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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둘러싼 항공모함 삼국지

[양욱의 안보브리핑] 美, 초대형 항모 10척 보유…中·日도 항모 경쟁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2(Fri) 10:30:00 |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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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서구 강대국은 군함 등 강력한 해군력을 앞세워 약소국을 굴복시키고 유리한 협정을 맺곤 했다. 이렇게 해군력을 통한 강압으로 대외정책의 목표를 이루는 것을 ‘포함외교’라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 서구 각국들은 포함외교를 통해 약소국이나 후진국의 무역을 개방해 이익을 얻거나 심지어 영토까지 빼앗기도 했다.

 

더 이상 약육강식의 원칙이 통할 것 같지 않은 21세기지만 사정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초음속 전투기나 스텔스폭격기까지 등장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졌다. 미국이 보유한 초대형 항공모함의 위력은 웬만한 중소국가 공군력을 뛰어넘는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북한과 관련된 위기설에서도 항공모함의 위력은 컸다. 항모전단이 심지어는 3개나 한반도로 몰려든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이 핵실험 등을 도발하면 미국이 반드시 선제 타격에 나설 것이라는 압박감으로 북한의 행동은 억제됐다. 과거 포함외교가 항모외교로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해군강국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 양욱 제공


 

美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는 항공모함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 대통령이 제일 먼저 찾는 무기가 바로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에 관한 한 미국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무려 10척의 니미츠(Nimitz)급 초대형 항모(Super Carrier)가 일선을 지키고 있다. 애초에 미 의회는 11척의 항모를 유지하도록 법률로 정해 놓고 있는데, 니미츠급의 뒤를 이을 포드(Ford)급 항공모함의 취역이 늦어져 현재 1척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주력인 니미츠급 항모는 길이 333m, 높이 68m로, 시내버스 30대 길이에 25층 높이와 맞먹는다. 갑판 면적은 약 5500평으로 국제규격 축구장 2배 크기다. 여기에 6000여 명이 살고 있다.

 

항모에서 가장 핵심은 탑재하는 항공기다. 니미츠급에는 80~90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이들이 하루 평균 120번, 전시에는 최대 240번 뜨고 내릴 수 있다. 하루 수백 톤의 폭탄을 적진에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항모가 더욱 위협적인 이유는 혼자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호위하는 잠수함 1~2척이나 이지스 구축함 4척 정도가 늘 따라붙는다. 미 해군은 항모전단 보호를 위해 62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통상 30여 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갖고 있다. 걸프전에서 바그다드를 정밀 타격하면서 ‘스마트 무기의 대명사’로 떠오른 그 미사일이다. 미국의 항모전단 한 대가 오면 사실상 대도시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전력이 오는 것과 같다.

 

놀라운 건 미국이 가진 항모는 현재 10척 외에 해병대 투입에 사용하는 9척의 상륙모함이 더 있다는 것이다. 상륙모함은 해병 원정단 약 2000명의 상륙작전을 위한 해상기지 역할을 하는데, 통상 수직이착륙 전투기인 AV-8B 해리어 6대와 중대형 헬기 20대를 싣는다. 수송헬기 대신 전투기 20대를 싣고 중형 항공모함처럼 운용할 수도 있다. 미군은 2016년부터 해리어를 대신해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실전배치했다. 이렇게 되면 실제 미국은 20척의 항모를 운용하는 셈이 된다.

 

한편 중국은 2012년 첫 항모인 랴오닝(遼寧)함을 진수시켰다. 랴오닝의 등장은 대양해군을 향하는 첫걸음이자 미국에 대한 도전장이었다. 중국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에서 미국 항모전단의 압박을 겪으며 자국산 항모에 대한 열망을 조용히 키워왔다. 특히 제해권을 장악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시진핑 정부의 청사진과 맞물리면서 항모는 중국 군사력의 상징이 됐다.

 

그러나 랴오닝함은 정확히 말하면 중국산 항모가 아니다. 1988년 소련이 진수시켰다가 포기한 항모 ‘바랴그’를 20여 년 만에 재생시켜 만들었다. 게다가 랴오닝은 항공기 40대 가운데 전투기 24대를 탑재하는 수준이다. 미국 항모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타격능력이다.

 

그러던 중 드디어 중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항모가 등장했다. 4월26일 중국 다롄조선소에서 진수한 ‘001A’형 항모다. 중국 해군은 아직 함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으나 언론에서는 ‘산둥(山東)함’이라고 부르고 있다. 산둥함은 길이 315m, 폭 75m, 만재톤수 7만 톤급으로 랴오닝함보다 조금 더 큰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 관제탑 크기를 줄이고 갑판 공간을 늘려 항공기 52대 가운데 전투기 36대를 탑재할 수 있도록 능력을 높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중국은 2025년까지 북해, 동해, 남해함대에 각각 2척씩 6척의 항모를 보유할 전망이다. 향후 미국과 본격적인 항모 대결을 펼치겠단 의미다.

 

중국이 최근 진수한 첫 자국산 항공모함 ‘001A형’(왼쪽)과 F-35B 수직이착륙기를 도입하면 경항모로 바뀌는 일본의 헬기모함 ‘이즈모급’ © 양욱 제공


 

中, 2025년까지 항모 6척 보유 전망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항모 경쟁을 벌이던 해군강국이었다. 심지어 항모로 진주만을 선제 타격해 미 해군 태평양 전력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패전 후에도 미국은 일본의 해상자위대에 대잠수함 작전과 기뢰제거 작전능력만큼은 대대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따라 막강한 구축함 전력과 대잠·소해(掃海)헬기의 플랫폼이 되는 헬기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일본은 구축함이니 헬기모함이니 하는 구분이 부담스러워 모든 전투함을 ‘호위함’으로 부른다. 심지어는 헬기모함도 ‘헬기호위함(DDH)’으로 구분한다.

 

일본은 1995년부터 넓은 비행갑판을 가진 오스미급 수송함 3척을 등장시켰으나 항공기 격납고가 없어 모함으로 부족했다. 이후 2009년 취역하기 시작한 휴우가급 2척은 길이 197m에 배수량 1만8000톤급으로 헬기 11대를 운용할 수 있어 경(輕)항모로 볼 수 있다. 2015년 3월부터는 더 큰 헬기모함인 이즈모급이 등장했다. 이즈모급은 길이 245m, 배수량 2만7000톤 이상으로 미국이 보유한 상륙모함과 유사해 수직이착륙 전투기와 결합하면 본격적으로 항모가 될 수 있다.

 

물론 휴우가급이나 이즈모급은 현재 이런 전투기를 운용할 수 없다. 전투기 운용을 위해 고열과 충격에 버틸 수 있도록 비행갑판의 재질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은 얼마 되지 않아 손쉽게 진짜 항모로 바뀔 수 있지만, 일본 국회가 예산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함재기로 쓸 만한 전투기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미 해병대가 채용한 F-35B를 도입해야 하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

 

결국 우리도 이러한 주변국들의 항모외교에 대응할 능력을 찬찬히 키워나가야 한다. 처음에는 구소련이나 중국처럼 항모를 거부하는 전력투사, 즉 A2AD능력 확보가 시작일 것이다. 나아가 일본처럼 항모로 전용이 가능한 플랫폼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해군엔 현재 독도함이 있다. 크진 않아도 일본의 휴우가급 정도는 된다. 그리고 차기 상륙함으로 250m급도 건조 중이다. 언젠간 우리도 항모외교를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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