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꺼지지 않은 촛불…19대 대선 결정적 장면 5선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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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의 부재 속에 정권 심판의 성격을 강하게 품고 치러진 19대 대선. 그만큼 야당 주자는 상대적 우위 속에서 대선 레이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였던 문재인 당선인(64)은 선거 내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싱거운 대선’이란 말도,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등의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결국 그가 대통령으로 최종 당선됐다. 

 

3월10일 현직 대통령의 파면으로 시작된 조기대선. 이제 역사의 한 장면이 될 5가지 결정적 순간들을 꼽아봤다.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 도저히 현실이라곤 믿을 수 없는 소설같은 내용들. 하지만 이어지는 언론 보도와 특검 수사 결과 이들 대부분이 ‘현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난 민심은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을 채운 사람들 손엔 무엇보다도 강한 무기가 들려있었다. 촛불이었다. 2016년 10월29일 첫 집회가 열린 이후로 총 20회 촛불집회가 열렸다. 누적 참여인원 1600명 돌파, 134일 간의 대장정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던 겨울. 그러나 시민들은 같은 공간에서 또한 둘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경험해야 했다.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나온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치며 태극기를 들고 나온 태극기 집회. 두 개의 집회는 경찰차로 이뤄진 차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두 집회는 각각 규모가 커졌다. 상대 집회에 대한 날선 비판도 마지않았다. 갈등은 극렬해졌다.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선 두 개의 사회. 이를 통합해 다독여야 할 다음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박 대통령은 즉각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됐으며, 나아가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됐다. 

 

그리고 3월31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1일 만에 한 나라의 최고 원수였던 이가 서울구치소 수감자로 전락했다. 

 

 


이번 대선 판도에 새롭게 등장한 단어. ‘가짜뉴스’다. 앞서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선거 판도를 흔들며 새로운 ‘네거티브 전략’으로 떠오른 가짜뉴스는 한국 대선에서도 기승을 부렸다. 

 

기존 언론사의 기사 형식을 답습한, 그러나 근거 없는 루머를 담은 가짜뉴스는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퍼지며 점차 ‘진짜’로서의 뉴스가치를 얻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폭로들이 사실을 가리며 선거 당일까지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19대 대선 투표율은 5월10일 오전 1시 현재 전국 개표율이 55% 정도 진행된 가운데 문 당선인은 39.6%의 득표율을 올려 2위인 홍준표 후보(26.2%)와 3위인 안철수 후보(21.3%)를 누르고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됐다. 5월 4~5일 양일간 이뤄진 사전투표율 26.06%가 더해진 수치다. 사전투표율도, 본선거투표율도 역대급이었다. 본선거가 있던 9일 오전부터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투표장엔 아직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 친구들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투표 인증샷을 찍는 청년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문재인 당선인의 득표율은 41.08%로 40% 2위 홍준표 후보와 역대 최다 득표차를 보였다. 2위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득표율 26.1%)였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위(득표율 21.3%)를 기록 중이다. 그 뒤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득표율 6.46%)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득표율 5.76%)가 이름을 올렸다. 1강-2중-2약의 다자구도로 이뤄진 이번 선거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출발한 조기대선.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 및 관련인들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제, 국민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지난 정권에 대한 평가의 한 단계를 마무리했다. 이제부터 본게임 시작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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