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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프로야구 심판 판정 논란…그라운드의 포청천 거듭나야

비디오 판정 확대, 심판 권위의 위협 아닌 신뢰 회복의 기회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5(Mon) 16:00:00 |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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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심판의 역할이 큰 스포츠다. 심판의 “플레이볼”이라는 선언으로 경기가 시작되며, 심판(구심)이 “게임 세트”라고 선언하면 경기가 끝난다. 또한, 심판은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플레이에 대해 판정을 내린다. 판정뿐만이 아니다. 경기 진행과 관련한 모든 권한이 사실상 심판에게 있다. 선수 교체, 수비 위치 변경, 비가 내리거나 관중석에서 이물질 등이 필드에 들어왔을 때의 경기 중단,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선수나 팀을 재촉하는 것도 심판의 역할이다. 그런 만큼, 심판은 경기 진행을 방해하거나 심판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선수나 감독을 퇴장시키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야구 경기는 직접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와 그 선수를 기용하고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 등이 주역이지만, 심판은 그 주역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와 같다. 그 권한 역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만큼이나 절대적이다.

 

그 이유는 한 경기에서 심판이 판정해야 할 것이 매우 많은 데다, 판정 내리기 미묘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투수가 던진 공 하나하나에 대한 스트라이크와 볼의 판정, 페어와 파울의 판정, 노바운드로 잡았는지 원바운드로 잡았는지에 대한 판정,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판정 등은 모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을 즉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중간은 없다. 심판의 판정은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흑백의 세계다. 하지만 한 경기에서 확실하게 세이프인지 아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플레이는 셀 수 없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심판의 판정에 따라 유리한 쪽과 불리한 쪽이 반드시 나온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면 어느 팀이든 끝이 없다. 그렇게 되면 경기를 진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심판의 판정은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야구 경기는 양 팀이 심판의 판정을 인정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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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판정 확대는 시대의 흐름

 

예를 들어, 투수가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인 이유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기 때문이 아니다. 심판(구심)이 스트라이크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아웃과 세이프, 파울과 페어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야구 규칙 9.02(a)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돼 있다. “타구가 페어냐 파울이냐, 투구가 스트라이크냐 볼이냐, 또는 주자가 아웃이냐 세이프냐 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 선수, 감독, 코치 또는 교체선수는 그 재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문구는 야구에는 오심(誤審)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실제로는 세이프라고 해도 심판이 아웃으로 판정하면 세이프가 아닌 아웃이 되는 것이다. “오심도 야구의 일부”라는 말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유지해 온 야구계의 심판에 대한 믿음은 2014년에 크게 흔들리게 된다. 메이저리그가 2008년 홈런 타구에 대해 도입한 비디오 판정을,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판정으로 확대한 것이다. KBO리그는 2009년부터 홈런 타구에 대한 비디오 판정을 도입한 뒤, 2014년 7월부터 메이저리그처럼 비디오 판정을 확대했다. 이제 더 이상 심판의 판정이 최종 판정이 아닐 수 있게 됐다. 오심은 야구의 일부가 아니라 바로잡아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다.

 

비디오 판정의 확대는 방송 장비 등의 발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과거와 달리 TV뿐만 아니라 야구장의 전광판 등을 통해서도 리플레이 화면을 손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심판 판정이 오심인지 정심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야구계가 “오심도 야구의 일부”라는 말을 방패로 삼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눈 감고 아옹’하는 데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끝까지 모른 척하기는 어렵게 된 상황인 셈이다. 그럴 바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대처기도 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비디오 판정이 확대된 2014년, 한 구단 관계자는 “야구 경기의 시간 단축으로도 이어지므로 KBO리그에 도입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라고 밝혔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나온 심판의 판정에 대해 손해를 본 팀의 감독이 강경하게 항의하는 시간도 적지 않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그 항의 역시 팬에게는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경기 진행이 끊기는 불필요한 시간이다. 게다가, 그 시간이 자칫 길어지면 경기를 지켜보는 팬의 지루함은 더 깊어진다. 그런 불필요한 시간을 없애고 경기 흐름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비디오 판정의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올해 KBO리그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올해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 같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비디오 판독센터’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4월16일 KIA와 넥센의 경기에서 2루 도루를 둘러싼 비디오 판정에서 오심이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후 오심에 대한 경계 탓인지 비디오 판독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4월18일 롯데와 NC 경기에서는 파울과 페어 판정에 6분이 걸렸고, 5월3일 넥센과 KIA 경기에서는 세이프와 아웃을 놓고 무려 9분이나 소요됐다. 이어 5월5일 롯데와 KIA 경기에서는 비가 오는 상황에서 1루 세이프와 아웃에 대한 판정에 8분 가까이 걸려 팬과 선수 모두 지칠 수밖에 없었다. 투수가 비를 맞으며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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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프로인 것처럼 심판도 프로여야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은 명확하다. 인력과 장비의 부족, 즉 돈 문제다. 비디오 판독센터에는 판독위원 3명과 엔지니어 3명이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카메라 등 장비의 부족은 물론, 심판과 엔지니어의 경험도 많지 않아 빠르고 정확한 판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여기에 오심이 한 차례 나온 뒤부터는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해 판독 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진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판독센터 심판들의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야구계에는 “무능한 심판은 오심을 저지른 이가 아니라 판정을 주저하는 이”라는 격언이 있기 때문이다.

 

심판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지난 4월29일 두산과 롯데 경기에서 롯데의 이대호가 포수 앞 땅볼 아웃 때, 타구가 파울이라고 항의하다가 퇴장 처분을 받았다. 심판은 더그아웃에 헬멧을 던진 것을 불만의 표시로 받아들였다. 한 야구인은 “퇴장 처분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퇴장 선언 과정에서 이대호는 선수를 무시하는 듯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KBO리그 심판 대부분은 선수 출신이다. 일반인과 달리 짧은 교육 후 곧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 출신이니만큼 한국 특유의 선후배 의식도 강하다. 그래서 경기 중에 심판은 코치진이나 선수를 선후배로 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결과 언행에 절도를 잃을 때가 적지 않다. 심판은 심판 유니폼을 입었을 때는 야구인이 아닌 그라운드의 포청천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코치진과 선수가 프로인 것처럼 심판 역시 프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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