수석을 발표했다. 국무총리엔 이낙연 전남지사, 국정원장에는 서훈 전 국정원 3차장, 비서실장에는 임종석 전 의원을 지목했고, 민정수석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사는 신임 조국 민정수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를 높게 평가한 국민의당 인사는 “신임 민정수석에 조 교수를 임명했다는 것은 개혁에 방점을 찍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조 신임 수석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非)검찰 출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법시험 출신도 아니다. 조 수석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검찰과 국정원 등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해 온 전형적인 ‘참여형 학자’로 꼽힌다.

 

검찰 개혁에 대한 조 수석의 의지는 지난해 11월23일 서울대에서 열린 시국토론회에 참석한 그의 발표 내용에 잘 드러나 있다. 조 수석은 이날 토론에 참석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검찰수사가 한창이었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검찰은 민주화 이후에도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으며 검찰을 그대로 둔다면 이번과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애초부터 캐비닛에 최순실 자료를 쌓아놨고, 권력의 눈치를 보았다. 결국 쌓이고 쌓여 곪아서 이번 일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검찰 개혁과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신설도 강조했다. 조 수석은 “노무현 정권 때 준비하던 공수처가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운영됐다면 최순실은 박근혜 정권 초에 벌써 날아갔을 것”이라며 “공수처 신설은 국회에서 정하기 때문에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생각은 민정수석에 임명된 후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조 수석은 청와대의 민정수석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권한을 제대로 사용해 왔는지 국민적 의문이 있다”며 검찰 조직의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갈 것이란 점을 암시했다. 이어 “검찰 수사지휘 등과 관련해 어느 정도 소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민정수석은 수사지휘를 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과거 조 수석과 함께 모임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조 수석은 예전부터 검찰이 스스로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답변 역시 검찰을 개혁하되 개입하진 않는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민정수석, 우리와 소통할 수 있을까”

 

검찰은 조국 신임 민정수석 임명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인사라는 반응이다. 본래 신임 민정수석에는 신현수 김앤장 변호사(59·연수원 16기)가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사정비서관을 지낸 데다 폭넓은 수사 경험을 가진 검사 출신이란 점에서 낙점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뒤엎고 검찰과 인연이 없는 조 수석이 임명되고 말았다. 신 변호사는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신 변호사 본인이 검찰 내 우병우 라인 척결 문제 등에 대해 고심하다 민정수석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검찰 조직에 손을 대기 힘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검찰의 당혹감은 조 수석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과 연관돼 있다. 검찰을 잘 아는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엔 용이하겠지만, 반대로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리도 조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소통은 돼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신임 수석이 얼마나 우리와 소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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