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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쌍용건설의 어이없는 공사 손실금 900억은 어디에?

반얀트리 공사비 2배 부풀린 의혹 제기…일각 “비자금 조성 가능성”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5(Mon) 11:00:00 |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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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반얀트리)은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에서 ‘승자의 저주’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현대그룹은 2012년 초 1600억원에 이 호텔을 샀다. 하지만 인수 후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면서 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왔다. 이 호텔을 인수한 기업마다 위기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럭셔리 호텔·리조트 체인 ‘반얀트리’를 국내로 들여와 상위 1%만을 위한 최고급 6성급 호텔로 짓겠다는 최초 개발계획은 큰 화제를 모았다.

 

 

완공 4개월 앞두고 공사비 갑자기 2배 뛰어

 

하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은 좌초됐다. 회원 수는 당초 목표치(33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00여 명에 그쳤다. 시행사는 파산했고,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사 쌍용건설이 사업권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쌍용건설마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다시 매각이 추진됐고, 결국 반얀트리는 현대그룹 품에 안겼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쌍용건설 본사와 김석준 회장 © 시사저널 최준필·뉴스뱅크이미지


개장한 지 7년이 흘렀지만, 반얀트리 사업은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사비다. 반얀트리 사업은 2008년 7월 착공에 들어가 2010년 12월 최종 마무리됐다. 통상 호텔·리조트 공사는 개장 후 실제 운영해 가며 세세한 마감공사를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공식 문을 연 2010년 6월을 사실상 완공일로 봐야 한다.

 

쌍용건설 분기보고서를 보면, 2009년 3분기까지 700억원이었던 공사비는 4분기에 가서 1400억원으로 2배가 뛴다. 완공예정일은 여전히 2010년 2월로 돼 있다. 2009년 3분기는 공정상 85%에 해당하는 시기다. 완공을 불과 4개월가량 남긴 상태에서 공사비가 2배 늘어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 사업은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방식으로 추진돼 건축비가 2배씩 뛰기 힘든 구조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막판에 공사비가 2배 뛰었다는 건 그동안 진행된 것을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걸 의미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4분기 보고서다. 공사비는 2배로 뛰면서 완공예정일은 여전히 2010년 2월1일로 명시돼 있다. 보통,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은 공정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완공이 늦어지는 경우다. 이 경우처럼 기간은 늘지 않고, 공사비만 올라가는 일은 거의 없다.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쌍용건설은 2010년 1분기 보고서에서 공사 기간을 27일 늘린 2월28일로 바꿨으며, 그다음 분기 보고서에서는 9월30일로 다시 변경했다. 하지만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반얀트리는 2010년 6월 정식 개장에 들어갔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당초 이 공사는 평범한 가족호텔 수준으로 지으려고 했는데, 도중에 시행사가 VVIP(최고급) 마케팅을 위해 6성급 호텔로 지어야 한다고 바꿔 공사비가 늘어났다”면서 “패스트 트랙(Fast Track) 방식으로 진행돼 사업 초기 정확한 공사비를 책정하기도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쌍용건설이 말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이란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는 상위 1%만을 위한 최고급 리조트를 표방했지만 분양 실패로 주인이 바뀌었다. © 시사저널 포토


 

쌍용건설, 900억대 미수금에도 공사 진행

 

하지만 시행사인 어반오아시스 쪽 설명은 다르다. 이호연 어반오아시스 대표(부사장)는 “착공 전 반얀트리 브랜드가 붙은 6성급 호텔로 짓기로 하고 쌍용과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착공 전 언론보도를 보면, 쌍용건설은 자사가 타워호텔을 6성급 반얀트리 호텔로 리모델링하는 시공권을 따냈다고 홍보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공사 도중 쌍용건설이 애초와 다르게 공사비를 올려야 한다고 했으며, CM(건설 공정관리)을 맡은 희림건축도 비슷한 의견이어서 우리(시행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올려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부도난 지금도, 우리는 왜 그렇게 많이 공사비가 올라갔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쌍용건설의 입장은 정반대다. 공사비 증액과 관련, 시행사와 쌍용건설은 서로 상대측에서 증액을 요구했다는 엇갈린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얀트리 사업은 쌍용건설의 재무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건설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은 반얀트리가 준공된 2010년 이후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고 말한다. 쌍용건설 측도 반얀트리 사업에서 막대한 미수금(받지 못한 공사비)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시사저널의 요청에 따라 쌍용건설이 확인해 준 공사 수령액은 436억원이었다. 쌍용건설 말대로라면, 공사비가 늘어나기 전, 다시 말해 총공사비가 700억원이었던 2009년 3분기까지도 쌍용건설이 받은 공사비는 최대 436억원이었다고 봐야 한다. 당시 3분기 보고서에 기성공사비(청구한 금액)를 596억원이라고 기재한 것을 보면, 실제로 쌍용건설은 이미 공사비 160억원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쌍용은 “시행사의 공사비 증액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전직 대형 건설사 임원 출신 A씨는 “160억원의 돈을 받지 못하면 돈을 받을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러지도 않았을뿐더러 공사비 증액을 회계에 반영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쌍용건설은 이 공사로 추후 조정된 총공사금액 1378억원 중 436억원을 뺀 942억원을 받지 못했다.

 

대신 하도급 업체에는 공사비를 전액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결과, 쌍용건설은 장비 대여금 등을 포함해 1218억원의 대금을 하도급 업체에 지급했다. 시행사로부터는 436억원만 받고, 하도급 업체에는 1218억원을 줬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 사업에서 쌍용건설의 순손실액(1218억-436억원)은 782억원이다. 반얀트리 완공 전인 2009년 쌍용건설의 연간 영업이익이 648억원이었다. 이 사업으로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은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행사 쪽 설명은 다르다. 한 관계자는 “타워호텔 인수비와 착수금 조로 전체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1500억원 중 1200억원이 들어갔으며 나머지 돈으로 분양 판촉활동을 벌여 회사가 부도나기 전까지 사내 유보금으로 800억원가량 있었다. 공사 미수금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시행사가 쌍용건설에 백지어음을 써줬다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2010년 어반오아시스 감사보고서에는 “회사는 2007년 3월 쌍용건설 주식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당기 중 리모델링 공사를 완공하였으며, 보고기간종료일 현재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대한 공사미지급금과 관련하여 백지어음 1매를 견질로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돼 있다.

 


 

시행사와 쌍용건설 대표 간 ‘검은돈’ 오가

 

왜 쌍용건설은 공사비를 떼일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시행사 요구에 응했을까? 쌍용 측은 “공사가 중단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가정이지만 백지어음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쌍용이 시행사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시행사 관계자가 “애초 계획과 달리 쌍용이 계속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말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사업은 쌍용건설이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되면 모든 채무를 쌍용이 떠안는 구조다. 그렇다면, 쌍용이 추후 매각까지 고려해 사업 덩치를 키웠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분양 사정이 좋지 않고 신용도도 높지 않았던 시행사로부터 백지어음을 받았다는 점 때문에 업계 주변으로부터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쌍용이 B2B전자어음채권으로 하도급 대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하도급 업체들은 현금으로 모든 돈을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비자금 의혹이 일자 쌍용건설은 시사저널에 2007년 9월17일부터 2011년 6월24일까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한 자금 내역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종 대금 지급일인 2011년 6월은 반얀트리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매달 자금난을 겪는 하청업체가 원청(쌍용건설)을 생각해 공사비를 1년 늦게 청구할 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쌍용 측 해명자료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반얀트리는 사업이 좌초되는 과정에서 여러 비리가 터져 나왔다. 권성식 어반오아시스 사장은 2008년 6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사업비 명목으로 보관 중이던 66억원을 임의대로 사용하고, 2007년 12월부터는 회원권을 담보로 61억원을 빌린 혐의로 2015년 말 구속됐다.

 

당초 권씨는 2013년 9월 검찰 조사를 받다가 2년간 잠적했었다. 흥미로운 점은 조사 당시 권씨의 변호인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우 전 수석의 변호사 시절 수임 내역(2013년 5월~2014년 5월)을 보면, 우 전 수석은 2013년 8월29일 권씨의 횡령·배임 사건을 맡았다. 당시는 권씨가 서울북부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때였다. 그러나 권씨가 자수한 2015년 5월,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2013년 말 구속 기소된 권씨는 1심에서 3년, 항소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권씨에게 사업 초기 자금을 대주고 일정 지분을 넘겨받은 강기훈 클럽제페 회장도 저축은행 불법대출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쌍용건설 대표이사였던 김아무개 사장이 시행사 어반오아시스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시행사 대표 권씨가 쌍용건설 김 사장과 박아무개 부장에게 총 5억원을 건넨 혐의를 찾아냈다. 그 결과, 김 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박 부장은 2년을 선고받았다. 쌍용 측은 “이는 두 사람의 개인비리에 불과하며,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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